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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5월 16일 이탈 5월 17일 네팔 5월 18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5월 19일 (산행1) 여기에 있으면 저기에도 있다 5월 20일 (산행2) 늙어간다는 것은 5월 21일 (산행3) 유혹 5월 22일 (산행4) 기회 5월 23일 (산행5)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캠프) 5월 24일 (산행6) 순간의 선택 5월 25일 친구 5월 26일 봉사 5월 27일 멀미 5월 28일 룸비니의 대성석가사 5월 29일 섭생보시 5월 30일 무문(無門) 5월 31일 혼돈(混沌) 6월 1일 신은 어디에? 6월 2일 회자정리 6월 4일 불꽃마차 6월 5일 카주라호 6월 6일 코카콜라 6월 7일 섭씨 49도 6월 8일 타지마할 6월 9일 수도 델리 6월 10일 어머니 6월 11일 두 명의 간디 6월 12일 이별 6월 13일 인연 6월 14일 수도꼭지 6월 15일 달라이 라마 * 친구 경자에게 보내는 편지 6월 17일 마날리를 향해 6월 18일 금강산도 식후경 6월 19일 패러글라이딩 6월 20일 가족 6월 21일 잃어버린 신발 한 짝 6월 22~23일 버스 타고 22시간 6월 24일 떨림 6월 25일 만다라 6월 26일 판공호수 6월 27일 그 너머 6월 28일 모자와 도시락 *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6월 29일 캠프파이어 6월 30일 낙타 사파리 7월 1일 의상 페스티벌 7월 2일 레를 떠나다 7월 3일 젊은 친구들 7월 4일 브라마 사원 7월 5일 암베르성 7월 6일 내 친구 오토 릭샤왈라 7월 7일 아메다바드 * 아들에게 쓰는 편지 7월 9일 엘로라 석굴 7월 10일 아잔타 석굴 7월 11일 모든 끝은 시작의 꼬리를 물고 있다 책을 마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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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후배가 그랬다.
“언니, 인도는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시신도 찾을 수 없는 곳이야. 자식을 둔 어미가 그렇게 무모하게 집을 떠나면 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 p. 8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자 목적지 도착을 환영이라도 하듯 찬란한 햇살이 롯지 마당에 쏟아졌다. 햇살이 아니라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강가푸르나의 설봉에서 반사되는 광채였다. 지구 밖, 우주 어딘가에 착륙한 것 같기도 했고 대자연의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 서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아보았지만 심장에선 요동을 쳤다. 이 신비로운 기운을 온전히 흡수하고픈 갈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양인 한 쌍은 차마 설산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지 땅에 벌러덩 드러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사람은 형용할 수 없는 환희에 도취되면 잠시 정신을 놓기도 하지 않던가?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 상황에서 제정신이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 p. 56 나는 옷을 갈아입자마자 법당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높은 천장, 텅 빈 법당, 내겐 기도할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 내 기도는 윙윙 허공을 맴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으며 무얼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한 줄기 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마다 눈물이 맺혔다. --- p. 103 그렇게 시신을 태우고 있는 가운데 갠지스 강물 위엔 장작을 실은 선박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반나체의 사람들이 세 사람씩 한 조가 되어 장작을 뭍으로 운반했다. 무거운 통나무 뿌리를 들고 한 계단 두 계단 가트에 올라서기 위해 용을 써보지만 그들의 몸으론 역부족이었다. 뼈만 앙상한 할아버지들이었으니. 계단 모서리에 걸린 나무토막이 중심을 잃어 앞에서 이끌던 선두를 거꾸로 돌려놓고 말았다. 삼각형은 늘 그렇게 불안한 세 각으로 이루어졌고 세 사람은 그 각을 잃은 모서리에서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던 어느 누구도 그 추의 붕괴를 잡아주지 않았다. 데구루루 계단 밑으로 구르는 장작을 따라 세 사람이 옆으로 넘어져 버렸다. --- p. 145 “김 군아, 나 떨어진다. 나 떨어져. 내가 떨어진다고.” 철퍼덕! 급기야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놀란 마부가 소리를 지르며 앞 말을 세웠다. 나머지 말들과 사람은 아슬아슬한 경사로에 멈춰 섰다. 마부가 나를 일으켜 세워 다시 말 안장에 앉혀주는 동안 행여 어느 한 놈이 망둥이 짓을 하면 어쩌나?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흰 바지는 상공을 날아도 보기 전에 흙 범벅이 되어버렸고, 일행들과 마부는 어찌나 놀랐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 p. 234 마침내 버스가 도착해 나는 좁고 딱딱한 이층침대에 몸을 눕혔다. 어느새 통로 바닥까지 사람들이 가득, 그들은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 드러누웠다. 바퀴가 내 등 밑에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여행은 그렇게 길 위에서 길의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바람 같은 것. 나는 조용히 몸을 맡겼다. --- p. 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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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피처에서 현실을 감당할 힘을 얻다. 여행이란 그런 것”
살다 보면 누구에게든 한 번씩 넘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떤 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지만, 어떤 일은 좀처럼 떨쳐내기 어려워 몸과 마음의 중심이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저자에게도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흔히들 여행 하면 설렘을 떠올리지만 저자의 인도행은 ‘현실도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는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고통이 곧 은총임을 깨닫는다. 모든 게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적나라한 세상, 그냥 스쳐 지나칠 법한 장면들도 마음에 화석이 되고 눈물이 된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곳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며 자식뻘 되는 젊은이들과 놀다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웃다가 울기도 하고……. 여행기 『부엌에서 인도까지』는 부엌이라는 익숙한 장소로부터 낯선 인도로 훌쩍 떠난 어느 용감한 엄마의 이야기다. 저자는 매일매일 기록한 일기장의 행간에 작은 선물을 숨겨놓았다. 그걸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시작한 여행길에서 그녀가 마침내 붙잡게 된 것은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