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1장 어머니, 파킨슨병, 1월 22일 2장 아버지, 강제 독립 3장 담뱃불도 처리하시지 못하는 부분은 정말 4장 희망원에 입소, 방은 202호실, 날씨는 화창 5장 간병노인보건시설의 스물네 시간과 아버지의 변화 6장 엑스레이를 찍는 동안 친구가 사라졌다 7장 아버지가 어떤 죽음을 원했는지 에필로그 다 기억하고 있네요 나가며 해제| 치매, 또는 롱 굿바이 _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손지훈 옮긴이의 말 |
Ryuji Morita,もりた りゅうじ,盛田 隆二
김영주의 다른 상품
|
제 경우에는 치매 환자인 아버지뿐 아니라 조현병을 앓고 있는 동생까지 돌봐야 했습니다. 아버지와 동생은 피해망상이 심해지면 둘 다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간병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한때는 소설 집필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까지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일상생활 속의 노력과 결심으로 간신히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개인적인 체험담 또한 간병의 의미를 생각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이 여러 제도와 정부의 지원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병 계획을 세우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p.9 “아버지랑은 잘 지내고 있어?” 대화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물어보자 동생은 “왜?” 하고 되물었다. “그냥,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지신 것 같아서.” “맞아. 얼마 전에는 점심을 배불리 먹고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점심은 아직 멀었냐고 화를 내지 뭐야.”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내 질문에 동생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기밥솥에 있는 밥은 다 먹어버려서 식빵을 구워서 드렸어. 그랬더니 한 입 먹고는 됐다고 하더라고.” “한 입 먹으니까 사실 배가 부른 상태라는 걸 알아차리셨구나.”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노리코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잊어버릴 것 같았다. 대화는 그만큼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무심코 방구석에 놓인 플라스틱 의류수납함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 p.45~46 “실은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상당히 오랫동안 뇌경색 약을 먹고 있는데요, 갑자기 약을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다고 해서 병원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이미 약 먹는 방법에 대해서 몇 번이나 물어보러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설명해주면 알았다고 대답하는데 금방 돌아와서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고요. 하루에 세 번이나 그런 일을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약의 종류가 바뀌었나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는데, 예전부터 먹고 있는 같은 약이었어요. 두 종류의 알약을 식후에 먹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약봉지를 내밀었다. 모리미 씨는 봉지를 슬쩍 쳐다보고 수첩에 메모를 했다. --- p.78~79 “어머나!” 모리미 씨가 소리를 질렀다. 소파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담배를 집어 들었다. “아버지! 위험하잖아요! 불이 난다고요.” 도시락이 놓인 쟁반을 들고 거실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내민 아버지는 쟁반을 들고 천천히 부엌으로 향했다. “그냥 여기 둬도 되잖아요. 지금 먹을 거 아니니까.” 짜증이 나서 한마디 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이쪽을 봤다. 그 순간 몸의 균형을 잃어버렸는지 넘어지는 건 간신히 면했지만 들고 있던 쟁반을 떨어뜨렸다. 도시락의 내용물이 마루 위로 쏟아져 내렸다. --- p.80 “저기, 류지.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어째서 입원을 해야 하는 거냐?” “말씀드렸잖아요. 희망원은 병원이 아니라 간병시설이에요. 어머니도 이용한 적이 있었잖아요. 지금 상태로 아버지 혼자 생활하는 건 무리예요. 자꾸 같은 말 반복하게 만들지 마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수석을 살짝 쳐다봤다. 아버지는 마치 사고 회로의 전원이 나간 사람처럼 무표정하게 ‘하아, 하아’ 숨을 내뱉고 있었다. 노인을 내버리는 산으로 데려가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근대적인 설비를 갖춘 간병시설에 모시러 가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입소를 거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역시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 p.87~88 아버지는 그 통로의 손잡이에 기대서 전원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면서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서 ‘아버지’ 하고 부르려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입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남은 간식이라도 먹고 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누군가를 향해서 열심히 말을 걸고 있었다. 소리가 작아서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결코 혼잣말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얼굴을 들고 살짝 위를 쳐다보면서 공중에 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그래”라며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후훗’ 하고 웃는가 싶더니 손바닥을 귓바퀴에 대고는 “응? 안 들려”라고 말하며 소녀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는 기분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언제까지 잠자코 있을 수만도 없었다. “여기 계셨네요, 아버지.” 망설이면서 말을 걸었다. _ 6장 엑스레이를 찍는 동안 친구가 사라졌다, 177쪽 “어머니는 신주쿠에 있는 병원에서 일했고, 아버지가 일하던 곳은 오테마치였지요? 데이트는 역시 신주쿠나 유라쿠초에서 영화를 보고 그랬어요?” “응, 둘이서 영화를 봤지. 정말 자주 봤어. 「황색 리본을 한 여자」「레베카」「카르멘 고향에 돌아오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굉장해. 다 기억하고 있네요, 아버지.” 아버지는 오 분 전에 말한 것도 잊어버리면서, 오십 년 전의 일은 깜짝 놀랄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맞아, 그리고 야마노테 선.” “야마노테 선이요?” “네 엄마랑 나란히 앉아서 한 바퀴, 두 바퀴…. 그렇게 빙글빙글 돌았지.” --- p.224~225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에도 노인성질환(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으며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담당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요양 필요도를 체크하고 의료기관 담당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오도록 합니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에 설치된 위원회에서 1~3등급의 요양 등급을 정합니다(치매의 경우에는 경도 치매를 지원하기 위한 4~5등급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받은 등급을 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재가급여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지원하는 시설급여입니다. 보통 1~2등급의 경우에는 재가급여와 시설급여 중에서 선택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3등급 이하인 경우에는 가족의 수발이 곤란하거나 열악한 주거환경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p.235~236 장기간의 투병생활에서 보호자의 부담은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도 때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해지기도 합니다. 간병의 과정에서 가족이 힘들고 지쳐 결국 나쁜 추억만을 남기게 되는 것보다는 여러 제도와 지원 정책을 잘 이용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당사자와 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피고,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함께 해나갈 수 있을지를 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한 고민의 시간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교감을 나눠야만 본인과 가족 모두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치매와 간병이라는, 이 헤어짐의 과정을 상처와 고통이 아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애도의 시간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 p.241~242 |
|
롱 굿바이, 그 애틋하고 달콤한 말맛 뒤에 존재하는 현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대표적 질환이기도 한 알츠하이머병은 잘 알려진 것처럼 고되고 느린 이별의 과정을 동반하기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롱 굿바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별칭은 애틋하면서도 달콤한 말맛을 느끼게 하지만 과연 현실도 그와 같을까. “네, 가와고에 시내에는 심신에 장애가 있는 고령자를 위한 특별양호 양로원이 다섯 곳이나 있어요. 현재 대기자가 구백 명 정도 있어서 조금 기다려야 하지만요.” 모리미 씨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곤 멀어져갔다. 그 말은 결국 특별양호 양로원에 있는 노인 구백 명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인가? 나는 모리미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일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_ 본문 중에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삶에 대한 의욕을 눈에 띄게 잃어버린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조현병을 앓는 동생과 치매 아버지의 동거는 불안하기만 하고, 이제 이 둘을 돌볼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는 모리타 류지뿐이다. 그가 기록한 이 십 년의 간병 일기에는 국가의 노인요양제도가 치매 환자가 있는 한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한 가족의 개별적 서사와 고령 사회라는 구조적 서사 모두를 들여다보게 한다. 독자는 그 두 가지의 서사가 맞물리는 지점을 차분히 따라오도록 유도된다. 그로 인해 자연스레 ‘나’와 ‘내 가족’이라는 개별적 서사와 함께 ‘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리타 류지의 경험을 추체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의 나이 49세에 시작된 간병생활은 평온했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가정만을 돌보기도 빠듯한 중년의 전업 작가가 치매 아버지와 정실질환을 앓는 동생까지 돌보며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눈물을 흘리며 연재를 앞둔 소설도 포기한 그는 자신의 서재보다 간병노인보건시설과 병원, 관공서를 오가며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늘 긴장해야 하는 간병생활의 고단함은 고집불통의 아이가 되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느끼는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제대로 추스를 수 없게 한다. 자신이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동생과 아버지를 설득하며 약을 먹이는 일이 날마다 반복되니 감정적 피로가 쌓인다. 입소 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간병노인보건시설의 조건 때문에 몇 개월 단위로 입소와 퇴소를 반복해야 하는 일은 늘 다음을 전전긍긍하는 불안을 야기한다. 그러다 기어이 간병 스트레스의 한계를 알리며 찾아온 공황과 우울증까지…. 모리타 류지는 십 년이라는 시간, 그 내밀하고도 지난한 간병의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한국이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7년, 그 경이적인 속도 앞에서 우리는 과연 준비되어 있을까 2000년에 이미 인구의 7퍼센트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는 2017년에 들어 인구의 13.8퍼센트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14퍼센트를 기준으로 하는 ‘고령 사회’에 들어서는 문턱에 서 있다. 이 같은 고령 사회로의 진입에 프랑스가 115년, 미국이 73년, 일본이 24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한국의 17년은 경이적으로 빠른 속도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령 사회 문제가 논의되며 최근의 치매국가책임제를 비롯해 환자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시범 시행 등 고령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을 진행 중이다. 제도를 만들고 공적 부조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제도와 재정적 준비가 잘되어 있다 하더라도 환자 본인과 그 가족이 삶의 새로운 과제를 받아들이는 데는 분명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노인기 질환으로 인한 투병과 간병은 자칫하면 그 자체로 서로에게 상처와 고통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모리타 류지가 이 솔직하고 용감한 고백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투병과 간병의 과정이 누군가의 상처와 고통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병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즐거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 배에 튜브를 연결해 영양을 주입해야 하는 위루형성술 여부를 보호자인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일 등 마치 자식과 부모의 역할이 뒤바뀌는 듯한 이런 상황은 치매 환자, 특히 부모를 간병하는 자식의 경우에 많은 심리적 혼란과 불안, 때로는 죄책감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기간의 간병생활은 물질적 부담과 동시에 정서적 부담을 키우며 간병인의 삶을 압박해온다. 그러다 이내 견딜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이나 우울증까지 더해지며 한 가정 전체에 불행한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그러니 고령 사회를 살게 될 우리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가 어떤 죽음을 원했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죽음이라는 것은 간병을 시작한 뒤에 갑자기 속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_ 본문 중에서 작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서문에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병 계획을 세우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말했지만, 고령 사회의 문턱에 서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이야기는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모리타 류지의 에두른 당부처럼 아프기 전에, 혹은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투병과 간병, 그리고 이상적인 죽음과 같은, 그 차갑고도 따듯한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