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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는 눈을 비비고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냥 바다색이 진한 게 아니었다. 수면 위에 검은 벨벳을 씌운 것 같은 검푸른 파도가 점점 높아지며 거세게 몰려오고 있었다. 기름이었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정제되지 않은 원유였다. 기름범벅이 된 시커면 파도가 삼킬 듯 해변으로 밀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 p.5
시장에서만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게 아니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태안 곳곳에서 불길한 냄새가 감지되었다. 민수의 오빠 경철은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아내가 차려놓은 아침 밥상에 앉아 빨리 한술 뜨고 나가려는데, 어디선가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숟가락질을 멈췄다. 아홉 살 먹은 아들 서준이는 아예 코까지 막고 징징거렸다. - 84쪽 아무런 대책도 없이 주민들은 바다에 뜬 기름을 퍼냈다. 양동이와 바가지로 기름을 퍼서 대야에 모아서 날랐다.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고무장갑을 낀 사람도 있고, 맨손도 보였다. 그 누구도 안전에 대해 염려하지 않은 채 기름을 걷어내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정신없이 기름 퍼내기에만 열중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금세 여기저기서 구역질을 하고 토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어지럽다더니 쓰러지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이고 이러다가 기름 퍼내기도 전에 태안 사람들부터 죽겠네.” --- p.118 “정말 태안을 도우려고 오셨어유? 저희랑 같이 기름 없애겠다구?” “네, 도우려고 왔어요. 다들 힘드시죠? 저희는 광주에서 왔어라. 뭐 도울 일 없을까 해서요.” “저는 서울서 왔어요. 지난 여름에 태안에서 휴가를 보냈어요. 근데 여기가 지금 난리가 났다고 해서 식구들이랑 같이 왔어요.” “저는 대구서 왔어요. 억수로 멀대요. 근데 멀리 왔으니까 뭐라도 하고 가야지예. 뭐하까예?” --- p.138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찾아오는 그림 말이에요. 태안으로 오는 도로는 자동차로 가득하고, 만리포, 백리포, 안면도 해안까지…… 우리 태안의 길고 긴 해안을 따라 자원봉사 했던 사람들로 다시 인간띠가 이어지는 광경 말이에요.” --- p.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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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유출 참사가 발발한다. 태안군의 공무원 한민수와 태안 주민들, 그리고 태안을 돕기 위해 결성된 ‘태안사랑’ 멤버들은 참사를 함께 극복하며 비극을 기적으로 바꾸는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희로애락과 휴머니즘, 그리고 경직된 관료사회와 재난에 취약한 국가 시스템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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