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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_ 숲 미술관 가는 길
산은 나무를 낳고, 나무는 다시 물을 낳는다 무릉도원에는 복사꽃이 피지 않는다 곽희의 산과 물을 만나다 적벽도에는 집이 없다 양팽손의 소나무 소상팔경 위에 조선의 상상력이 솜씨를 발하다 자연을 닮아야 살 수 있다 실과 허로 살고 있는가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벽오동에서 비움의 지혜를 엿보다 인류의 생명수, 포도나무 해당화, 사대부의 꽃이 되다 최선을 다하는 삶은 석류처럼 아름답다 ‘모란’에 대한 몇 가지 사색 살구나무에 이르러 생을 논하라 쓸쓸해서 좋고, 단출해서 아름답다 단풍, 나를 태워 해탈로 향하다 공과 색의 인연으로 사는 구도자 파초가 가르쳐준 존재의 본질 벼랑 끝에 선 소나무의 기상 소처럼 우직한 사람이 그립다 섣달 초순, 분매에 물을 주어라 사라진 버드나무에 대한 오해 나무는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매일 길을 나선다 상서로움으로 너를 만나다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기 벽오동을 심은 뜻은 사랑도 평등할 때 아름답습니다 ‘비움’을 통한 득음의 기술 남방의 식물에 매혹된 이유 상상의 나무에 물을 내리며 참고문헌 |
姜判權, 나무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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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11-04-13
검붉은 물기가 오르는 봄날
유난히 매서웠던 지난 겨울, 매서운 바람을 견디느라 한껏 몸을 움츠려야 했다. 야속한 바람은 옷깃을 파고들었고, 괴로움에 발만 동동 굴렀다. 정말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무렵 강판권 선생의 원고를 받아들었다. 빛바랜 산수화와 오래지만 푸근한 나무 이야기였다. 그의 글에서 겨우내 바람을 견디며 물을 끌어올리는 나무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편집부 사무실에서 입김을 불어가며 원고를 다듬었다. 이 책,《미술관에 사는 나무들》이 겨우내 움츠렸던 당신의 어깨에 새봄의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기원한다. 효형출판 편집부 박병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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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러 우리에게 온 나무인간, 강판권
그가 들려주는 산수화 속 황홀한 나무 이야기! 나무인간 강판권의 꿈, 소나무 그림 시인 이성복은 2008년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 - 나무인간 강판권〉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의 눈에 강판권은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어 우연히 커튼을 걷어내야 겨우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 같은 사람이다. 부탁하기 어려운 일도 너그럽게 웃으며 받아주는 넉넉한 나무인간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나무 얘기를 들려주러 / 우리에게 온 나무인지도 모른다 / 아니면, 나무얘기를 들으러 갔다가 나무가 된 사람”이라고 썼다. 시인의 눈은 정확했다. 강판권은 십 년 넘게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나무열전》, 《은행나무》와 같은 책을 꾸준히 써왔다. 나무 얘기를 들려주기 위한 나무인간의 치열한 노정이었으리라. 나무인간의 꿈은 ‘소나무 그림을 한 점 갖는 것’이다. 그림으로라도 항상 나무를 곁에 두고 싶어서일까. 하지만 그는 아직 마음에 드는 소나무 그림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소나무 그림을 찾아나선다. 산수화에서 건져올린 나무 이야기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은 나무인간의 소박한 꿈이 만들어낸 책이다. 평생을 같이 할 소나무 그림을 찾아 닥치는 대로 전시회를 따라다니고 도록을 사 모았다. 당연히 나무인간 강판권은 산수화 속 나무에 집중했다. 그리고 산수화의 숨은 주인공은 나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후 나무에서 그린 이의 의기와 식견, 학문을 추적했다. 나무에 대한 관심과 역사를 전공한 그의 혜안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터. 산수화 한구석에 위치한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가 모두 이런 숨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나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강세황의 '벽오청서도'에서 본이 되었던 중국의 그것과 화풍을 비교하고 관조적인 삶을 살았던 당시 양반들의 태도를 꼬집는다. 그런가 하면 안평대군과 사육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그려진 복사꽃의 개화 시기, 복사꽃과 관련된 욕망의 코드로 풀어낸다.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원대한 꿈을 꾼 곳도 만발한 복사나무 아래였다. 이처럼 과거 사람들이 복사나무 아래서 원대한 꿈을 꾸는 것은 이 시절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 때 혁명을 꿈꾸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비 등이 복사꽃이 만발할 때 만난 것도 이때가 흔히‘보릿고개’로 불리는 춘궁기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팝나무꽃을‘하얀 쌀밥’으로 생각했듯이 춘궁기에 복사꽃을 보노라면, 단순히 꽃이 아니라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 여기게 된다. 특히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친 동방삭이 삼천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와 복사나무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벽사의 힘’을 가진 나무임을 떠올리면, 복사나무는 언제나 꿈꾸는 자와 함께 등장하는 나무다. - 본문 중에서 격물치지로 읽는 나무, 산수화 나무인간 강판권은 살구꽃이 피면 학생들을 데리고 교실을 나서 야외수업을 갖는다. 나무 곁에 서서 살구꽃과 관련된 시를 함께 읊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 들고 학생들과 살구나무〔행단〕 아래서 공자의 사상을 이야기한다. 이런 공부 방법은 옛 성리학자들이 즐겼던‘격물치지' 다. 사물에 이르러 앎을 구하는 공부법이다.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 방법이지만, 이제는 거의 잊혀진 생태적 공부법이다. 하지만 산수를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공부법이 꼭 필요하다. 그의 그림 읽기가 특별한 이유다. 그렇게 길어올린 이야기를 품은 스물여덟 그루의 나무가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에 숨 쉬고 있다. 더불어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조상의 아름다운 산수화가 쌉싸래하고 싱그러운 인문의 향기를 일깨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