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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두, 환 대통령 각하.”
차갑게 그리고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하는 내 말을 들은 그는 더 놀랄 수 없다는 듯 두 눈가에 커다랗게 경악이란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그의 입은 자기도 모르게 벌어졌다. 두 눈가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나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말을 하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었다. 난 증오에 찬 목소리로 아니 한이 서리서리 맺힌 목소리로 그 말에 천천히 답했다. “지금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장군님이 내년에 들으셨을 소리입니다.” “…….” 전두환 소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지금 당신이 그런 마음을 품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제가 이런 짓을 안 했으면 분명히 내년에 대통령이 된다는 겁니다.” “…….” 상대는 여전히 침묵했다. “그런 것을 막은 제가, 아니 평생을 쌓아 온 군 경력이 일순간에 무너지게 한 제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우실 겁니다.” 노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은 절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됩니다. 내가 죽어서라도 막을 겁니다.”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난 연달아 몰아붙였다. “그 이유를 아십니까?” “음.” 그때서야 나지막이 깊은 한숨을 토하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었다. “당신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수많은 군 선배의 피눈물을 먼저 받아야 해요. 어디 그것뿐인가요? 수천 명의 광주시민을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죽여야 합니다. 거기에는 어린애도 있고 여자도 있어요. 그 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남은 세월을 아십니까? 하루아침에 멀쩡한 젊은 자식을 잃은 그 어머니, 아버지의 절규를 당신은 남은 생 내내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야 해요.” 드디어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라! 지금 네 녀석이, 어린놈이 소설 쓰냐?” 마주치는 손뼉이 오히려 반가웠다. “그리고 사회악을 추방한다는 미명하에 선량한 시민과 재야인사들을 삼청교육대라는 군부대로 강제로 보냅니다. 그들을 교육이란 미명 아래 고문으로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죠. 당하고도 그 사실조차 부끄러워 수십 년 세월을 홀로 삭여야 하는 많은 사람의 저주를 온전히 홀로 받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은 그 알량한 몇 년 간의 권력을 탐해 이 나라의 정기마저 죽입니다.” “아주 영화를 만들어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거 제대로 미친놈이구먼.” “이 나라의 바른 정기가 어떻게 죽나 말씀드리죠. 바른 것을 추구하는 사회보다 돈만 벌면 되고, 권세를 잡기 위해선 타인의 고통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사회. 아이들이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는 사회. 바른말을 하면 칭찬은커녕 오히려 매도하고 잡아가서 때리고 고문하고 강제로 군대에 보내 머리를 개조한다고 난리치는 사회. 수많은 젊은이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공부하기는커녕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는단 이유로 길거리로 나서는 사회.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자신의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영세한 기업인을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사회. 서민들이 당장 잠자리를 걱정할 때 권력과 야합해 수백억, 수천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주머니로 채워 넣는 사회. 도대체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데 당신은 9시 뉴스에 매일 나와 환한 미소를 지어 일명 땡전뉴스, 이건 9시 땡하면 전두환 당신이 매일 뉴스 첫머리에 나온다고 국민들이 비웃으며 한 말이야. 이런 사회를 만들려고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어.” 나는 격해져 오는 마음을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어서 장군이라는 호칭도 잊어 먹었고, 마지막엔 반말마저 쓰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지……?” 나는 존대하고픈 마음이 전혀 없어 끝말을 흐리고 말았다. “당연히 못 믿지. 도대체 그 말을 누가 믿을 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영웅이 되는 꿈을 꾸다 보니 네 녀석이 정신이 이상한 놈이 된 모양이군.”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강한 부정을 온몸으로 말했다. 나는 다시 차가운 미소와 더불어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이 그것을 믿게끔 하나하나 증명할 겁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