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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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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bert von Cham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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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무한정 나오는 주머니, 둘러쓰면 투명인간이 되는 망토, 악마와의 거래, 한걸음에 7마일을 가는 장화, 그림자만 남기고 다 숨겨주는 마법의 둥지처럼 옛 이야기 속의 모티브들로 가득한『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에는 독일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메르헨(M?rchen/ 민담/동화)과 노벨레(Novelle)라는 두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하지만 이 독특한 메르헨노벨레(M?rchennovelle)는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벌한 현대의 삶을 문제 삼는다.
여기에는 남들이 가진 것을 갖지 못하면, 즉 소유하지 못하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토마스 존을 방문한 슐레밀은 부자들의 모임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는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선뜻 돈주머니와 그림자를 바꾸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 돈은 소유자의 사회적 척도가 된다. 몇몇 순박한 사람들한테서 동정과 놀림을 받지만 비밀을 숨긴 슐레밀은 백작의 대우를 받고 사랑도 얻는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 그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사회 속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림자 하나라도 부족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부는 정의롭지 않은 것이었다. 회색 옷의 남자는 1년 만에 나타나 스스로 악마로 정체를 밝힌다. 자랑스러운 삶을 위해서는 돈도, 그림자도 모두 필요하지만 기독교 사회 속의 주인공에게 악마와의 결탁은 영원한 저주를 의미한다. 놀란 슐레밀은 돈주머니를 파기하고 참회의 여행을 나선다. 곧 탈출구는 기적처럼 등장한다. 우연히 그의 손에 들어온 중고 구두는 슐레밀을 한 걸음에 7마일씩 지구의 곳곳으로 운반해 간다. 그는 북극에서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식물을 채집한다. 이번에 그는 제동화를 덧신어 욕망을 절제한다.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지만 그는 자신이 남긴 돈으로 벤델과 미나가 세운 자선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다. 슐레밀은 식물학 연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홀로 삶을 이어간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말한다. 돈이 없으면 존재해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위해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것을 포기한다면? 그림자 없는 슐레밀이 말해주듯 그것 역시 개인을 사회로부터 추방시키고 소외시킨다. 과연 이 사회에서 악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일은 가능한가? 충직한 하인 벤델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활동의 근간이 되는 것이 따지고 보면 슐레밀의 부정직한 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직하면서도 현실에서 성공한 삶을 사는 것, 양심을 잃지 않으면서 성공을 쟁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슐레밀은 만년에 7마일 장화라는 마술적인 힘의 도움으로 이것이 가능했다.『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는 현대 사회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덕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낙오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