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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 별것 아닌 여유,
서서히 에너지를 주유하며, 공기를 마시다 치앙마이_14 02_ 별것 아닌 삶, 저렇게 살아도 좋겠다고 탐내다 빠이_ 132 03_별것 아닌 흥, 궁둥이가 들썩이는 흥을 만끽하다 라오스_ 164 04_ 별것 아닌 소란, 끝내 익숙하지 않은 낯섦에 분노하다 말레이시아_ 198 05_ 별것 아닌 인생, 한 치 앞도 모를 운명을 받아들이다 네팔_ 214 06_ 별것 아닌 나, 못돼 처먹은 또 다른 인격을 마주하다 캄보디아_ 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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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움찔거렸다.
지난날이 나에게 물어왔다. ‘너 지금 괜찮냐고…’ 삶의 무게와도 같은, 쓸데없는 짐을 늘리려 애쓰며 누가 등 떠밀지도 않은 그 삶에 한 발을 담그고서는 소처럼 일만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어느 날이 나에게 답을 해줬다. ‘너 지금 가슴이 뛰고 있다고…’ 지난한 일상에 막연하게 해 보고 싶었던 꿈틀거림이 생활 여행자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떠냐며, 달콤한 말로 꼬드기기 시작했다. 떠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심장이 뛴다. 미친 듯 말이다. 뛰는 심장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만큼… 고마웠다. 너무나 명확하게 반응을 해줘서 말이다. 현실과 일상의 무난함에 생명력을 잃은 줄만 알았던 그 심장이 다시 움찔거렸고, 그렇게, 어느 날이 떠나자고 말을 했다. --- p.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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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낯섦이었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머무른다. 최대한 늦게 일어나고, 하루하루를 뭉개며 급할 것 없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느지막이 일어났기 때문에 게으른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고, 또 게으르게 움직이다 보니 적당한 온도의 해가 내리쬐는 오후에나 밖을 나서게 된다. 발걸음은 작은 동네의 아담한 카페를 찾는다. 어김없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놓고는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그들이 살아가는 얘길 듣는다. 하루 중 가장 집중하는, 에너지를 쓰는 시간일 것이다. 이 모든 늘어짐의 시간이 좋다. 멈추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더 여유를 부리고픈 몸뚱이는 또다시 근처 공원을 찾아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잠시 낮잠을 자고, 다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푸른 잔디 위로 마구잡이로 펼쳐진 책과 스케치북과 색연필, 그리고 널브러진 이 시간이 좋다. 하루가 참 길다. 느지막이 일어났는데도 말이다. 드디어 황혼빛 노을이 물들어 오려나 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 그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볼 생각이다. 그저 그런 일상에 말이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 낯선 여행지의 시간 속 익숙함과 낯섦의 묘한 경계에서 성가신 고민을 하다, 결국 또, 다음 여행지로 향하는 짐을 싼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설렘을 찾아서 말이다. 긴 여행을 마치고... 아니, 여전히, 여행과 일상의 예매한 경계에서 살고 있는 나는 지금도 희망한다. 늘어짐의 태도로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어쩜, 너무나 소소해 시시할 수 있는 일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말이다. 특별한 것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기대하며 떠난 여행이었지만, 결국 긴 여행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일상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일상은 여행이 되어 준다고... 결코, 근사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 마음과 그 시선을 잊어버리지 않기를 애쓴다. 이 책을 펼치게 될 당신은 아마도 여행에서 느꼈던 그 날의 흐릿한 기억을 다시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잠잠하던 당신의 마음을 들켜버릴지도 모르겠다. 삶의 고단함에 지치고 열정이 시든 당신이라면,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여행을 원하는 당신이라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이라면, 그리 잘 그릴 필요 없는 여행 드로잉을 해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 책을 펼쳐도 좋겠다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