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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시라카와고, 동화 속 마을에 가다 2장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야칭스 3장 윤회의 끝자락과 시작, 라다크·카슈미르 4장 민민에이의 나라, 미얀마 5장 싸바이디 라오스 6장 소수민족들의 공화국, 베트남 북서부 7장 호찌민 루트와 무이네, 베트남 중남부 8장 하늘만큼 넓은 땅,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9장 딜리 두르헤, 라자스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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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속에 파묻힌 시라카와고의 봄과 모내기가 한창인 초여름, 마을 사람 모두가 나서서 벼를 수확하는 가을, 눈 덮인 겨울, 그리고 축제인 도부로쿠 마쓰리(どぶろく 祭り)와 전통 혼례를 올리는 예쁜 신부의 모습 등 시라카와고의 사계절과 이 지역의 각종 행사를 담은 사진들을 모두 보자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그중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진은 시라카와고의 겨울 풍경이었다. 뾰족한 합장식 지붕에 두껍게 쌓인 하얀 눈과 노란 불빛이 박힌 창문들, 이곳의 겨울 풍경은 현실 세계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동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p.29
따뜻한 저녁 햇살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승려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이는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누 떼 같다고 했지만, 내 눈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전쟁 장면처럼 보였다.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든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현실적인 광경이 아니었다. 거대한 무리 대부분은 집촌으로 향하며 서서히 그 안의 골목골목으로 흩어지고 있었고, 일부는 다리를 건너 숙소 쪽으로, 또 일부는 이쪽 언덕으로 오르고 있었다. 한순간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물감이 스며들 듯 붉은색이 칠해지고 있었다.---p.77 문득 주변을 보았더니 일행 중 독실한 불교 신자인 분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한곳을 쳐다보고 계셨다. 야무지게 생긴 동자승과 눈가에 주름이 많이 잡힌 노스님이 마주 보고 비앤징을 하고 있었다. 노스님이 질문하면 동자승은 짝 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대답을 했고, 또 자기의 대답이 맞는다고 노스님에게 겁도 없이 손가락을 치키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 노스님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동자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행은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는 일행은 이미 부처님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었다.---p.98 마을 초입의 수돗가에 눈이 동그란 여자애가 방금 세수를 했는지 빨갛게 터진 볼에 물방울을 묻힌 채 쳐다보고 있었다. 사탕을 하나 주고 헤어진 후 나무가 우거진 레스토랑에 들어가 맥주 한 잔을 마시니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다시 곰파로 올라가는데 아까 세수하던 여자아이가 여전히 수돗가에 앉아 있었다. “줄레” 하며 인사를 하자 아이는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하고는 다시 쳐다보았다. 아이는 아까 세수한 자신의 얼굴을 찍고 사탕을 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탕 하나 때문에 언제 올지도 모를 나를 기다리는 소녀가 있었는데,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며 시간이 멈춘 듯하다고 고상을 떨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니. 미안한 마음에 여러 개의 사탕으로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pp.152~153 종소리가 퍼지자 여기저기에서 붉은 승복을 입은 청년 스님들과 어린 동자승들이 나와 자신의 커다란 검은색 발우를 하나씩 들고 줄을 맞춰 식당으로 들어서는 모습은, 살기 위해 밥을 먹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경건한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루에 두 끼만 먹다보니 열 공기 정도 분량의 밥을 한꺼번에 먹는데, 반찬이라고는 라삐조(말린 새우 양념장)에 스프 정도였다. 저 많은 밥을 어떻게 다 먹나 싶었는데, 한국의 불교 예절과 달리 미얀마의 승려들은 음식을 조금씩 남겨서 걸인들과 동물들에게도 보시한다고 했다. 밥을 먹다가도 카메라가 향하면 수줍게 웃던 동자승의 맑은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다.---pp.181~182 디엔비엔푸(Dien Bien Phu)로 가는 길은 곳곳이 도로 공사 중이었다. 이 지역이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했다. 도중에 레드 몽족이 수십 명 모여 있기에 지프를 세웠다. 물어보니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라고 했다. 멀리서는 남자들이 가축을 잡고 있었고, 여자들은 전통의상을 화려하게 차려 입은 채 남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표정 어디에서도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인보다는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레드 몽족은 머리에 빨간 수건을 쓰고 그 위에 빨간색 방울을 여러 개 달아 장식을 한다. 지금까지 본 베트남 소수민족의 의상 중 가장 귀여운 장식이었다.---pp.264~265 어느 지역에 가든지 시장에는 꼭 가봐야 한다. 서민들이 가장 활기차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라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의 피사체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소 산만한 구도는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구시가지를 나와 어시장에 들어서니 소음과 냄새와 사람들이 뒤섞여 정말 혼이 다 나갈 것 같았다. 갓 잡아온 생선들을 소쿠리에 담아 저울질하는 여인들, 원색의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흥정하는 여인들, 오토바이로 생선을 실어 나르는 남자들, 미끄러운 바닥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까지…… 보고 있자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들에겐 ‘비린내’라는 단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고무장갑이나 비닐장갑이 없는 것인지, 모두 맨손으로 생산을 들고 만지고 쓰다듬고 있었다. 아…… 그 손으로 먹는 사과에서는 과연 어떤 맛이 날까.---pp.288~299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집의 대문이 살짝 열려 있어 훔쳐보니 귀여운 남자아이가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아이는 단호히 책을 덮으며 경계했다. 그 책은 코란이라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탕과 볼펜으로 유혹하자 살짝 코란을 열어서 읽는 시늉을 했다. 뚫린 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받아 코란과 아이의 옆얼굴이 밝은 빛을 띠어 더욱 뚜렷한 윤곽과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윽고 할아버지 훈장님의 호통으로 그 집을 나와야 했다. 녀석은 아쉬웠던지 밖에서 서성이는 내게 힐끗힐끗 눈길을 보냈다.---p.365 인도인들에겐 ‘딜리 두르헤’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델리는 멀다’라는 뜻이다. 이 말이 언제부터 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듯싶다. 하나는 인도 땅이 드넓어 무굴제국의 수도였던 델리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델리가 풍요롭고 발전된 도시이긴 하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가혹한 곳이란 의미다. 지금의 인도는 후자의 의미가 더 와 닿는다. 그렇기에 그들이 그렇게 신들에게 의지해 고통스러운 현세를 잊고자 하는 게 아닐까. ‘딜리 두르헤’는 인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p.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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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린 유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곳,
아시아 시골 마을로의 행복한 여행! 아시아 시골 마을 여행은 유년기에 대한 나의 회귀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가난하고 불편했지만, 순수하고 따뜻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잠재적인 욕구. 지금의 우리가 잃어버린 모습을 이들 나라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줄 때는, 빈곤했지만 마음은 한없이 풍요로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지고 행복한 눈물이 난다. - 프롤로그 중 여행과 사진에 빠진 결벽증 여선생의 아시아 시골 여행기! 유별나다 싶을 만큼의 결벽증을 가진 저자가 지금껏 다닌 여행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번화한 도시가 아닌, 소수민족이 모여 살거나 수도승이 몰려드는 벽촌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시골 마을은 하나같이 경이로울 정도로 다채롭다. 그런데도 포근하면서도 서글픈 시골만의 정서는 어쩌면 그리도 한결같은지 떠나고 나면 늘 눈물 나게 그립다. 그러니 그녀의 시골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여행칼럼니스트도 아닌 보통의 직장인인 저자가 틈만 나면 마음에 수혈을 받듯 찾아간 곳은 번화한 도시나 화려한 휴양지가 아니다. 지금의 우리가 잃어버린 모습을 간직한 우리의 이웃 나라들, 그곳에서도 깊숙한 시골 마을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골 마을들은 경이로울 정도로 다채롭고, 포근하면서도 서글프다. 떠나고 나면 늘 눈물이 나게 그리운 시골 마을의 정서가 아시아 구석구석을 관통하고 있음을 저자는 애잔한 시선과 위트 넘치는 문장,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아시아 시골 마을에 가면 지난날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들은 우리가 그랬듯 서서히 혹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사라지기 전에 찾아가 봐야 한다는 저자의 당부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향수를 넘어 절절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진전을 열었을 만큼 저자는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한 열정으로 담아온 이국의 살림과 거대한 자연 풍광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시아의 시골을 누비는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