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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경계, 비밀스러운 탄성
1부 늑대의 털은 쓸쓸한 눈빛을 데우지 못한다 고향, 나의 까닭 금방 죽는다 불언不言의 가르침 배반의 출렁거림 우물에 물이 차오를 때 보는 사람 오직 혼자서 덤비는 눈빛 비틀기와 꼬임 약 오르면 진다 ‘읽기’와 ‘쓰기’, 그 부단한 들락거림 심심하기 때문에 나를 만나는 일 경계에 선 불안을 견딜 수 있는가 ‘사람’으로 산다는 것 잔소리에 대하여 원심력과 중력 사이 직職과 업業 2부 게으른 눈, 부지런한 손발 앞서기 위해 물러선다 위대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철학이 의자가 되는 방법 진리냐 전략이냐 정치란 너의 혀를 굽히지 않는 것 친구를 기다리지 마라 투명한 벽 공부의 배신 덕德에 대하여 문자를 지배하는 사람 1 문자를 지배하는 사람 2 새로워지는 일 봅슬레이와 마늘 밭의 진리 신뢰에 대하여 외우기의 힘 이익(利)을 논하라 모르는 곳으로 3부 아득한 하늘이여, 이것은 누구의 탓이더냐 이탈자들 무엇부터 할 것인가 거칠고 과감하게 너 자신을 알라 돈과 자본, 부자와 자본가 혁명을 꿈꿀 때 시가 잘 써지지 않는 까닭 지식보다 지루함을 흘러야 썩지 않는다 지성의 폐허 지식인의 몰락 과거와 벌이는 전면적 투쟁 잡스러워진 손에 담아야 할 것 움직임, 그곳에서, 홀로 4부 무거운 주제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 불손함이 빚어내는 생각의 기울기 낯설고 깜짝 놀라는 그 순간 시작되는 것들 타이어가 아니라 바람일 뿐 놀이와 여가, 그 비밀스럽고 찰나적인 접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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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최진석 첫 산문집
최진석은 10대 초반부터 답답하고 갑갑했다. 정해진 것들은 모조리 그에게 울타리였다. 편안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막아서는 울타리 말이다. 뭔가를 넘고 싶었다. 그는 ‘단편소설 정도의 길이도 감당이 되지 않는 지구력’ 탓에 자주 시를 읽었다. 짧은 문장들로 조직된 시가 긴말 하지 않고 자신을 이리저리 넘겨주는 탄성에 몸을 실었다. 어떤 권위에도 시큰둥했던 그는 ‘모범생의 얼굴을 가졌지만 내면은 거칠고 삐딱’하게 성장했다. 그는 철학자의 길을 걸으며, 이미 있는 이론에 철두철미해지기보다는 세계에 직접 한번 닿아 보려 했다. 이론을 가지고 세계를 보려 하지 않고, 세계에 직접 접촉하여 문제를 만나 보려 했다. 문제가 보이면 그때 필요한 이론을 얻어다 써 보려고 했을 뿐이다. “나는 문제아로 남고 싶었지, 정해진 이론에 의하여 모범적으로 정련되는 것을 싫어했다. 구멍이 좀 듬성듬성 나고 허점이 가려지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게 걷고 싶었을 뿐이다.” ― 「불손함이 빚어내는 생각의 기울기」에서 낯설고 깜짝 놀라는 그 순간 시작되는 것들 지난 몇 해 동안 최진석은 인문학 특히 철학을 우리 곁에 강력히 밀착시켰다. 그는 인문(人文)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고 명명하며, 인문학은 고매한 이론이나 고급한 교양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임을 단호히 말해 왔다. 이 책은 중진국 트랩에 갇힌 우리 사회에 건네는 창의적 시선의 높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성의 폐허를 딛고 독립적 사유를 시도하는 지성의 두께를 갖추는 일은 처절한 고독에서부터 시작한다. 경계의 불안을 감당하는 눈빛, 비밀스러운 경계에서 오직 혼자서 덤비는 쓸쓸한 눈빛이 지배적이며 독립적인 삶으로 우리 시선을 옮겨 줄 것이다. “사자의 눈을 보자. 늑대보다 더하다. 한없이 쓸쓸한 그 눈빛에 나는 무섬증보다 사자가 지키는 그 고독의 지경으로 빨려들 것만 같다. 이제 알겠다. 강한 놈일수록 눈빛은 더 쓸쓸하고 처연하구나. 호랑이도 그러하더라. 강한 자의 눈빛은 쓸쓸하다. 쓸쓸한 눈빛은 고독에서 나온다. 고독을 감당하는 놈이라야 강하다.” ― 「오직 혼자서 덤비는 눈빛」에서 경계에 서야 자유롭고 강렬해진다는 인문적 통찰의 첫 걸음을 거칠고도 유려하게 제시해온 철학자 최진석, 그의 첫 산문집 『경계에 흐르다』를 펼쳐 보자. “경계에 서 있으면 과거에 붙잡히고 않고 미래로 몸이 기운다. 미래가 열리지 않는 것을 한탄하지 마라. 내가 그저 한쪽을 지키는 성실한 투사임을 한탄해라. 경계에 서 있는 상태를 자유롭고 독립적이라고 한다.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만 창의적이고 혁명적이다. 거기서 모든 위대함이 자란다. 하지만, 경계는 안타깝게도 비밀스럽다.” ― 「경계, 비밀스러운 탄성」에서 “두 면을 동시에 장악하거나, 두 면 사이의 경계에 처하지 않으면 전면적 인식이나 진보적 삶은 구현되지 못한다. 한쪽을 택하면 과거에 박히고, 경계에 서면 미래로 열린다. 한쪽을 택하면 얼굴에 짜증기가 새겨지고, 경계에 서면 밝고 환해진다.” ― 「앞서기 위해 물러선 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