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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당연한 사실인지를 알면서도 우리는 세상의 엄마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여기 83년생 장수연 라디오PD가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굴레에서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던 시간을 말한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함께 깨주시길. - 에세이 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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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태풍이 지나가고
1. 너의 이름은 이제까지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 첫 번째 결정 몸의 일기 나는 처음부터 네가 아니었다고 취향과 정서에 대하여 두 번째 처음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다시 부르는 노래/ 글쓰기와 똥 싸기 2.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달팽이가 움직이는 속도로 아이에게서 나를 볼 때 너를 통해,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롤모델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게 된다면 동생을 만나는 법 비교하는 말 ‘난감함’이라는 감정 내 남편을 키운 분에 대하여 복직 전날 밤의 상념 *다시 부르는 노래/ 나는 이럴 때 씁니다 3. 언제나 타인 자기 몫의 인생 어른의 언어 남편들에게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나는 기억한다 자식의 인생에 개입할 수 있다는 생각 너도 네가 마음대로 안 되지? 왜 혼을 내고 싶으세요? 사랑받고 싶어요 *다시 부르는 노래/ 선배열전 4. 귀를 기울이면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에 대하여 내가 변한 이유 아이들이 나와 다른 인생을 살기 원한다면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말 내가 살고 싶은 집 사랑은 타이밍 거절당하는 기분 아빠들이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당신에게 아이들이 비밀을 갖게 될 때 너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다시 부르는 노래/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글 [부록] 사진첩-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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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지울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워커홀릭 여자가 둘째를 갖고 일을 잠시 접을 정도로 변하는 데까지 불과 4년여가 걸렸습니다. 이 책은 그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다지 교훈적이거나 정보가 있는 책은 아닐 겁니다. 그런 게 없는 책이길 바랐습니다. 공중 화장실에서 급하게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했던 누군가에게 슬며시 말을 거는 마음으로 썼으니까요.
---「프롤로그- 태풍이 지나가고」중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을 잠깐 놓기로 했다. 내 정체성 중 가장 큰 부분, 카를 융 식으로 표현하면 내가 가장 무겁게 붙잡아왔던 페르소나를 벗어보기로 했다. 아이가 아니라 실은 나 때문에 육아휴직을 결정한 셈이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중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인 것 같다. 우리가 자동적으로 훌륭해진다는 게 아니라 그럴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다. 절대적으로 강자인 내가 철저히 약자인 누군가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는 존중감으로 최선의 배려를 하는 것, 자식이 아니면 내가 누구를 상대로 이런 사랑을 해보겠는가. 화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 힘으로 누를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것,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 딸을 통해 더 나은 인격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봤으니,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성숙한 인간이기를, 그리하여 조금 더 괜찮은 사람, 조금 더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너를 통해,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중에서 시어머님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려면 시어머님과 가족이 되겠다는 결심이 동반돼야 한다. 사실 요즘 세상에 시어머님과 며느리, 쿨하려면 얼마든지 쿨한 관계로 지낼 수 있다. 용돈 잘 보내드리고, 때 되면 덕담 주고받으면서,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그런데 ‘육아’라는 과업을 함께 수행하면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자기주장이 강한 예순 살 여자와 되바라진 서른 살 여자가 만나 가족이 되는 건 스물 몇 살의 또래 남녀가 만나 가족이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나는 그걸 몰랐다. ---「내 남편을 키운 분에 대하여」중에서 결국 나는 이 아이와의 이별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도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아이가 내 등을 보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아이의 등을 보는 날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곧 책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배웅할 것이고, 스물 언저리에는 혼자 살겠다고 짐을 싸서 떠나는 아이를 보내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제 남자와 손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모습을 뒤에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의 이별은 그 많은 헤어짐의 서막일 뿐이라고, 그렇게도 생각해보았다. _ 자기 몫의 인생(116쪽)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 뜻이 있을 테지만 양육의 과정에서 이렇게 스스로를 알아간다는 의미도 있을 듯하다. 사춘기를 지나면 성인이 되는 것처럼 이 시기를 지나며 다시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아닐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겪는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할 때 그 까맣고 깨끗한 눈빛으로 ‘너는 어떤 사람인가’ 묻는 경우가 많다날 때리는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물음은 이제 생각하니, 내가 그 어떤 면접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무서운 함정 질문이었다.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 ’는 말에 대하여」중에서 없던 제도가 생긴 건 물론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게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읽힌다. 사실 우리나라에 아이를 키우는 남성 근로자를 위한 제도는 거의 전무하다. 심지어 출산 휴가 일수도 ‘5일의 범위에서 최소 3일 이상’이라고만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회사 분위기, 뻔하지 않은가. 법에 ‘최소 3일’이라고 돼 있다는 건 길게 줘야 3일이란 뜻이다. 내 남편도 하율이와 하린이를 낳을 때 각각 3일씩 쉬었다.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중에서 배제보다 배려에 익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우선은 내가 관용적인 인간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배려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수록, 약자를 대하는 내 태도가 성숙해질수록,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갈수록 나와 내 자식도 더 배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이게 노키즈존 앞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다. ---「거절당하는 느낌- 노키즈존 단상」중에서 사회 곳곳에서 파워를 점유하는 건 대부분 중년 남성들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또는 조만간 갖게 될 사람들, 딸바보 아빠인 그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었으면 한다. 차별에 예민해졌으면 한다. 딸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그런 힘을 발휘해서 우리 사회가 보다 진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빠들이 페미니스트가 돼야 하는 이유」중에서 내 남편은 집안일에 절반 이상 참여하는 합리적인 남자이고 육아에도 적극적이다. 시댁 스트레스도 없는 편이다.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내 인생에 이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존재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결혼하지 않은 내 인생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울컥한다. 아마 결혼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도 나처럼 가끔 행복하고, 가끔 후회하며, 그래도 각자의 삶을 앞으로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삶이 버거운 어떤 순간을 만날 때, 당신이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이런가’, ‘내가 아이를 안 낳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 때문에 이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 우리 모두 삶이 주는 버거움을 잘 감당해보자.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당신에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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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을, 도리 없이 죄송한 입장에 서야하는
대한민국의 엄마, 여자의 현실을 쓰다 “집이 아닌 카페 화장실에서,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사람 많은 커피숍에서 임신 테스트를 해보는 여자의 심정,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이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은 아니었을 겁니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급하게 테스트해봤을 가능성이 크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프롤로그 중에서) 육아휴직 후 카페 화장실에서 발견한 임신테스트기. 급하게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했던 그 누군가에게 슬며시 말을 거는 마음으로 장수연은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책에서 내미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불안함과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시간을 견뎌내고 버텨내면서, 남편과 아이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은 과정을 공감의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많은 일들이 “네 탓이 아냐”라는 인생 선배의 조언, ‘엄마와 나는 함께 성장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듯한 두 딸의 말과 행동들, 힘들 때마다 마음 담긴 편지로 더없는 사랑을 고백해준 남편의 목소리에 장수연은 생각한다. 나도 바뀌어야 하고 성숙해야 하지만, 아이와 남편과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스텝을 맞추며 동시에 사회의 시선과 기준을 바꾸어보자고. 그래서 장수연은 썼다. 이따금 결혼하지 않은 인생을 상상하다가도 아이 때문에 뜨거워질 때, 내가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할 때,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라는 말이 공감될 때,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가 비로소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을, 도리 없이 죄송한 입장에 서야하는 대한민국의 엄마, 여자의 현실을. 그리고 세상에 정해준 모성애의 기준보다 자신과 자신을 사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아이들,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모성애와 엄마, 여성의 기준을 만들어갔다. 독자는 아이를 낳고 달라진 것, 아이를 낳아서 달리 보게 된 것, 아이가 나를 변화시킨 것, 천천히 스미는 ‘모성애’의 감정들, 그리고 일하는 여자의 고민과 성장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궁금한 얼굴을 갖고 있었던 20대 여성이 비로소 어른으로 홀로서기에 돌입하기까지 “이 시대에 엄마로 산다는 것은 여전히 외롭다. 엄마의 목소리는 엄마다운 목소리만 인정받는다. 그래서 난 그의 글이 좋다. 솔직하고, 날 것이지만, 이 시대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말에는 고개를 돌리고 강요된 모성애는 거부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다.”(서천석 추천사 중에서) 미래가 궁금한 얼굴을 갖고 있었던 20대 여성이 출산과 육아와 육아휴직과 복직을 경험하며 만난 수많은 세상의 난관들, 장벽들, 편견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빛 같은 것들. 수유실에서 카페에서 방송국에서 유치원에서 동네 구멍가게에서. 장수연은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순간들을 극복하고 내가 아이를 내 소유물처럼 다루기만 했던 시간을 곱씹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아이와 가족 그리고 일에 관한 애정과 열의를 포기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지켜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장수연은 아이를 알게 된 날(1장 너의 이름은)부터 내일을 위한 시간(2장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을 함께 살아내고 불현 듯 가족은 언제나 타인이며 자기 몫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알아간다(3장 언제나 타인). 그런 시간을 겪으며 언젠가 두 딸과 이별하는 시간이 오리라는 걸 예감하기도, 남편과 남편을 키운 분에 대해 곱씹게 되기도 하고, “세상엔 내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라는 말을 되뇌며 더 큰 어른으로 성장해나간다(4장 귀를 기울이며) 책에는 많은 것을 포기하기보다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시작하려고 하는 여자, 사람의 뜨겁고 값진 시간이 담겼다. 그렇게 그녀는 한 뼘 성장하고, 이렇게 그녀는 어른으로서 홀로서기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독자는 자기와 닮은, 어리고 좁았던 장수연이라는 한 사람의 시야가 나, 가족, 나아가 사회와 직장으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고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결혼한다는 것,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득하게 느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