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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서양 여성사, 근대의 본질을 묻는다
혁명은 여성에게 무엇이었는가? 프랑스 혁명의 아마존 전사 테루아뉴드 메리쿠르 나를 찾아 포화 속으로 나폴레옹 전쟁 시대 러시아의 '여성 '기병장교 두로바 작은 진보, 작은 개혁의 사회주의자 독일 사민당의 페미니스트릴리 브라운 제국주의에 이용되고 민족주의에 돌팔매질 당하다 멕시코 정복자의 원주민 통역사 말린체 전통과 근대사이에서 '이슬람적'여성 해방을 외치다 오스만 여성 지식인 파트마 알리예 몸으로 껴안은 식민주의 고문 해방 알제리 해방전쟁의 여성 전투원 자밀라 부파차 인종, 젠더, 성의 장벽을 향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다 미국 흑인 여성운동가 웰스- 바네트 '완전한 여성'이란 무엇인가 18세기 프랑스 살로니에르네케르 부인과 스탈부인 사회개혁을 리드하다 19세기 영국의 부인 활동가 엘리자베스 프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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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이상과 배제의 논리를 넘어
서양 근대 여성 9인의 삶에 근대사를 묻는다 대개의 개론서에 정리되어 있는 서구의 근대사는 학문과 재력과 물리력, 그리고 의지를 갖춘 청년의 거침없는 성공담과 같다. 유럽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한 내적 수련을 마무리하고 미지의 외부 세계로 발을 내딛었다. 탐험의 시대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진출한 유럽은 곧 도처에 식민지를 개척했고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내부적으로는 산업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었고, 대의제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정치적 참여가 확대되었으며, 국민국가와 시민 사회가 형성되었다. 거침없는 성공의 과정에서 내적으로 노동계급과 사회주의의 도전, 외적으로는 식민지의 저항과 민족해방운동에 직면했던 유럽과 양차 대전을 거치면서 초대강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지금도 여전히 자본주의 경제와 세계 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서구 근대사를 이런 식으로 정리해 보면 역시 그것은 남성의 역사His Story이다. 하지만 남성만이 근대사의 주체였을까? 서양에서 근대적 질서가 등장했던 시대에 유난히 치열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을 통해 근대의 문제를 생각해 보는 책 ≪서양 여성들, 근대를 달리다≫(우리 시각으로 읽는 세계의 역사 5, 푸른역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해방의 이상과 배제의 논리를 동시에 품었던 근대가 여성에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근대 여성인가? 서구의 근대사는 남성 중심적인 특유의 근대적 인간상, 즉 일정한 성격의 근대적 주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근대적 인간의 이상적 전형은 근대를 알리는 큰 사건인 미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주요 문서인 ‘독립 선언문’과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문서들은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이며, 그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선포했다. 이 권리는 원칙적으로 신분, 지위, 지역, 민족, 인종의 구분 없이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것이었다. 보편적 인간의 보편적 권리라는 규범은 서구인이 근대라는 새 시대를 열었던 원리이자 힘이었다. 그러나 ‘보편적 권리를 누리는 보편적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했다. 보편적 인간의 지위는 보편성의 토대인 이성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재산과 교양을 지닌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었다. 그런 자격을 지니지 못한 이들에게, 특히 서구인이 미개하다고 판단했던 비유럽인 대다수에게 주권은 보류될 수 있었다. 시민이 되는 것은 자의적 통치와 차별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그 뒷면에는 시민 자격이 없는 이들을 끊임없이 분류하고 배제하는 과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성은 태생적으로 이러한 배제의 대상이었다. 남성의 경우 재산이 시민이 되는 자격이었던 것과 달리, 여성이 배제된 것은 생물학적 차이였기 때문에 여성은 더 오랫동안 시민권을 갖지 못했다. 생물학적 차이는 여성을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적 영역에 유폐시키고 정치를 비롯한 공공 영역의 참여에서 배제하는 근거가 되었다. 따라서 여성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의 확립과 확산의 역사로 표상되는 서양 근대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숨은 그림이 되었다. 숨은 그림 찾기 가려진 여성의 역사에서 시대의 본질을 보다 여성은 역사 속에서 비록 숨은 그림으로라도 언제나 존재했고, 나름의 역할을 했다. 때로는 혁명과 산업화의 주역이었고, 때로는 경쟁적이고 정복 지향적인 근대적 주체를 드러내 주는 반대급부의 수동적이고 연약한 약자의 표상이었으며, 때로는 국민국가의 찬란한 상징으로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 여성은 남성 중심의 근대사에 적응하면서 가정과 사적인 고유의 유대 관계와 친밀감의 정서를 발전시켜서 근대 고유의 가족 문화를 만들어 낸 주체이기도 했다. 드러나지 않던 여성의 역사에 하나씩 불빛이 비춰지자 전혀 다른 그림으로 역사를 볼 수 있게, 남성 중심의 서구 근대사 자체를 전복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는 근대사에서 여성이 가진 역설적 지위 때문이다. 근대적 담론은 보편을 내세우면서도 끊임없이 예외를 통해 배제를 생산해 왔다. 그리고 이런 활동에 힘입어 이 두 영역은 서로 침투해 들어가기도 했고, 결국 두 영역 사이의 구분도 인위적인 것이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여성들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도 다양하고 지역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에 걸쳐 있다. 출신도 상류층에서부터 노예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여성이라고 해도 시대와 사회, 계급이나 신분에 따라 그 경험의 차이는 상당히 크기 마련이다. 이 책은 ‘여성 개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여다보는 방식으로 그들 사이의 연대의 끈을 만들었다. 이 책은 각 나라와 시대에서 근대의 역설을 보여 줄 수 있는 여성을 선정했다. 이들은 근대적 변화가 시작된 시기 그 흐름에 휘말렸거나, 혹은 기꺼이 그 물살을 타면서 극적인 삶을 살았다. 기존의 이들에 대한 전기는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간 예외적인 여성의 위인전이나 수난사가 되기 쉽고 또 이제까지 주로 그렇게 소개되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한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전기적 서술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그가 살던 시대의 본질을 묻고 있다. 근대의 이중성을 보여 주는 아이콘?서양 근대사를 재조명하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성들의 삶은 보편적 권리를 주창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권리를 특정 범주로 제한하는 근대의 이중성을 보여 주는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여성의 삶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서양 근대사를 재조명하려 노력했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성들과 같이 예외적인 이력과 지극히 특권적인 지위를 누린 것으로 보이는 이 유명인들의 삶은 들여다볼수록 근대에서 여성이 가졌던 불안한 지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근대화의 추세와 근대 사회의 규범에 누구보다 충실하고자 한 이들이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배제되었고,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괴물 취급을 받기 다반사였고, 정말 미치광이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여성을 역사의 일방적 피해자로 여기고 여성사를 여성수난사로 환원하려는 것이나, 또 반대로 특출한 여성 영웅들의 성공담을 남성 중심의 역사의 대안으로 제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역사 속의 피지배자, 약자 집단의 일부로서 여성이 견뎌 낸 고통과 동시에 그것을 감수하면서 이루어 낸 성취를 조명했다. 이와 함께 근대 여성의 복합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폈다. 이러한 고찰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독려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고용차별, 저임금, 육아, 가족 등의 무게가 여전히 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젠더 지형을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