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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난전 떨켜 가는 세월 민들레야, 장엄 열반 민들레야 꽃의 적멸보궁 명적 팥배나무 청진기 대기 해거름 바다 행전 진창 누이의 달 뜬금없는 소리 2 냠냠이 새끼 사슴 뜬금없는 소리 3 2부 남천 춘투 슬픈 틀니 물너울 뒤척이다 꽃, 어질머리 뜬금없는 소리 4 겨울 개울물 물빛 하루 산은 둥둥 나에게 와서 해우소 뜬금없는 소리 5 뜬금없는 소리 6 대흥사 속 빈 느티나무는 3부 그해 겨울 칸타빌레 꽃의 변증법 4 개오동 그림자 무애동 설화 은사시 잎새 아직은 보리누름 아니 오고 뜬금없는 소리 7 신검 짱짱한, 아이 목소리 산은 막막 비어 있었지 뜬금없는 소리 8 뜬금없는 소리 9 칠금령 흔드는 새 4부 으악! 간찰 무슨 말 꿍쳐두었니? 말 상처 가을 시마 이순의 산 뜬금없는 소리 10 비양도 물길 서울쥐와 시골쥐 슈퍼맨, 코모도왕도마뱀 으쓱한 얼굴로 뜬금없는 소리 11 능소야, 능소 5부 봄 먼저 당도하여 혀의 속살 매자나무, 붉게 타오르는 강 보메 예서 살지 어둑새벽 안개 바다 백련꽃 사설 디오게네스 소라게 흔들리는 시먹 토란잎 물방울 마을의 아침 쓰르라미의 시 뜬금없는 소리 12 뜬금없는 소리 13 뜬금없는 소리 14 해설_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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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초 시인이 통산 여섯 번째 시집 『무슨 말 꿍쳐두었니?』를 상재했다. 이번 시집은 우리 정형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구어(口語)의 장(場)’으로 기록될 만한 성취라고 평가되고 있다. 시인의 오랜 시력(詩歷)에 눌어붙어 있을 법한 안일하고도 관습적인 표현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시조가 오래되고 관행적인 시상(詩想)을 담는다는 시조 시단 바깥의 편견을 깨끗하게 불식한다. 오히려 시인은 더욱 새롭게 토박이말과 방언을 미학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자신의 시가 사라져가는 기층언어를 기억하고 각인하는 기록적 보고(寶庫)임을 선명하고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인 스스로도 간밤에 한 뼘가웃 자란 귀, 곧 “달팽이 눈처럼 숨어버리기 일쑤인 그 ‘귀’를 통해”(「시인의 말」) 세상과 소통의 창문을 열게 되었다고 말함으로써, 이번 시집이 세상의 온갖 소리를 귀여겨들으면서 자신만의 ‘시마(詩魔)’에 근접한 결과임을 암시한 바 있다. 그렇게 활짝 열린 ‘귀’로 윤금초 시인은 다양한 자연의 근원적 소리들을 채집하고 그것에 공명하면서 시를 쓴다. 바로 그 순간 윤금초 시인만의 ‘귀의 시학’이 열리는 것이다. _정형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구어(口語)의 장(場)’ 우리 현대시조가 단아한 형식적 안정성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양식적 확장을 통해 현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귀중한 양식론적 자각 가운데 하나이다. 윤금초 시인은 일찍이 창조적으로 재구성된 인간 경험을 일종의 담화(discourse)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통해 시조의 양식 확장을 기도해온 대표적 사례이다. 종래에는 이러한 담화 양식을 ‘시적인 것’과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변형 의지를 시적인 것의 확장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윤금초 시인의 작업은 매우 중요한 방법론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윤금초 시인이 꾀하고 있는 ‘시적인 것’의 확장으로서의 시조 미학은, 형식에서의 절제와 파격 사이, 내용에서의 전통성과 현대성 사이, 개개 시편에서의 응축과 확장 사이의 길항에 놓인다. 윤금초 시학은 ‘이미지’의 활달함과 ‘감각’의 선명한 구체성을 결합하여 미학적 형상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형 시단이 개척해온 현대성의 뚜렷하고도 높은 전범으로 다가온다 할 것이다. _사라져가는 기층언어를 각인하는 기록적 보고(寶庫)…한국 정형시의 자존! 정격과 파격 사이를 오가는 양식 확장의 의지는 윤금초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현대시조 양식에 대한 창조적 자각의 결과이다. 그는 기층언어의 조탁 과정을 현저하게 보여주면서, 토박이말과 방언 자체의 미감을 그대로 살려내는 데 온몸의 적공을 들인다. 사물이나 시간이 가지는 미추(美醜)와 청탁(淸濁)을 굳이 가르지 않고, 사물과 시간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제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을 그 안에서 펼쳐나간다. 추상어보다는 구체어, 문어(文語)보다는 구어(口語), 표준어보다는 지역어를 지향하는 그의 시학은, 그렇게 일관되게 우리의 정형 시단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윤금초 시편이 있어 정형 시단은 단연 풍요롭고 구체성 있는 언어의 보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윤금초 시학의 한 중요한 결절(結節)이 될 이번 시집은, 우리 정형시의 역사가 남긴 뚜렷한 표지(標識)가 될 것이다. 구어적(口語的) 풍요로움과 우리의 기층언어에 대한 섬세한 자의식과 사설시조의 다양한 탐색과 창작을 통한 첨예한 양식적 실천으로 문학사에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