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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나는 세계일주를 하고 싶었다: 워싱턴 DC에서 필라델피아로
01 화물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다: 필라델피아에서 앤트워프로 02 우리는 더 이상 서유럽에 있지 않다: 앤트워프에서 탈린으로 03 거부할 수 없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유혹: 탈린에서 후시키로 04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와 있다!: 후시키에서 베이징으로 05 황금연휴 티켓 전쟁, 베이징 탈출하기!: 베이징에서 하노이로 06 베트남 종단 자전거 그룹 투어: 하노이에서 방콕으로 07 호주행 크루즈를 가까스로 잡아타다: 방콕에서 싱가포르로 08 지구상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자동차 여행(?): 싱가포르에서 브리즈번으로 09 크루즈 여객선의 모든 것은 가짜다: 브리즈번에서 로스앤젤레스로 10 어디로도 가지 않을 거라면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 DC로, 그리고 더 먼 곳으로…… |
Seth Steve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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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와 나는 대기권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가린보다는 천천히 지구를 돌되, 마젤란보다는 빨리 돌기로 계획을 세웠다(단, 원주민 족장의 심기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세계기록에 도전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나중에 자랑스럽게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갖고 싶었다. 일이나 결혼 혹은 육아와 아무 상관없는 성취를 원했다. 뭔가 다른 것, 우리만의 것을 원했다.
우리는 처음에 두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모든 경선과 적도를 통과해야 세계일주로 간주한다. 둘째, 비행기는 절대로 타지 않는다. 표를 사서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는 도전이랄 게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우리는 비행기와 비행기가 대표하는 모든 것을 경멸한다. 비행기를 타는 건 여행에서 빨리감기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 물론 때로는 매우 쓸모가 있다. 하루 만에 시카고 출장을 다녀올 수 있고, 2주 동안 뉴질랜드에서 휴가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도 분명히 있다. --- p.16 레베카와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두 달 동안 같이 여행을 하며 밤낮으로 붙어 있었다. 기차와 배에서 같은 방을 쓰고 때로는 맨바닥에 함께 눕기도 했다. 혼잡한 역 플랫폼이나 길거리에서는 서로를 잃어버릴까 겁나서, 되도록 상대방의 시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가능한 한 예의 바르게 우리 둘이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친구 라클란은 비교적 덜 정중하게 물었다. “아직도 서로 안 잡아먹고 싶소?” --- pp.175-176 이제 우리는 크루즈 여행에 대해서 혼란스러웠던 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근본적으로 크루즈 여객선의 모든 것은 가짜다. 빤한 수작이다. 비행기가 여객선의 존재 이유를 훔쳤을 때, 배는 자기 자신을 재창조해야만 했다. 정기 여객선 회사들은 서둘러 방법을 찾아냈다. 퀸 메리와 퀸 엘리자베스를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회사 쿠나드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건 절반의 재미”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말은 배를 타는 게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비행기보다 20배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암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배는 덜 편리하지만 더 로맨틱한 교통수단으로 자신을 포장해야만 했다. 결국 실용성을 내세웠던 모든 허세는 사라지고, 크루즈 여객선이 새로 태어났다. 크루즈 여객선 승객은 말 그대로 일주를 한다. 즉 출발한 장소로 다시 돌아온다. 얼핏 보기엔, 예전의 정기 여객선처럼 사람들을 그들이 가야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그런 배와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루즈 여객선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뿐이다. 교통수단이 아니다. --- pp.317-318 어두워진 후 열차는 시카고를 떠난다. 우리가 자는 사이에 열차는 사우스벤드, 톨레도, 샌더스키, 클리블랜드, 피츠버그에 들른다. 우리가 잠에서 깼을 때는 워싱턴 DC에서 몇 시간 거리인 웨스트버지니아에 있었다. 이 마지막 순간에 나는 승리에 도취된 동시에 상실감을 느낀다. 나는 정말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이제 여행은 끝이다. 움직여야 한다는 절대 명제 없이, 이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로도 가지 않을 거라면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워싱턴에서의 결말은 약간 실망스럽다. 우리가 성취한 것을 축하해주려고 역에 나와 환호하는 군중은 없다. 머리에 색종이 조각이 뿌려지지도 않는다. 나는 아무 사람의 옷깃이나 붙잡고 외치고 싶어진다. “개자식아, 난 지금 막 세계일주를 마쳤어! 넌 뭘 했지?” --- pp.332-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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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이 지겨워진 어느 날, 여자 친구와 함께 세계일주를 마음먹는다. 반드시 지켜야 할 한 가지 조건은 절대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것! 오로지 화물선과 기차, 버스, 자전거 등 하늘을 날지 않는 것만 타고서 과연 150일 만에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저자 세스 스티븐슨이 여자 친구 레베카와 함께 시작한 여행은ㅡ미국 워싱턴 DC에서 출발하여 대서양을 건너 벨기에, 독일,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을 지나고 광활한 러시아 대륙을 거쳐 일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경유하여 호주, 뉴질랜드를 들른 다음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LA에 도착해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워싱턴 DC에 도착하며 끝이 난다. 걸린 시간은 모두 150일.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며칠도 걸리지 않을 여행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 그건 바로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았기 때문! 저자는 이 책에서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여행이라는 것에서 낭만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건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순간이동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하는 동안 비행기를 절대 타지 않기로 결심한다. 화물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좁디좁은 기차와 덜커덩거리는 버스,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등등 오로지 땅 위로만 이동하며, 비행기 여행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풍경과 만남, 낭만을 만끽한다. 물론 그런 여행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원자폭탄 수준의 코골이를 하는 열차 승객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하는 러시아 철도 매표원에게 표를 사느라 온갖 손짓발짓을 해야 하기도 하고, 황금연휴를 맞은 중국에서는 열차 표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기도 하고(그렇게 겨우 구한 열차의 위생상태는 안타깝게도 엉망이다!),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캥거루를 피해가며 광활하고 텅 빈 호주 대륙을 나흘 동안 자동차로 횡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크고 작은 불편함과 고생이 바로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낭만’ 아닐까? 이제는 ‘외국여행’이라고 하면 누구나 쾌적한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떠올린다. 더군다나 세계를 일주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본다면 상식을 뒤흔들어놓은 여행의 개념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떠나고픈 여행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