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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1부 형사 손기철 2부 살인자 손기철 3부 용의자 손기철 4부 아버지 손기철 Epilog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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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자살했어요.”
“뭐라고?” “6층 건물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기철이 테이블을 쿵하고 내리쳤다. 자신의 손을 잡던 피해자 아들의 작은 손이 떠올랐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기철은 의사를 쳐다봤다. “사회에 유익한 일이라고 하셨죠.” “네, 그게 죽일 순 없어도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겁니다.” 그들의 대화에 박 형사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이 기철은 박 형사의 호주머니를 뒤져 자동차 키를 꺼냈다. “어디 가시게요?” 기철은 대답 없이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 손을 내밀어 의사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약봉지를 챙겨 다시 밖으로 나갔다. --- p.24 신문 한쪽 구석에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의 눈에는 크게 몇 가지 단어들이 클로즈업 되었다. ‘성북동 살인사건’, ‘피의자 검거’, ‘현장범’, ‘살인’, ‘시신 앞에 있다가’, ‘신고’, ‘체포’그리고 그 옆에는 고개 숙인 한 남자의 사진과 ‘손원준(20)’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도무지 이 한국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신문을 바라보던 기철은 고개 숙인 남자의 얼굴을 보려고 신문 아래로 고개를 들이밀었지만 손원준의 얼굴은 그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는 휘청거리며 일어나 주변의 짐들을 가방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갑자기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약, 약이 어딨지? 그는 약부터 찾기 시작했다. 살아야 한다. 난 아직 죽으면 안 된다. 괜찮다. 가서 말하면 된다. 내가 죽였다고, 내가 범인이라고…. --- pp.8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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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픽션, 시나리오를 소설화하다.
생생한 묘사와 거침없는 대사, 빠른 이야기 전개 심산 시나리오스쿨 출신 작가들이 내놓는 시나리오픽션.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뼈대를 이루는 시나리오에서 작가는 자신이 상상하는 이미지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자본의 제약과 대중성과의 협의 등 영상화를 위한 작업을 해나가면서 시나리오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때, 시나리오의 순수성은 때로는 방향을 잃고 만다. 따라서 시나리오 작가들이 생각하는 초기 시나리오에 깃든 이미지가 궁금해진다. 시나리오픽션은 작가의 시나리오를 집필 당시의 순수성에 기대어 작가의 의도가 명확한 세부묘사를 더하여 소설화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시나리오 픽션은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시작인 셈이다. 「악마」와 「내가 죽였다」에서 사용한 대사들과 묘사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일반 소설들이 절제된, 정제된 표현을 선호한다면, 「악마」와 「내가 죽였다」는 다소 거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걸러지지 않은 대사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단문 위주의 묘사는 한 편의 영화의 장면이 지나가는 듯하다. 자! 이제 글을 통하여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아들을 위해 자신에 대한 살인죄를 입증해야 하는 형사이자 아버지의 이야기 시나리오 작가 안민정 작가의 첫 책 「내가 죽였다」는 자신의 유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이다. ‘내가 만약 3개월 후에 죽는다면, 가장 나쁜 놈 한 놈만 죽이고 죽으면 어떨까?’ 「내가 죽였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발상해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스릴러적 요소 즉 미궁에 빠진 사건을 실낱같은 단서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재미 외에 「내가 죽였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동기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형사라는 직업 속에서 느끼는 나쁜 놈을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현실과 자신을 기다리는 죽음 사이에서 갖는 형사 손기철의 갈등은 이내 자신을 살인자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완전범죄를 꿈꾸었지만, 엉뚱하게도 잊고 지내왔던 자신의 아들이 범인으로 잡혔다는 소식을 접한다. 죽인 건 내가 죽였는데, 왜 내 아들이 범인이라는 걸까? 자신의 아들이 용의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 살인자 손기철은 아버지 손기철이 되어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의 죄를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내가 죽였다」는 가족의 의미를 잃고 지내온 한 형사가 자신이 빠진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