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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제0장. 미리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유전자 빌딩블록 / 첩첩산중 / 꿈 / 핵 / 유전체 문법 / 춥고 건조한 곳에서의 삶 / 고삐 풀린 망아지가 준마가 되다 제1장. 유전체 회문구조: ‘소주 만 병만 주소’의 생물학 실러캔스 유전자: 뭍으로 / 인간 유전체: 유전형, 표현형 / 인간 유전체: 광고편 / 유전체 암흑물질 / 비암호화 유전체 가족들 / 익은 과일을 눈으로 보다: 상동염색체 / 인트론 / 회문구조 / 리보자임 제2장. 자르고 이어 붙이기 세균의 분자생물학 / ‘뭣이 중헌디?’ / 제한효소 / 나를 알고 적을 알고 / 제한효소와 선천성 면역 / 자르고 이어 붙이기 / 유전자가위들 / 크리스퍼를 찾아서 / 쿠닌의 가설: 세균의 적응성 면역계 / 대니스코의 발효세균 / 크리스퍼 진화 / 작고 작은 것들의 세계 제3장. 크리스퍼 연대기 알파고가 크리스퍼를 만나다 / 크리스퍼 연대기 / 크리스퍼의 숨은 얼굴들 / 크리스퍼 삼인방 / 크리스퍼의 가까운 미래 제4장. 크리스퍼가 뭐길래-응용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려움 / 물고기도 가렵다 / 아메바 면역계 / 슬픈 모기 / 유전자 싹쓸이Gene Drive / 감수분열 싹쓸이? / 침팬지 염색체는 우리보다 두 개 많다! / 파초의 꿈: 캐번디시 바나나 / 크리스퍼와 고슴도치 / 스스로를 속이는 메커니즘 / 단 것은 대인저Danger / 식물의 세포벽 / 곰팡이와의 전쟁 / T세포 수용체를 재조합하다 제5장. 생명체를 향하여 신시틴syncytin: 바이러스 설화 / 왜 노화는 대물림되지 않는가? /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나를 잊지 말아요’ / 미토콘드리아 나눠주기 / 병목을 통과하다 / 미토콘드리아 후성유전학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미토콘드리아를 만나다 제6장. 크리스퍼는 야누스인가? 인간 세포를 갖는 돼지 / 나쁜 과학, 유사 과학 / 과학지식과 기술의 사회적 성격 /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생물들 더 읽어보기 / 모기가 사라지면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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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 반복서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자인 크리스퍼CRISPR는 유전자의 특정한 서열을 인식해서 자르고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문이란 항간에 “소주 만 병만 주소” 혹은 “다시 올 이월이 윤이월이올시다”처럼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동일한 문장 구조를 일컫는다. 영어의 ‘race car’같은 단어도 회문 구조를 이룬다. 단어나 문장에서처럼 유전자에도 회문 구조라 불리는 서열이 존재한다. 이야기를 전개해가면서 우리는 유전자가위가 작동할 부위가 유전자 회문 구조와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설명할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편집이 틀린 글자나 띄어쓰기를 고치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크리스퍼는 그 편집기술에 덧붙여 틀린 글자가 어디쯤 있는지도 감지하는 능력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특출한 능력이다. 14-15쪽
전사된 RNA가 리보솜과 결합하기 전에 모든 일을 해치워야 한다. 이때 마이크로 RNA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양동작전陽動作戰을 펼친다. 이런 양상을 봤을 때 RNA와 단백질이 결합하여 일하는 양상은 잘 보존된 생물학적 과정이다. 이는 크리스퍼가 ‘카스Cas’라는 유전자가위 단백질과 랑데부하여 일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다. 어쨌든 마이크로 RNA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포유동물 유전자 30퍼센트 정도의 번역을 조절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겠다. 그런데 생명체들은 왜 이런 부가적 장치를 만들었을까? 질문을 좀 바꾸면 이렇다. DNA를 전사해서 RNA를 만들고, 다시 그 RNA를 부수는 이유는 무엇일까? 93쪽 크리스퍼 서열 사이사이에 들어간 것이 바이러스의 DNA라는 것이다. 쿠닌은 “이제서야 모든 상황이 알려졌다”라고 논평했다. 크리스퍼 사이사이에 바이러스 DNA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쿠닌은 바이러스에 대한 무기로 세균의 크리스퍼가 사용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고세균 또한 크리스퍼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크리스퍼 체계는 꽤 오랜 전략이고 ‘카스 유전자’의 서열을 조사하면 바이러스와의 전쟁사도 새롭게 쓸 수 있을 듯하다. 158-159쪽 영국의 과학자들은 두 벌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이 아닌 경우 암컷을 불임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선택해서 손을 보기로 했다. 우선 ‘크리스퍼-카스9’을 이용해서 모기 알의 유전자를 편집한 다음, 이들이 성체가 되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이들을 정상인 모기와 교배시켜 생긴 자손들은 모두 이 유전자가 고장 난 상태가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실험은 매우 잔인한 실험이다. 우선 모기 새끼들 중 암컷은 모두 불임이다. 생식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컷은 이 고장 난 유전자를 다음 세대의 새끼들에게 물려준다. 이론상 생식이 불가능한 암컷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배우자가 없는 수컷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대상을 찾기 어려워진다. 결국 멸종에 이른다. 218-219쪽 첫째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배아의 조작에 편리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체로 과학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실험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체계의 파급력은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했던 것이기에 더 이상 부연하지 않겠다. 둘째, 인간의 체세포에서 적절한 조작을 가하여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생체시계가 거의 0에 가까운 역분화 줄기세포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서른 살짜리 어른의 정자와 난자를 합친 수정란으로 0살짜리 배아를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난자를 채취해서 정자를 수정시켜 수정란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 있기에 역분화 줄기세포는 각광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세포가 다른 종의 생명체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을 실험동물로 생식생물학을 연구하기엔 퍽 난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돼지 키메라 실험에서 1,500개가 넘는 돼지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300-301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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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몇 안 되는 ‘크리스퍼’ 교양서
김홍표 교수가 2년여에 걸쳐 집필, DNA 이중나선에서부터 3.5세대 유전자가위까지 현대 유전학을 총망라하다 이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질환이나 암, 난치성 질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빠르게 발전하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해하며 받아들이기란 어렵기 그지없다. 책은 크리스퍼가 무엇인지, 이 기술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기 쉬운 언어로 친절히 설명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본질은 세균에 있다 크리스퍼, 엄밀히 말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세균의 면역체계를 본뜬 것이다. 면역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처음 맞닥뜨린 외부 유전자를 마구잡이로 제거하는 선천성 면역계와 한 번 경험한 외부 유전자를 인지하고 제거하는 적응성 면역계이다. 적응성 면역계는 백신예방접종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의 세포로 된 생명체, 즉 단세포 세균들도 이 적응성 면역반응으로 외부 유전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세균은 침입한 유전자를 유전자 서열로 기억한다. 기억한 유전자가 다시 세균을 침입했을 때, 빠르게 인식하여 제한효소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파괴한다. 과학자들은 세균의 적응성 면역계, 즉 빠르게 인식하고 제한효소로 유전자를 자르는 것에 주목했다. 이를 응용한다면 원하는 유전자 서열을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하고 교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두고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 이야기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카스9은 유전자 서열과 제한효소가 붙은 형태로 세균의 면역계를 모방했다. 크리스퍼-카스9은 유전자 서열을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만드는 비용도 저렴하다. 따라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강력하다. 단순하면서도 빠르고 정확하다. 크리스퍼를 향하여 따라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세균의 면역반응을 이해해야 한다. 어쩌면 그전에 DNA와 RNA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수도 있다.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은 이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책이다. 저자는 2년여에 걸친 집필기간동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가장 친절한 언어로 설명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었다. 더불어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연구결과들도 놓치지 않았다. 「제0장. 미리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에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사전지식들을 먼저 설명해준다. DNA 이중나선이 어떤 문법을 가지고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지부터 DNA에서 RNA, 단백질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기 쉽게 알려준다. 생명이 기록된 글자들을 읽는 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제1장. 유전체 회문구조: ‘소주 만 병만 주소’의 생물학」에서는 본격적으로 유전자를 다룬다. DNA는 정적인 물질로 보이지만 결코 정적이지 않다. 생명이 진화하며 각각의 종이 DNA를 어떻게 진화시켰는지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DNA를 바라보며 DNA에 쓰인 비밀에 한 발씩 접근해나간다. 「제2장. 자르고 이어 붙이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전자가위가 등장한다. 크리스퍼는 언제, 어떻게 발견된 것이며 그 원리는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한다. 제한효소와 DNA 회문구조가 펼치는 기가 막힌 양동작전을 따라가다 보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얼마나 효율적인 도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어 「제3장. 크리스퍼 연대기」에서는 왜 사람들이 크리스퍼를 ‘발명’이라 부르지 않고 ‘발견’이라 부르는지, 크리스퍼가 등장한 과정을 시기별, 사건별로 상세히 정리한다. 더불어 지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제니퍼 다우드나, 장펑, 김진수 박사를 소개하면서 이 기술의 현재를 기록한다. 더불어 크리스퍼가 바꿀 가까운 미래를 예견한다. 「제4장. 크리스퍼가 뭐길래」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장이다. 앞서 이야기한 모기의 박멸, 바이러스에 강한 바나나 품종 개발, 뱀의 다리를 다시 되돌리려는 시도 등,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제5장. 생명체를 향하여」에서는 유전자가위로 생명체의 생식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방식을 통해 이해해본다. 이어 「제6장. 크리스퍼는 야누스인가?」를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사회적·윤리적 문제들을 짚어가며 어떻게 과학을 발전시킬 것인가 고찰한다. 유전자 교정 vs 유전자 조작 신이 인간에게 건넨 새로운 도구 이미 많은 나라에서 인간 배아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사용을 허가했다. OECD 가입국 중에서 배아 단계 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치료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만약 배아 단계에서 조작을 가한다면 유전질환들이 발병하지조차 않게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를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에이즈, 암, 난치성 질환 등 치료하기 어렵다 여겨졌던 질환들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극복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그만큼 파괴적이고 혁명적인 기술이다. 책은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큰 규모의 의학과 다르지 않다”라는 19세기 생리학자 루돌프 피르호의 말을 인용하며 저 문장에서 ‘의학’을 ‘생물학’으로 바꾸어도 의미가 같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과학은 자본을 가진 집단에게만 가치중립적으로 이용되었다. 저자는 과학지식과 과학자는 사회경제적 요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유전공학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특허전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인류는 크리스퍼로 특이점을 맞을 것이다. 질병에서 해방될 수도 있고, 노화를 극복할 수도 있다. 식량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신이 인류에게 건넨 새로운 도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그리는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