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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는 글 1 김남일(소설가)
함께 여는 글 2 안건모(월간 ‘작은책’ 발행인) 1부 가을 수수에게 들키다 왕고들빼기와 칡꽃 오디와 버찌 초코 통증 급수가 다르다 등산객과 마라토너 어머님의 곳간 상약 밥상 ‘다이빙벨’을 보러 갔다 세제 외계인과 사는 디아스포라 천천히 흘러가는 은하수 2부 겨울 미련 없이 담담히 에너지 총량의 법칙 1 안녕, 선인장아 아버지의 미소 한 우물을 파 온 자의 지혜 뭔가 흘리고 다니는 남편 둘째는 쉽다는 이데올로기 GMO에 대하여 사랑스런 관찰력 3부 봄 산수유봄 여수에서 봄꿈 농부와 결혼했어요 산골 무인카페 이 여자, 눈매 깊은 금심 씨 앞집 여자 곶감농사 신은 이겨낼 사람에게만 고통을 주신다 4부 여름 거미야, 미안 농약을 사랑하는 어머님 뒷마당에서 나는 투명인간입니다 아이, 어떻게 키우세요? 대박과 헐 어미와 새끼 아버지의 텃밭 아내의 화초 내 집은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다 학자는 간 데 없고 새로운 여름 그리움으로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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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에서 캔 칡을 본다. 길쭉하고 배가 부른 암칡과 짧고 날씬한 수칡이 고루 있다. 자기 몸을 내놓은 칡에게 감사하니 스멀스멀 만족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파랑새 한 쌍 수줍은 듯 마당을 맴돈다.
---「왕고들빼기와 칡꽃」중에서 큰 아이는 오디로 작은 아이는 버찌로 입가와 윗옷이 검보랏빛으로 물들기 일쑤였다. 검은 알들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오디와 버찌를 한 대접씩 따는 일이 계속되었다. 오디와 버찌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의 유년이 풍성하다. ---「오디와 버찌」중에서 땅집에 살면서 늘 어떻게 하면 좀 더 게으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부지런을 떨 일이 전혀 없어도 땅집에 사는 일은 계속 몸을 움직여야 했다. 아파트 생활이 ‘태만해도 괜찮아’라면 땅집 생활은 ‘움직이지 않고 뭐 하니’였다. ---「초코」중에서 4.16 이후 7개월 10일이 지난 오늘, 나는 얼마나 달라졌나? 울음이 가시고 두려움만 커져서 내 가족, 내 아기 챙기면서 더욱 움츠러든 것은 아닌가. 46일 동안 단식한 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모습이 겹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아니, 진실이 침몰하지 않게 해야 한다. ---「‘다이빙벨’을 보러 갔다」중에서 나를 농사짓는 외계인과 사는 고독한 디아스포라로 취급하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숨을 폐 속 깊숙이 쉬며 살고 있다. ---「외계인과 사는 디아스포라」중에서 삶의 출구가 어디에 있나? 하는 심정으로 금심 씨를 보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까만 눈동자가 쓸쓸하다. 눈매가 길어 깊어 보인다. 이 여자가 금심 씨다. ---「이 여자, 눈매 깊은 금심 씨」중에서 알들이 주렁주렁 달린 거미줄과 거미를 만납니다. 걷어내며 건네는 말 ‘미안, 같이 살기엔 우린 너무 다르구나!’ ---「거미야, 미안」중에서 아버지가 일러 주신다.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 없고 간혹 전화를 받아도 끊으라고만 하는 엄마를, 자식들보다 친구들에게 열광하며 지내는 엄마를,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엄마를 헤아리라고. 딸인 나보다 ‘가족끼리 왜 그래’라는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엄마에게 서운함이 아닌 사랑을 전하라고. ---「아버지의 미소」중에서 다 차례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다른 봄입니다 산수유봄, 동백봄, 매화봄, 개나리봄, 자두봄, 벚봄, 배봄, 앵두봄. ---「산수유봄」중에서 나는 지구 온난화의 위협과 무농약 유기농 채소의 소중함을 안다. 영화 [워낭소리]에 감동하여 울었고 종자 보존의 긴박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불임과 기형아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나는 흙을 살리는 길은 ‘농약 없음’으로부터라고 믿는다. 이처럼 어머님과 나의 간극이 크다. ---「농약을 사랑하는 어머님」중에서 나는 나의 말과 행위에 좀 더 책임을 지고 싶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약속 시간 30분 전에 카톡을 날리는 일이 온당한 지 아직 모르겠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말과 행위에도 나는 진중함을 얹고 싶다. 뱉는다고 말이 아니고 본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이 중요하다. ---「내 집은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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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서리 눈 온 듯 하얗습니다.
너구리 한 쌍 느릿느릿 밭을 가로지릅니다. 눈 안 내렸는데 벌써 먹이가 떨어진 걸까요? 찬 밥덩이 한 그릇 담아 전해주려다가 눈 오면 다시 오너라 하며 그만둡니다. 저자 하채현은 모기와 벌레를 끔찍이 싫어하고, 뱀을 보고 놀라 소리를 꽥 지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이 참 여린 사람이다. 집 앞에 어슬렁거리는 너구리에게 밥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아침마다 거미줄을 걷어내며 ‘미안, 같이 살기엔 우린 너무 다르구나’ 하고 미안해한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산골 생활을 담은 ‘아름다운 산문’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산골 사투기로 승화시켰다. 저자는 서울 태생으로 수수나 참깨꽃이 뭔지 모른다. 오디를 먹은 적도 앵두나무를 본 적도 없다. 이런 저자가 도시의 일상과는 아주 다른 산골의 일상을 빛나는 예지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지역 문화 부흥을 위해 ‘동상연구소’를 설립하고, 무크지 『인문예술』을 창간하기도 했다. 산골에 산 오 년 동안 야릇한 충격 안에 있었기에 글을 쓰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모두가 도시로 향하는 때 ‘변방의 혁명’을 외치며 산골에 깃든 저자의 일상을 담았다. 한국의 기형적인 도시화에 역행하여 낡았다는 산골에서 저자가 경험한 세계는 지극히 자연을 닮아 있다. 가장 자연스러울 때 전해지는 풍성함과 다채로움을 실제 삶으로 말해주고 있다. 산골에 터를 잡은 것 자체가 반란이다. 저자의 예사롭지 않은 산골 생활의 로망을 엿볼 수 있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잔잔하고 경이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이 일상에 찌든 도시인과 일탈을 꿈꾸는 사람에게 ‘시스템을 벗어나도 괜찮아’라는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