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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클래식 시대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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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너머북스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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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프롤로그 | 서문을 대신하여

1 | 비발디 | 바로크식 저녁식사
베네치아, 세레니시마! / 비발디, 베네치아의 아들 / 바로크, 찌그러진 진주 /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들 / 붉은 머리의 사제 / 바로크 협주곡의 완성자

2 | 바흐 | 조화로운 세계를 향한 꿈
음악가의 신분과 처지 / 인문주의와 종교개혁의 유산 / 바흐 이전의 유산들 / 바흐의 생애 / 라이프치히의 바흐 / 바흐의 위대성 / 바흐, 집중된 반복과 초월

3 | 모차르트 | 시민의 탄생
계몽군주의 시대 / 시민계급의 환호 / 프리메이슨 찬가 / 영화 <아마데우스>의 삽화들 / 로코코, 도시의 정경 / 경계 시대의 ‘아이’

4 | 베토벤 | 혁명의 시대와 음악의 혁명
루쉰의 유언시 /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 /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 납중독과의 투쟁 / 혁명의 시대 / 프랑스혁명과 베토벤 / 베토벤 음악의 양식적 발전 / 베토벤과 독일 민족주의 /베토벤 이후의 베토벤 / 고난을 넘어 환희의 세계로 / 두 세계의 경계선에 선 베토벤 / 오늘, 다시 베토벤을 듣는 이유

5 | 슈베르트 | 강요된 평화와 내적 망명
역사로서의 낭만주의 / 비더마이어 시대 / 슈베르트의 낭만주의 / ‘병적 낭만주의’의 진정한 의미 / 기형도, 모든 길이 흘러온다

6 | 브람스 | 어느 견인주의자의 역주행
슬픔의 미학, 비극의 서정 / 함부르크의 청년 음악가 / 함부르크의 아들 브람스 / 황홀한 순간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 문제적 개인들의 운명과 예술 / 브람스의 선택 / 신독일악파와의 논쟁 / 브람스적인, 지극히 브람스적인

7 | 바그너 | 제국의 역습
독일적인 것과 비독일적인 것 / 히틀러와 바그너 / 독일 민족주의와 비스마르크 / 민족주의와 신비주의의 결합 / 바그너의 악극, 그 신비스러운 드라마 / <니벨룽겐의 반지>와 독일 신비주의 / 고트프리트 벤의 고뇌 / 바그너 이후의 바그너

8 | 차이콥스키 | 슬라브주의와 서구주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 / 황제, 수염에도 세금을 매기다 /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오 / 슬라브주의와 서구주의의 대립 / 서구 음악어법과 차이콥스키 음악 / 러시아 5인조와 대립 / 차이콥스키의 진정한 슬라브주의

9 | 시벨리우스 | 보편과 특수의 이중주
「장마」의 특수성과 보편성 / 라틴아메리카의 변주곡 / 바르토크, 민속악과 19세기 / 시벨리우스의 고뇌 / 『칼레발라』와 핀란드 민족주의 / 시벨리우스와 민족주의 음악 / 핀란드 음악의 특징

10 | 드뷔시 | 모더니티의 인상
두 가지 ‘극적인 일’ / 보들레르, 현대 도시의 특유한 고독 / 에밀 졸라의 위대한 투쟁 / 드뷔시 음악의 현대성 / 세기말의 예술가들 / 드뷔시의 인상(주의) / 에릭 사티를 기억하며

11 | 말러 | 근대의 불만과 현대의 불안
세기말 빈 / 합스부르크 왕가의 운명 / 벨에포크와 빈 풍경 / 빈 분리파 / 두 명의 구스타프, 클림트와 말러 / 인종 편견과 오이디푸스콤플렉스 /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 말러의 음악세계 / 불안한 세계와 두 개의 죽음 / <대지의 노래>와 초월의 욕망

12 | 쇼스타코비치 | 권력과 예술의 이중주
비극적 세계관과 모순된 선택 / 러시아혁명기의 예술가들 / 스탈린과 사회주의 리얼리즘 / 평균대 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 스탈린 이후의 쇼스타코비치

13 | 야만의 시대 | 클래식 풍경
고전 전통의 붕괴 / ‘퇴폐미술전’과 육체의 신화 / 히틀러 시대의 베토벤 / 카를 오르프의 단순성 / 쇤베르크와 ‘퇴폐 음악’ / 스트라빈스키의 신고전주의 /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 댜길레프와 결별, 그리고 신고전주의 /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풍경들, 그리고 푸르트벵글러 / 리펜슈탈의 창백한 후반전

14 | 에필로그 | 끝없이 이어지는 불협화음들
음악, 주술의 다른 이름 / 세계로 확산된 음악산업 / 스튜디오 시대 / 글렌 굴드의 선택 / 브라보, 클라이버! / 인공 공간의 삶, 필립 글래스 / 분열된 세계의 음악가들 / 울부짖는 대지의 영화음악가 / 피아졸라, 애이불비의 정한 / 윤이상, 상처 입은 용 / 존 콜트레인, 숭고한 사랑

음악 용어 설명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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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성공회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 편집위원과 오마이뉴스 논설위원, kbsn 축구 해설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대 도시문화와 인간적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 다양한 연구 및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 한국의 도시문화를 취재한 『인공 낙원』과 인천의 현대사와 도시공간을 연구한 『노동의 기억 도시의 추억, 공장』, 『축구장을 보호하라』, 『스포츠, 인권을 만나다』, 『꼬불꼬불한 컬링 교과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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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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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 9.0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7.4만자, 약 8.1만 단어, A4 약 172쪽 ?
ISBN13
9788996123903

책 속으로

음표와 음표 사이 그 찰나의 틈 속에도 전율에 가까운 긴장을 불어넣고 있는 바흐의 음악적 변주는 중세에서 근대로 나아가는 인류사적 발전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숭고한 노이로제’였으며 그것은 당대의 정치적 환경이나 문화적 감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완전성을 향한 고뇌어린 증축! 음악학자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은 “음표 중 어느 하나만 건드려도 전체가 다칠 만큼 완성”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가 그렇게 찬탄한 것은 바흐의 대표곡 중에서도 비교적 ‘소품’에 속하는 <인벤션과 신포니아>이다. 그러니 <마태수난곡>이며 <b단조 미사>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이인문의 <강산무진도>가 그러하듯이, 바흐의 작품은 ‘중세의 겨울’이라는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며 그 현실의 문맥 속에서 바흐는 군주의 지엄한 명령에 따라 그들이 만든(혹은 꿈꾸는) 세계를 음악적으로 정성껏 표현하는 일을 맡았다. 그런데 역시 안견이나 이인문이 그렇듯이, 바흐의 정성과 능력과 기도가 당대의 관습을 반복하는 차원을 넘어 높은 수준으로 고양됨으로써 그의 음악은 군주 시대의 스타일이나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초월성을 갖는다.
그것은 바흐가 상상하고 기도했던 ‘조화로운 세계’가 당시 군주들의 현실적인 정치적 욕망을 끌어안으면서 뛰어넘는(이를 철학자 김진석은 ‘포월’이라고 썼다)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불멸이 되고자 하는 세속적 욕망이 아니라, 당대성의 깊숙한 곳(본질)까지 내려감으로써 그 당대성의 한계를 초월하여 비상하는 예술의 본질을 바흐는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 pp.73-74

말러가 세상을 떠난 1911년에 한 시대의 종말, 그러니까 근대 유럽의 교양 있는 세계의 붕괴를 그린 중편소설이 발표된다.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이 그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에 따르면, 베네치아는 근대 유럽의 지식인 예술가들에게 “되돌아가야 할 먼 장소” 또는 “거대한 문화적 기억을 담고 있는 저장소”이다. 그 매력적인 도시에서 토마스 만의 주인공 아센바흐는 죽어간다. (중략) 확실히 아센바흐의 죽음은 말러의 죽음과 겹쳐진다. 또한 아센바흐가 바라보고 성찰하고 되뇌이는 사색의 결들은 말러의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아도르노는 『말러(음악적 인상학)』에서 말러의 후기 작품들에 대해 “구원에 관한 모든 허구를 손에서 놓아버리는 만년의 작품들이 지닌 진정성”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해석은 “광막한 약속의 땅으로 두둥실 떠나가는 것” 같은 아센바흐의 마지막 시선과 겹쳐진다. --- pp.361-363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나는 몇 장의 스케치를 하고자 한다. 이 책의 직접적인 관심은 400년 가까운 유럽 지역의 클래식 음악이지만, 그것을 관류하는 예술가의 긴장과 시선을 포착하고자 했고, 그 바람은 20세기 말엽 이후 오늘의 세계로도 이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대’는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세계다. 중세처럼 ‘신의 권능’이 미친 조화로운 세계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근대처럼 ‘산업화’ 덕분에 모든 것이 확장된 세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중략) 이러한 시대에 직면하여, 과거의 바흐나 베토벤이나 말러가 그랬듯이, 오늘의 음악가들 역시 전래하는 음악어법을 씨앗으로 삼아 새로운 양식을 빚어내면서 당대의 절실한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으되, 그 갈래들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그 복잡한 양상을 다림질하듯이 반듯하게 펴서 설명하는 것은, 내 능력의 부족이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몇 장의 스케치가 우선 가능할 뿐이다. 그 스케치로 현대의 양상을 더듬어봄으로써, ‘난해하다’는 인상에 그치고 마는 현대음악의 문을 한 뼘 정도 열어, ‘애이불비’의 다양한 파편을 들어보자.

--- pp.438-439

출판사 리뷰

인류사에 살아 남은 클래식이란 대부분 당대의 한계와 규범의 질서를 넘어서고자 한 욕망의 결정체
클래식이란 어쩌면 한 인간의 생로병사와 흡사하다. 르네상스 이후 초기 바로크 시대에 형성된 유년기의 클래식은 소박하고 정결하다. 그러다가 바흐와 모차르트 시대를 거쳐 하나의 완성된 성인이 된다. 유럽 전역의 음악이 한 군데(바흐)로 집중되고 다시 이것이 새로운 시민계층과 만나 더욱 발전(모차르트)한다. 곧 혁명의 시대가 열린다. 베토벤의 시대다. 클래식으로 보면 혈기 왕성한 청년과 같다. 거칠 것 없는 질풍노도의 시대, 베토벤은 ‘혁명의 시대’에 ‘음악의 혁명’을 이뤄냈다. 그 이후 서양 음악사는 좀더 방황(슈베르트)하고 중후(바그너, 말러)해지고, 결국 노쇠해진다.

20세기는 두 차례의 전쟁과 냉전체제, 그리고 무엇보다 ‘제국 대 식민’이라는 상처를 겪었다. 이 시대의 클래식은 역시 고통스럽게 일그러졌으며 인간 실존의 의미를 묻는 난해한 실험도 있었다. 마치 장년기의 인간과 같다. 클래식 환경은 급변하였고 이 와중에도 작곡가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뜨거운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늘 이 시대가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에 음악 역시 그와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오늘날 클래식은 인류의 정치적, 사상적 격동과 함께 300여 년을 살아왔다.

저 300여 년 전의 비발디로 시작하여 고전과 낭만을 거쳐 현대음악, 곧 윤이상과 21세기의 음악사는 클래식의 역사이면서도 동시에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양 고전음악, 곧 클래식의 역사에 관하여 깊은 관심을 기울인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시종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협화음’이다. 장구한 클래식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클래식이란 대부분 당대의 한계와 규범과 질서를 넘어서고자 한 욕망의 결정체이다. 당대의 사회적, 사상적, 예술적 한계와 씨름을 벌인 불협화음은 이후의 시대에 다시 규범이 되고 고전이 되는데, 이를 또 후대의 음악가들이 뛰어넘고자 하면서 새로운 ‘불협화음’이 시도되었다. 클래식의 역사는 시대와의 불화의 역사이다.

“만약 당시의 관습이나 진부한 관행에 고개를 숙인 음악이 있다면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않았거나 그저 기록에 그쳤을 것입니다. 적어도 당대의 모든 음악 형식을 종합해보려 했거나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한 작품들이 오늘날의 클래식 목록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부분 음악들이 아마 당대에는 놀라운 충격을 던졌을 것입니다. 당대의 본질을 통과한 클래식이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그에 대해 감동하고 비판하고 논쟁하면서 다시 그 작품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불멸성을 획득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참다운 예술이란 당대의 관습에 긴장하고 고뇌하여 마침내 그것을 넘어서고자 했던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사가 클래식의 역사이면서도 동시에 인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오늘날 클래식이 어떻게 소비(수용)되고 있는가?
“당대의 고뇌와 역사성을 괄호 안에 넣고 들어보면, 역사의 위대한 고전들이 오늘날 ‘격조’ 있는 감성 소비품목이 되기 싶다.”

음반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향 각지의 공연장에서는 매일같이 연주회가 열린다. 정기 공연, 순회 연주, 귀국 리사이틀 등이 펼쳐지고 철마다 해외 유수의 지휘자와 관현악단이 내한 연주를 한다. 그러나 그 풍경이란 ‘당대성’이 제거된 한가로운 저녁 유희인 경우가 많다. 클래식은 작곡가와 음악의 당대성이 소거된 채 지나치게 ‘우아하게’ 소비되고 있다. 또한 클래식이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라는 진부한 틀에 갇혀 있다. ‘뭔가 그럴듯한 것’이긴 하지만 아무나 들을 수 없는 것, 어쩌다 연주회장에 가더라도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들에 낯설고 심지어 주눅 들기도 한다.
클래식이란 와인을 근사하게 마시기 위해 배경음악으로 삼을 수도 있고 어떤 교양의 충만을 위해 연주회장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당대성이 소거되는 우리의 클래식 수용문화에 비판적이다. 당대의 고뇌와 역사성을 괄호 안에 넣고 들어보면, 역사의 위대한 고전들이 오늘날의 ‘격조’ 있는 감성 소비품목이 되기 쉽다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 이 사회에서 ‘세련된 교양’이나 ‘우아한 기품’이 말의 순수성을 떠나서, 어떤 맥락에서 소비되는가를 고려한다면 클래식을 듣는 일에 조금은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지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음악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당대의 현실에 몰입함으로써 당대를 초월했다. 슈베르트는 시대의 멀미를 느꼈고, 그래서 외로웠고, 쇼스타코비치는 감시와 처벌의 상태에 있었으며, 그래서 고독했다. 클래식이란 한가로운 소비가 되기에는 조금 무거운 것이다. 이 책의 집필의도가 바로 그 점에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에서 스스로 두 가지를 경계한다.
첫째, 개별 작곡가의 신상명세나 경력사항 혹은 사소한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경우만 언급하였다. 국내에 출간된 클래식 교양 입문서들은 대체로 음악사의 에피소드를 단순히 나열하고 있다. 어떤 음악가가 평생 빚을 얼마나 졌는지, 경쟁 상대와 어떤 갈등을 빚었는지, 어느 귀부인과의 사랑은 왜 실패로 끝났는지 등등. 이러한 에피소드는 클래식을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클래식의 진정한 면모, 그 가치, 그 당대성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결과적으로 방해가 될 뿐이다. 이 책에서는 그 작은 에피소드일지라도 당대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였다. 예컨대 바흐가 만년에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을 알현하고 최후의 걸작 ‘음악의 헌정’을 작곡했다는 것은, 계몽 군주 시대에 음악가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담당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에피소드다.

둘째, 이 책은 ‘고독한’, ‘우울한’, ‘천재적인’ 같은 진부한 표현을 멀리한다. 이러한 표현과 더불어 우리의 클래식 문화에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가곡의 왕 슈베르트’,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악성 베토벤’ 같은 표현도 난무하는데, 이러한 표현은 일본 교양서를 두서없이 차용하면서 생긴 매우 조잡한 수사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괴테나 발자크가 당대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수많은 사상적 편력과 논쟁과 갈등을 거쳐 불멸의 작품을 남겼듯이 모차르트, 슈베르트, 바그너, 브람스 같은 음악가들 역시 ‘당대의 삶’을 살았다. 정치 행위에 참여하거나 사상 논쟁에 가담하는 일도 많았고 꼭 그러한 ‘사회 활동’이 아니더라도 해당 음악에는 그 작곡가의 사유와 방황과 갈등이 녹아 있다. 이러한 면모는 ‘악성 베토벤’ 같은 조잡한 표현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추천평

이런 수준의 책은 번역본으로만 읽는 줄 알고 살아왔다
화려한 문장이지만 기교를 내세우는 법이 없으며, 성찰적이되 사변적이지 않다. 역사적 사실과 철학적 해석으로 폭풍처럼 몰아치다가도 때로 문득 시를 인용하며 직관과 영감의 숲속 길을 열어 보인다. 어디서 읽었는지 늘 정직하게 밝히지만 단순 인용에 그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다룸에 있어 정윤수는, 교묘하게 조직하지 교활하게 조작하지 않는다. 일천의 작가, 일만의 책, 일억의 문장에서 그물로 길어 올린 조각들을 재료로 또 하나 그물을 만든다. 조각들은 남의 것이었으나 새 그물은 온전히 그의 것이다. 그는 그 그물로 또 바닥을 훑기 시작한다. 슈베르트면 슈베르트, 말러면 말러를 이루는 조각들이 거기 걸려 올라온다. 슈베르트면 슈베르트, 말러면 말러 챕터들을 보아라. 슈베르트, 말러 얘기는 막상 별로 안 나온다. 정윤수는 한 어종을 묘사하기 위해 인근 해역 전체를 훑는다. 어종의 진화론적 계보까지 추적한다. 그 생선 잡아다가 회를 쳐 먹던, 어항에 넣어놓고 완상을 하던 내 맘이지만 정윤수 덕에 그것들이 더 맛있거나 더 멋있게 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수준의 책은 번역본으로만 읽는 줄 알고 살아왔다.
박찬욱 (영화감독)
정윤수의 그르 속에서 음악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텍스트로 진화한다. 그의 글을 읽기 전에 음악이 경험의 대상이었다면 그의 글을 읽고 난 지금 음악은 사유의 대상이 된다. 그 차이는 경이로운 것이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르네상스적 인간형! 정윤수의 활동범위에 놀라워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의 글을 열심히 찾아 읽어온 나에게 '윤수생각'의 본거지는 예술, 그 중에서도 음악분야인 듯하다. 그가 펼치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히스토리에는 유럽 문화사와 근대시대가 격랑의 파고가 되어 함께 녹아서 춤춘다. 단숨에 훑기보다 곱씹으며 천천히 즐기라. 정윤수를 읽는 방법이다.
김갑수 (시인·음악칼럼니스트)
미리 원고를 읽고 나니, 한동안은 내가 보았던 수많은 서양미술사의 걸작들 사이로 당대의 선율이 흘러넘치는 환영에 시달렸다.
노성두 (서양미술사학자)
음악가와 그의 시대! 측량할 길 없는 선율을 그 시대의 미학과 사상과 상황에 교직시켜 범람할 것만 같은 전체로서의 음악사, 곧 음악으로 읽는 역사와 역사의 창으로 듣는 음악사를 쓰는 것! 몇 가지 우여곡절 때문에 1번 타자의 몫을 정윤수에게 빼앗겼다.
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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