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01 탐정놀이를 시작하다
02 곰돌이 푸와 서양 상업 문화의 뒷모습 03 처음으로 만난 중국, 중국인 04 메이드 인 차이나가 의미하는 것 05 상하이 신항, 중국 부활의 상징 06 중국식 사회주의와 만나다 07 팬티 공장을 방문하다 08 공자와 마오쩌둥 09 중국이 가장 싸요! 10 이우, 중국의 성공 신화를 쓰다 11 상하이의 이방인들 12 고무나무를 찾아 방콕으로 13 팟퐁 거리의 밤 풍경 14 제시의 죽음 15 현재진행형인 중국의 식민지 전략 16 여정의 출발점, 목화밭에 가다 17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신장지역에 대한 중국의 야욕 18 우루무치에서 목격한 인종 간의 권력관계 19 제국의 몰락 20 이다 방적 공장에서 전 세계로 21 ‘중화왕국’을 재건설 중인 중국 |
|
여공들은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일할 뿐이었다. 여공들은 미완성의 옷을 받아 옆 솔기를 꿰매거나 허리 밴드를 달아서 재봉틀 옆 바구니에 넣었다. 그다음 공정은 다른 여공이 처리했다.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 여공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모양이었다. 여공들은 어렸다. 그들은 내륙 지방에서 온 시골 출신들이라고 했다.---「2장 곰돌이 푸와 서양 상업 문화의 뒷모습」중에서
지하철 표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다툼처럼 상하이의 교통 흐름도 근본적으로 자유경제 체제와 비슷했다. 규칙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모든 자동차가 지닌 유일한 무기인 경적은 남용으로 인해 그 힘을 잃었다. 서양에서는 경적 소리를 들으면 다들 깜짝 놀란다. 경적은 잘못에 대한 돌발적인 질책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서 느꼈던 것처럼 상하이에서 경적 소리는 질책의 대상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3장 처음으로 만난 중국, 중국인」중에서 우리는 상하이 신항의 거대함에 기가 눌린 채 대형 금속 상자에 담겨 이동하는 엄청난 물동량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중국은 상품을 만들어 이곳에서 세계로 수출한다. 중국이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생산 중인 어미라면, 상하이 항구는 전 세계의 젖줄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국민적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중국 부활의 상징이자 중국이 세계에서 제자리를 찾았음을 알리는 물리적 징표가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5장 상하이 신항, 중국 부활의 상징」중에서 1980년대에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프리드먼의 사상을 피할 길이 없었다. … 중국도 프리드먼 병에 전염되었다. 이 시기에 덩샤오핑이 개혁을 시작해 중국 산업의 호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팬티도 만들어졌다. 덩샤오핑은 이것을 가리켜 ‘중국식 사회주의’라고 불렀다. 하지만 중앙 통제형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6장 중국식 사회주의와 만나다」중에서 이우는 현대 중국의 성공 신화로 손꼽힌다. 별 볼일 없는 시골 마을에 개발 계획이 수립되었는데, 입지가 좋아 성장할 기회가 충분했다. … 원저우는 가내수공업과 법률의 허점을 활용해 번영한 반면 이우는 비교적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길을 택했다. 이우의 새 공장들은 소형 상품들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할 요량으로 지은 것이다. 그중에는 팬티를 제조하는 공장도 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까닭도 그 때문이다.---「10장 이우, 중국의 성공 신화를 쓰다」중에서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상하이는 외국인들로 득실거렸다. 그리고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많은 외국인들이 사실상 중국과 격리된 삶을 살았다. 나는 데이비드를 기다리면서 잡지 〈댓츠 상하이〉를 뒤적거렸다. 잡지는 외국인 전용 고급 주거 단지 광고로 가득했다. “에메랄드는 포춘이 선정한 500대 주거 단지입니다”라는 광고에는 지극히 미국적으로 생긴 주부가 등장했다. 여자는 귀여운 일곱 살짜리 아들 앞에 무릎을 꿇고 귀여운 책가방의 멜빵을 고쳐 메어주었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대화가 이어졌다. “제리, 학교에 혼자 가도 괜찮겠니?” “당연하죠, 엄마. 에메랄드 단지 안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데요. 그러니까 아빠 공장에서 하루에 1달러 받으면서 일하는 불결한 중국인들에게 납치될 위험은 전혀 없다고요.” 마지막 문장은 인쇄 과정에서 편집된 모양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11장 상하이의 이방인들」중에서 복잡하고 투쟁적이고 격정적인 신장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진실은 신장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산 사람은 위구르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내가 머물렀던 우루무치 지역에서는 위구르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래된 나무 수레를 끄는 장사치 몇 명을 제외하고, 늦은 밤 붐비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은 모두 분명히 중국인이었다.---「15장 현재진행형인 중국의 식민지 전략」중에서 땅바닥에는 목화 꼬투리가 널려 있었다. 나는 꼬투리를 한 줌 집어 들었다. 토끼 꼬리 같은 목화 꼬투리들은 탈지면 같았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내게는 놀라웠다. 목화 꼬투리 중앙에는 올리브 씨만 한 크기의 씨가 들어 있었다. 만져보면 알 수 있지만 흰색으로 된 얇은 섬유 보호막에 둘러싸였기 때문에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 목화 섬유로 내 팬티를 만든 것이다. 내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팬티를 사면서 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이곳 마당에는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인 목화가 있었다.---「16장 여정의 출발점, 목화밭에 가다」중에서 위구르인은 때때로 중국인에 맞서 봉기했는데, 그때마다 인정사정없이 진압을 당했다. 10년 전에 서쪽 이닝 지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반란군들은 경찰 무기고를 부수고 들어가 무기를 탈취해 경찰 서넛을 죽였다. 중앙정부는 병사들에게 경찰 제복을 입혀 내보냈고 엄청난 유혈 사태가 뒤를 이었다. 위구르인의 사망자 수는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수천 명에 달했을 것이다. 이 수천 명 가운데는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경찰은 이름도 희한한 미국 ‘대태러 전쟁’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덕분에 근본주의를 청산한다는 구실 아래 회교도들이 중국의 억압에 항거하는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철저히 진압했다. 중국은 자원이 풍부한 신장 지역을 빼앗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17장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신장 지역에 대한 중국의 야욕」중에서 인도에서는 폭스바겐 비틀이 후진을 하면서 보행자들에게 비키라고 경적을 울려댔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투우사처럼 날렵하게 옆으로 움직여 간발의 차이로 차체를 피했다. 자동차는 후진을 하다가 벽감에 부딪혔다. 차를 돌리다가는 앞 범퍼가 과일 좌판대 바퀴에 걸려 수레를 몇 미터나 끌고 갔다. 이 때문에 수레에 쌓여 있던 망고와 귤과 파인애플 꼬치가 떨어지고 말았다. … 운전자는 차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좌판대 주인은 아픈 속내를 내보였지만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수레 한쪽을 들어 올려서 자동차와 떼어놓았다. 마침내 20세기의 자동차와 중세의 수레가 분리되자 폭스바겐 운전자는 즉시 차에 시동을 걸고는 인도를 질주하며 사람들에게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댔다.---「18장 우루무치에서 목격한 인종 간의 권력관계」중에서 나는 택시를 찾는 게 아니었다. 이곳이 어딘지 찾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성곽도시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쨌든 한때는 성곽도시였다. 지금은 비가 온 뒤의 모래성 같은 몰골이지만 말이다. 집과 창고, 곡식 저장고와 사찰 같은 보통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건물들은 시간과 바람의 힘에 의해 회색빛 흔적으로 퇴화하고 말았다. 모서리가 죄다 침식작용을 거쳐 둥글게 되었다.---「19장 제국의 몰락」중에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방에 남녀 60명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었다. 조합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목화 더미를 옆에 쌓아두고 손으로 목화를 선별하는 중이었다. 목화 더미에서 압축된 목화 뭉치를 집어 한 다발씩 떼어 불순물을 검사했다. 나 같은 방문객을 위해 깃털이나 머리카락이나 종잇조각 같은 불순물 사례가 벽보에 게시되어 있다. 젊은 노동자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아시아인다운 섬세한 손가락으로 목화 뭉치를 떼어낼 뿐이었다. 이 작업을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일주일에 엿새 동안 반복한다고 했다.---「20장 이다 방적 공장에서 전 세계로」중에서 내가 이다 공장에서 젊은 아가씨를 만났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위구르인에 대한 경멸감이었다. 그녀는 삶의 대부분을 신장에서 보냈고 고등교육도 받았다. 게다가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데도 위구르인이라면 싸잡아서 멸시했다. 비단 그 아가씨만이 아니었다. 아이비도 비슷한 말을 했고, 스티븐은 운전대로 직접 보여주었다. 우루무치의 도시 설계나 거리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도 알 수 있다. 위구르인은 이등 시민이었다. ---「21장 ‘중화왕국’을 재건설 중인 중국」중에서 |
|
팬티라는 소재로 지구가 돌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전 세계 소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얼마 전 MBC 스페셜에서'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각기 다른 국적의 세 가정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각 가정은 한마디로 ‘처절한’ 상황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처럼 중국산 제품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제품들뿐만이 아니라 먹거리마저 중국산에 점령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애써 중국산 먹거리들을 피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알게 모르게 중국산을 먹고 입고 쓰고, 봄철마다 불어오는 중국발 황사까지 들이마시며 산다. 중국의 존재감에 대한 수사는 이제 새삼스러운 말이 되었다. 전 세계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건을 소비하거나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OEM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그들에게 무언가를 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을 빼고는 세계경제나 세계시장을 말할 수 없다. 한때 ‘메이드 인 코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건은 아직까지는 ‘저렴한’ ‘믿을 수 없는’ ‘짝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언젠가는 이 수식어를 떼어버릴 날이 올지 모른다. 중국은 그날을 위해 지금도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려주는 책은 많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아무튼 분명한 사실은, 당분간 우리는 “중국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팬티 역시 중국산일지 모른다. 오늘 직장 근처 식당에서 먹은 점심 반찬 가운데 중국산이 조심스레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오는 걸까? 《이 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그와 같은 소박한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뉴질랜드에 사는 저자 조 베넷은 어느 날 할인매장에서 별 생각 없이 중국에서 만든 다섯 장들이 팬티 한 묶음을 산다. 그는 이 팬티들이 중국에서 뉴질랜드까지 왔음에도 단돈 8.59뉴질랜드달러(약 7,000원)에 팔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수많은 중간상인들을 거쳐 머나먼 뉴질랜드까지 왔는데도 어떻게 이 가격에 팬티를 판매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팬티의 제조 과정을 추적해 하나의 책으로 엮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중국으로 떠난다. 그렇게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는, 중국이나 중국산에 별 관심 없이 살던 저자. 그러나 그가 보고 만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전문가가 분석해낸 것에 뒤지지 않는다. 팬티를 통해 지극히 중국적인 중국과 중국인들을 만난다 우루무치의 목화밭에서부터 팬티가 되어 할인 매장 계산대를 거쳐 우리 손에 오기까지, 팬티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호기심 많은 저자는 팬티의 제조 과정을 하나하나 추적하며, 곧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느라 현재는 돌보지 않는 중국과 지극히 중국적인 중국인들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 우리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상업 세계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다. 동시에 차츰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이라는 거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웨어하우스(생필품을 파는 체인점) 상하이 지사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팬티의 수급처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전 세계로 중국산 제품을 수출하는 상하이 신항에서부터 취안저우의 팬티 생산 공장, 허리 밴드에 들어가는 고무의 수급처인 타이 필라텍스, 면사의 주요 생산지 우루무치까지 팬티와 관계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거리와 공원, 시장의 풍경들을 보고, 팬티 제조 공장의 간부와 노동자들을 만나며 상업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중국의 화려한 모습과 그 이면의 어두운 모습을 목격한다. 노동과 번영의 인과관계라는 위험한 실험에서 과연 중국은 성공할 수 있을까? ‘중화왕국’ 재건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국. 그러나 다른 한쪽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무표정하게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중국의 중국화 정책으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잃고 신음하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위구르 사람들을 중국은 ‘중화왕국’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가운데 새로운 21세기를 꿈꾸는 중국은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했던 노동과 번영의 인과관계라는 위험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과연 중국은 이 실험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매력적인 입문서! 이 책은 단순히 팬티의 제조 과정을 추적하는 여행기라기보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 상황을 기술한 책이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기록한 매혹적인 이야기이자 놀랄 만큼 깊이가 있는 서술이다. 아울러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 국가이면서도 종종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중국을 ‘팬티’라는 새로운 매개로 바라본 매력적인 입문서다. 이 책을 통해 ‘진짜’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