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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퇴직 권고 눈 내리는 거리에서 1957년 2월 투쟁하는 날 꽃이 필 때 봉화를 올리다 강권 발동 그날의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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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법률, 국가의 정치는 아키오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까. 어린이헌장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아키오는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조금씩 얼어붙고 있다. 뱃속에서 가득 뭉친 분노가 불타오르면서 눈물로 흘러내렸다.
“그만 돌아가자.” (……) 오자키 선생은 그렇게 말하고 아이의 작은 머리를 두 손으로 끌어안은 채 펑펑 울고 말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지켜 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 pp.34-35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사들은 같은 고뇌를 견뎌 내며 공통된 이상을 품게 되었다.(……)다음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안겨 주고 싶다는 바람이다.(……)그 아이들을 위해 길을 만들고 이정표를 세우고 손을 들어가야 할 곳을 알려 주고 싶어 했다. 교사가 할 일은 거기서 끝난다.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한다. 교사는 그들에게 가장 올바른 길을 가르쳐 줘야 한다. 따라서 어떤 길이 가장 올바른 길인지 교사들은 알고 있어야 한다. 알아야 한다는 그 의무가 교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 p.106 독방에 홀로 앉아 있는 교사들이 차마 잊지 못하던 일교조의 노래였다.(……)노래를 따라 부르던 오자키 후미코는 잡음이 섞이는 것을 깨달았다. 동료들의 노랫소리에 섞여 저 높은 벽돌담 안에서는 확성기로 유행가가 연주되고 있었다.(……)소리와 소리의 싸움……. 별이 떠오르고 있는 하늘 아래서 정치권력이 지배하는 형무소와 그에 저항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벽돌담을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었다. 양쪽의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귀가 먹먹해진 오자키 후미코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이를 갈았다. --- p.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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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전달이 교육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시대
한 여교사의 치열한 고뇌와 성찰을 통해 오늘날의 참교육을 다시 묻다 경쟁 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참교육’은 낡은 역사 속에서나 등장하는 말로 치부되고 있다. 일등과 성공이 교육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지금, 사람들은 고민한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올바른 길을 잘 가고 있는 걸까?’ 《인간의 벽》은 1980년대에 참교육을 염원하던 교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기억되고 있는 소설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출간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1950년대 일본의 교사들을 통해서 교사로서 고민하고 지켜야 하는 양심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많은 교사들과 더 나은 교육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거대한 시대의 부조리 앞에서 흔들리고 주춤거리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향한 사랑, 교육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세상에 맞서는 교사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3권(부제: 변화의 물결)은 S현의 교사들이 벌이는 3일간의 휴가 투쟁과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민중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마지막 이야기다. 일본의 시골 교사들, 무너진 교육의 벽 앞에 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한 장면을 소재로 쓴 소설은 독자들을 새로운 인간사로 초대하는 다리 구실을 한다. 그리고 소설에서 다루는 배경과 사건이 리얼리티를 더할수록,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수록, 더욱이 그 주제가 모든 사회에 적용되는 공통 관심사일수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인간의 벽》을 쓴 이시카와 다쓰조는 브라질에서 이주민으로 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창맹》으로 제1회 아쿠타가와 상을 받고, 일본에서 사회파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다. 《인간의 벽》은 사가 현에서 교육예산을 삭감하면서 교원 수 축소, 승진 보류에 반대하여 일어난 교사들의 휴가 투쟁과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의 투쟁을 소재로 아사히신문에 1년 8개월 동안 연재한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에만 무려 8개월을 쏟았다. 교육에 관련된 법률을 공부하고, 각 현에서 열리는 교사들의 교육 연구 집회(한국의 교사 연수와 같은 개념), 일교조 전국 집회에 참여하고 교실 수업 참관, 사가 투쟁 재판 방청 등 교육 분야와 관련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오사카, 사가, 가나자와 같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교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작가는 심혈을 기울여 모은 자료는 소설 속에서 당시 일본 교육의 현실과 교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큰 구실을 한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전후 일본 사회의 한 이면을 꿰뚫어 본 작가의 통찰은 역사소설로서 이 작품이 갖는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민주 교육을 향한 한 여교사의 열정과 고뇌 이 책은 평범한 시골 학교 여교사인 오자키 후미코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사는 누구인가’를 끝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주체적인 교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권(부제: 거대한 슬픔)은 ‘시노다 후미코’가 학교에서, 가정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 속에서 여자가 갖기 좋은 직업에서 인간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에 눈을 뜨는 과정을 보여 준다. 새 학기를 앞두고 느닷없이 권고 퇴직을 제안 받은 후미코는 자신이 지방재정이 부족한 데 따른 교직원 축소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새로 전근 온 사와다 선생의 교육철학에 동경심을 품고 투쟁만 일삼는다고 여겼던 교직원조합의 대한 편견이 무너지며 후미코는 교사에 대해, 진정한 교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2권(부제: 고독한 사람들)은 아픔을 가슴에 담고 진정한 민주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오자키 후미코의 성찰과 노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남편과 이혼한 ‘오자키 후미코’는 교직원조합 활동을 시작하고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가르치는 민주교육을 향한 열망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사와다 선생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양호교사 다자키 선생의 죽음과 가르치던 학생 아사이 요시오의 죽음, 그리고 사와다 선생의 반에서 벌어진 우연한 사건이 좀 잡을 수 없게 커지면서 후미코는 이 배후에 권력을 유지하려는 여당 세력과 민주교육을 억압하고 군국주의 교육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3권(부제: 변화의 물결)에서는 S현의 교사들이 벌이는 3일간의 휴가 투쟁과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민중의 모습을 담고 있다. S현청이 교육예산을 축소하면서 교직원의 봉급과 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고 S현 교사들은 이 방안에 반대하는 독자적인 휴가 투쟁을 벌이고 후미코는 마음을 다해 열성적으로 휴가 투쟁? 참여한다. 하지만 뎱육을 중앙집권하려는 자민당과 문부성, 봉건 의식에 젖어 있는 학부모,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한 교사들, 교사는 중립적이고 성직자라는 사회적 인식. 이 모든 벽들이 아이들을 올바른 비판 능력 갖춘 주체적인 인간으로 가르치고 싶었던 교사들의 앞을 끊임없이 막아선다. 시대가 요구하는 휴머니즘 ― 인간에 대한 끝없는 성찰 이 작품은 시대의 격류 속에서 개인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시대를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개인이 가지는 인식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섬세한 감정 변화를 통해 보여준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노동조합의 투쟁적인 면을 싫어하던 오자키 후미코를 변하게 한 것은 어떤 사상이나 학습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한없이 약한 사람들의 희생이었다. 사와다 선생이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를 놀리는 반 친구들을 야단친 일 때문에 지역의 보수 세력에 의해 학교에서 쫓겨나는 사건, 전쟁이 낳은 가난 때문에 집도 없이 동굴에서 사는 아이, 조금 더 싼 공책을 사러 가다 기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반 아이, 교사를 충원해주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양호 교사를 보며 민주교육을 가로막는 벽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민주교육을 억압하고 군국주의 교육을 부활하려는 자민당 정부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후미코는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약한 생명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민주교육을 향한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후미코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교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군국주의적인 가치관과 민주주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거대한 역사적 회오리와 마주하게 된다. 후미코는 물론 다른 교사들도 거부하기엔 너무나 막강한 시대적 억압을 온몸으로 맞는 걸 버거워한다. 하지만 후미코는 동료의 퇴직도, 죽음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교사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곱씹어보고 성찰한다. 오자키 후미코가 불합리한 시대의 횡포에 절대로 등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약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아이들에게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가치관을 가르치고 싶은 신념, 자신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성찰에서 얻은 교사로서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교사라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할 책 《인간의 벽》은 일본에서는 ‘교사라면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교육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당시 교사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읽힌 책이다. 지금까지도 교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책은 일본 교직원조합의 투쟁과 사가 현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휴가 투쟁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전쟁이 끝난 뒤 민주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교사들과 군국주의 교육을 부활시키려는 정부가 충돌하던 시대에 올바른 교육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는 한국 교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새로 번역해서 재출간하는 것은 이 소설에서 다루는 시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 교육 현실에서 교사로서 고민하고 지켜야 하는 양심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많은 교사들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격동의 전교조 투쟁을 겪은 교사들에게는 향수가 아닌 교육에 대한 열망을 상기시켜 줄 것이고, 젊은 교사들에게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 교육이 가져야 할 가치 사이에서 교사는 어떤 고민과 판단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추천사 가르친다는 것, 야만에 맞서 싸우고 희망을 말하는 것 _김민곤(서울 대영고등학교 교사) 이시카와 다쓰조의 소설 《인간의 벽》이 우리말로 소개된 1984년 말은 한국의 젊은 교사들이 여기저기서 공개 또는 비공개 소모임을 만들며 교사 운동의 가능성을 은밀하게 모색하던 때였다. 그때 일본교직원조합의 투쟁의 역사와 현존이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고, 민주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결사와 집회,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채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강요당하던 한국 교사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까지 이어진 일교조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 그 가운데 이 소설이 소재로 삼은 1956~7년 S현이라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는 조직의 진보적 운동성이 마멸된 일교조로서는 잃어버린 과거의 회고담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초 한국의 교사들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꿈같은 일이었다. 어쨌거나 일교조 운동사의 한 장에 버금가는 이 소설은 그 시기에 한국의 20대 청년 교사들이 운동에 투신하고 조직적 실천 전망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교조 결성, 쉽지 않았던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의 길 이 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난 1989년 5월, 한국 교사들은 전교조를 결성했다. 일교조가 봉건적 가치로 무장한 보수 세력을 상대로 민주주의와 평화 헌법 정신을 담은 신교육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면, 전교조는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일교조를 탄압하는 정도가 소박하게 보일 정도로 전교조를 폭력적으로 탄압했다. 군국주의와 천황제를 신봉하는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었지만 사회당, 공산당 등 진보 정당이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일본과 남북의 대치 속에 반공주의와 국가보안법이 온 사회를 규율하던 한국의 사정은 견줄 바가 아니었다. 정권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물리력을 쏟아 전교조를 사산시키려 했다. 결국 80명이 넘는 노조 일꾼 교사들을 구속하고 1,500명이 넘는 조합원 교사들을 교단에서 축출했다. 교원노조 교사들을 대거 해직시킨 것은 1961년 군사쿠데타 직후에 일어난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 와해 사태에 이어 두 번째였다. *교육 운동의 역사와 희망을 밝혀 주는 역사 소설 우여곡절 끝에 결성 10년 만인 1999년에 전교조가 합법성을 얻었다. 그 뒤 조합원 수도 크게 늘었다. 전교조 운동은 법외노조 시기와 합법 시기를 포함해 20년이 넘게 우리 교육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전교조는 우리 사회 진보 운동 세력의 주요한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는 ‘눈엣 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반교육의 벽’이 철옹성으로 버티고 서서 운동의 진보적 과제를 가로막고 있다. 그들은 교사들의 단결을 약화시키기 위한 온갖 책동과 음모를 쏟아낸다. 전교조는 이 벽에 맞설 거대한 ‘인간의 벽’을 쌓아올릴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도 오늘날 안타깝게도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수구 세력의 ‘전교조 죽이기’ 탓도 없지 않겠으나 전교조 자체의 역량 부족도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변화된 상황은 전교조와 진보 운동에 새로운 운동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절망과 배신, 패배주의, 현실 안주와 도피는 해법이 될 수 없다. 교육을 포함한 모든 것을 시장과 자본의 논리로 환원시키려는 세력들이 저지르는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야만에 맞서 싸우기 위해, 광고 카피 수준으로 떨어진 ‘참교육’의 의미와 그 실현의 방도를 새삼스레 따져보면서 우리는 다시 ‘가르치는 것은 희망을 말하는 것’, ‘가르치는 것은 싸우는 것’이라는 명제를 여럿이 함께 붙들고 해법을 논구해야 한다. 전교조 운동을 되돌아보는 제대로 된 역사 소설이 없는 상황에서 20여 년 만에 새로 펴낸 《인간의 벽》이 교사들의 토론을 풍부하게 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 교사 김민곤은 1980년대부터 YMCA중등교육자협의회, 전국교사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면서 교육운동에 매진해왔다. 그리고 화해평화통일교육 전국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바보 같은 교사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_김영희(화성 남양중학교 교사) 가끔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인가 싶어 기분이 이상해질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 교사의 역할에 대해 꽤 심각하게 고민하는 편이거든요.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나’라는 문제에 대해 골똘히 고민해요. 난 나름대로 이 고민을 하는 일이 엄청 중요한 일이라 여기고 밤잠을 설쳐가며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에게 이 심각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거의 모두 핀잔을 엄청 줍니다. “네가 아직 업무 폭탄을 제대로 못 맞아 봤구나, 소녀 감성을 갖고 있구나, 시간도 많다, 현실을 좀 바라봐라, 수업 준비는 다 했니, 네 책상에 쌓여있는 공문을 좀 봐.” 혼자 소화하기엔 좀 벅찬 폭풍 핀잔을 듣고 나면 난 좀 덜 떨어지는 사람인가 싶어 기분이 좀 가라앉아요. 난 바보인가, 난 좀 둔한가 싶어서요. 나름대로 그 고민을 할 때마다 “난 바람직한 교사야!”라며 스스로 기특해 하곤 하거든요. 자기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이 자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어서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현실 감각을 좀 키우라는 걱정 실린 조언을 받는 상황이 잘 이해가지 않았어요.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런 혼란을 겪고 있던 중에 읽은 책이 《인간의 벽》입니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에요. 원고를 받아보는 순간 헉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책을 다 읽는 것이 아까워서 일부러 책장을 천천히 넘겨가며 읽었어요. 참 즐거웠거든요. 나같이 덜 떨어지고 바보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가 사실은 꽤 많다는 사실이 참 신났어요. 책을 통해 만난 그 ‘동지’들이 1950년대 일본 교사들이라는 사실에 더 힘이 났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고민은 시공간을 초월한 엄청난 것이었구나! 주인공인 오자키 후미코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입니다. 교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요. 교과 지도를 충실히 하는 것까지인지, 부모님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판단하는 형사 역할까지도 맡아야 하슴 것인지. 오자키 후미코쟀 끊임없는 고민과 생각, 그리고 성찰은 결국 후미코를 정치 투쟁을 하는 투사로 만들어요.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려면 정치적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거든요. 남편의 사랑을 받는 평안한 삶을 꿈꾸던 여교사 오자키 후미코가, 불과 일 년 사이에 정치 투쟁을 불사하는 강한 사람이 된 거예요 *더 나은 교육을 바라는 젊은 교사들에게 권하는 책 나는 이 작품을 젊은 선생님들이 꼭 읽었으면 해요. “오자키 후미코처럼 교직에 투신하자, 우린 너무 책임감이 없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절대 아니에요. 난 젊은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요즘의 젊은 교사들을 보며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교사들이 자신의 안락한 삶만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 같다고. 경쟁률이 100대 1, 200대 1을 훨씬 뛰어넘는 시험에 합격해야만 교단에 설 수 있다 보니, 막상 시험에 통과해서는 자신의 안위만 챙기게 된다고. 젊은 사람들은 약아서 수업 준비만 하면 교사의 역할을 다 한 줄 안다고. 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많이 억울해요. 난 이 직업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분명 나처럼 이런 고민을 하다가 주변의 핀잔을 받고 제풀에 접어버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왜 그건 생각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인간의 벽》을 읽지 않았다면 저도 결국 ‘영리한’, ‘현실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을 접어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젊은 선생님들 중에서는 나처럼 ‘난 좀 바보 같은 사람인가, 뒤처지는 사람인가.’라는 남모를 고민을 안고 계셨던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해요. 분명히 그럴 거라고 확신해요. 이 책을 통해 젊은 교사들이 자신의 고민에 대한 확신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가졌으면 해요. 거의 반백년 전에도 교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것도 바다 건너에 있는 나라의 교사들까지 말이죠. 난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바보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교사로 살아가리라 다짐했어요. 나처럼 바보 같고 덜 떨어진 교사들이 꽤 많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거든요. 《인간의 벽》을 접하고 나 같은 바보 교사들이 꽤 많이 등장할 것 같아요. 이 바보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을 좀 더 좋게, 세상을 좀 더 좋게 바꿔 나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은 바보들”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나는 이 작품이 엄청나게 많이 팔렸으면 해요. 바보가 많을수록 교육이, 그리고 세상이 좋아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