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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난파 1주 전 드레이크 해협 난파 5년 전 피터만섬 난파 1주 전 드레이크 해협 난파 4년 전 맥머도 기지 난파 5일 전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에이초섬 난파 2년 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난파 4일 전 브랜스필드 해협 난파 3개월 전 오리건주 유진 난파 3일 전 디셉션섬, 웨일러스만 난파 1년 전 부스섬 난파 2일 전 프로스펙트 포인트 난파 10개월 전 코머런트호 난파 1일 전 남극권 남부 난파 15년 전 아르헨티나 푼타톰보 난파 몇 시간 전 남극권 북부 남극권 남부 난파 20년 전 미주리주 오자크스 걸릿 해협 난파 20년 전 미주리주 컬럼비아 걸릿 해협 더타이섬 드레이크 해협 난파 5년 후 오리건주 포틀랜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Midge Ray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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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변화를 멈추지 않는 바다에 적응하려고 쉴 새 없이 발버둥 친다. 평생 동안 짝을 바꾸지 않는 종들이 많지만 한 철 동안만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종들도 있다. 또 어떤 종들은 놀라우리만치 높은 이혼율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이따금 나는 켈러와 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서로를 향한 사랑에 빠진 것만큼 남극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극과 이별을 해야 한다. 나는 세상의 맨 밑에 닿을 때마다 우리의 둥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아니 존재하기는 할지 결코 알지 못한다.
---「난파 1주 전 드레이크 해협」중에서 남극 대륙이 어째서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장소인지를 설명하기란 언제나 어렵다. 서명을 하고 맥머도 기지에서 겨울을 나려면 먼저 심리 검사를 거쳐 어둠 속에서 그리고 고립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미치지 않고 여러 달을 살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나는 이런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늘 우스웠다. 나를 미치게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 문명사회다. ---「난파 5년 전 피터만섬」중에서 나는 남극 대륙이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을 차디찬 발톱으로 단단히 움켜잡는다는 것을 해를 거듭하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켈러가 바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임을 알아차린다. 붙잡힌 몸이 된 그는 이제 이곳에 돌아오기를 되풀이할 것이며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 중 그 누구도 그가 이곳을 찾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도 이를 곧 알게 될 것이다. 얼음 땅, 턱시도처럼 보이는 깃털 옷 차림으로 뒤뚱대며 걷는 생명체, 몇 시간이고 하늘을 수놓는 불타는 노을, 마음을 달래는 거친 평화. 고향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욕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켈러는 스스로가 다른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는 마침내 남극 대륙을 한가운데에 둔 채 삶을 이어갈 것이다. ---「난파 4년 전 맥머도 기지」중에서 나는 켈러를 올려다보면서 그가 사랑에 빠졌음을, 내가 아닌 이 대륙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음을 깨닫는다. 그를 탓할 수는 없다. 나도 맥머도에 처음 왔을 때 이곳에서 겨울을 났다. 나도 남극의 멋을 느낀 뒤로 영원히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 켈러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주황빛으로 달아오른 둥근 해가 수평선 아래로 모습을 감추고 바다 위에 불그스름한 검은 하늘이 펼쳐지는 시간이 날마다 조금씩 길어지는 모습은 얼마나 흥미로운지.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 하늘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여름 시즌의 마지막 비행기 소리를 듣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지. 영하 27도까지 기온을 떨어뜨리면서 100노트의 속도로 휘몰아치는 이곳의 폭풍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그가 경험하지 못했을 이런 폭풍이 들이닥칠 때면 사나운 유령처럼 휘날리는 눈발은 상상하기도 힘든 좁은 틈마저 비집고서 건물 안으로 파고든다. 보급품을 가져오는 사람조차 없이 오로지 맥머도 기지에서 겨울을 나는 200명과 함께 완전히 고립된 채 6개월을 보내고 나면 도시의 복잡한 거리와 오렌지와 나무에 무성하게 돋은 잎이 그리워진다. ---「난파 4년 전 맥머도 기지」중에서 기지로 돌아온 뒤 물품 보관실로 조용히 들어가서 텐트 하나를 찾는다. 그러고서 침낭을 팔 밑에 낀 채 펭귄 굴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손전등으로 어둠을 밝히며 걷는다. 나는 연구원 숙소의 불빛을 벗어난 뒤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 펭귄 무리와 나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까지 걷는다. 마침내 나는 땅이 움푹 꺼진 곳에 자리를 잡고서 바람이 흔드는 텐트 안에서 잠이 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펭귄들의 세레나데에 잠에서 깨어난다. 펭귄들은 사랑과 희망 그리고 삶을 즐기는 마음을 담아, 과학자들이 영원히 해독하지 못할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난파 15년 전 아르헨티나 푼타톰보」중에서 깊은 숨이 일으키는 폭풍, 얼음으로 조각된 얼굴에 어리는 갖가지 표정, 눈으로 뒤덮인 피부 밑에 정맥처럼 뻗은 조류 식물군. 나는 오래전부터 남극 대륙이 생명체 같다는, 가이아 같다는 생각을 해 왔다. 남극 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장소이기보다는 훨씬 더 사람처럼 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성질을 지녔으며 지략에 뛰어난 거친 사람처럼. ---「더타이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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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대륙에 온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과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사람으로요.” “이곳은 저한테 마지막 대륙이에요. 전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셈이네요. 당신은요?” 턱시도처럼 보이는 깃털 옷 차림으로 뒤뚱대며 걷는 생명체, 몇 시간이고 하늘을 수놓는 불타는 노을, 마음을 달래는 평화가 존재하는 얼음 땅 남극. 오직 이곳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여주인공, 뎁. 가족이나 친구들보다는 오히려 동물들에게서 더 위안을 받아 온 그녀는 따뜻한 집보다 얼음 바닥 위 침낭 속에서 자는 것을 더 편안하게 여기고, 코스 요리보다 반쯤 얼어붙은 음식을 더 좋아한다. 연구원인 그녀는 세상과 동떨어져 펭귄의 습성을 조사하는 일이 좋아 매해 남극을 찾는다. 새로운 탐험 기간이 시작되고, 뎁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고 이곳으로 내몰린 듯한 남자, 켈러를 만난다. 두 사람은 펭귄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서로에게서 위안을 얻으며 사랑을 키운다. 남극 탐험 기간이 끝나 가며 뎁은 켈러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길 바라지만, 남극과 사랑에 빠진 켈러는 그곳에 남기로 하면서 둘의 관계는 어긋난다. 그러던 중 남극 바다 한가운데에서 오스트랄리스호 침몰 사고가 일어나고, 뎁은 그 배에 켈러가 탄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오스트랄리스호 침몰 사고를 기점으로 난파 5년 전, 난파 20년 전 등의 먼 과거와 난파 1주 전, 난파 3일 전 등의 가까운 과거를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각 장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나뉘어 1인칭 시점에서 담백하게 서술된다. 화자인 뎁은 과학자의 관찰적이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난파 현장부터 펭귄 연구를 시작하게 된 아르헨티나까지, 독자들을 당시의 장소들로 안내한다. 차분하게 이어지던 뎁의 서술은 오스트랄리스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는 순간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면서 배가 바다에 가라앉을 때까지 숨 쉴 틈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는 독자들을 남극의 한가운데로, 펭귄들 곁으로 이끌며 자연과 인간의 생존과 공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사고 후 그녀의 상처와 상실의 아픔을 마주하고 나면 그녀가 해마다 남극을 찾는 사연을, 그토록 남극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대륙’ 남극의 한가운데에서 자연과 인간의 생존, 공존을 이야기하다 이 책의 작가 미지 레이먼드는 휴가차 간 남극에서 펭귄을 보고 큰 인상을 받는다. 변화를 멈추지 않는 바다에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는 펭귄의 모습에서 불확실한 세상에 발맞추려 애쓰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펭귄에 대한 관심은 펭귄 연구로 이어져, 아르헨티나 푼타톰보와 남극의 펭귄 서식지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그물에 걸리거나 버스에 치여 죽음을 맞아 개체 수가 감소하고 멸종되어 가는 펭귄들을 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생존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결국, 장엄하고 거대한 남극 대륙이 파괴되면 펭귄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도 무사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남극의 자연과 펭귄, 인간 모두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고 이 책 『나의 마지막 대륙』을 출간했다.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땅이지만 모두가 주인의 마음으로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마지막 대륙’ 남극. 세상에서 상처 받은 존재들이 내몰리듯이 찾게 된 마지막 안식처. 남극 대륙과 펭귄의 생태를 연인의 사랑에 투영하여 그려 낸 이 소설을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되짚어 보고, 모든 생명체의 모든 삶이 소중함을,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함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남극의 풍광과 펭귄의 생태를 잔잔하고 아름답게 묘사하면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심경을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재난소설과 생태환경소설 그리고 연애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의 마지막 대륙』은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으면서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