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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데이트 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승필을 만난 신영익이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왜 이렇게 이놈의 나라는 힘든 거냐? 개혁을 해도 해도 이건 뭐.” “형,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생각해 봐.” “뭘 말이냐?” “최소 80년 동안 썩어 문드러진 나라였어. 그 나라가 한번 개혁한다고 순식간에 바뀐다는 게 웃기는 거 아니야?” “80년이라……. 길기도 하다.” “일본 놈들이 한국에 발을 디딘 이후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 거야.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시작되었지. 그걸 고치는 게 그렇게 쉽겠어?” “이 힘든 일을 넌 왜 하려고 그러냐?” “안 그래도 후회가 많이 돼. 그냥 혼자 잘 먹고 잘살았으면 되는 거 같은데, 그놈의 쥐뿔같은 정의감 때문에 이 꼴이지 뭐.” “솔직하네.” “형만 지겨운 게 아니라 나도 지겹거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 승필이었다. “그래, 이 개혁이 성공하리라고 보냐?” “전에도 얘기했지만 일단은 불씨를 지펴야지. 지피지 않는다면 썩어 문드러져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 생각해 봐, 형. 이런 인간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자기만 잘 살자고 하는 제2의 이완용, 제3의 이완용이 나오지 않는 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없겠지.” “그걸 막고 싶은 거야. 적어도 조국은 잃지 말아야지. 조국을 잃은 국민이 얼마나 서러운지 팔레스타인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힘든 얘기야. 더군다나 지금은 칼 들고 싸우는 시절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렇다면 더 힘들 수도 있어.” 승필의 마음은 단단했다. 가만히 쳐다보던 신영익이 불쑥 말했다. “돈이나 줘.” “형.” “어서 줘라. 머리 깨지겠다.” 그러면서도 신영익은 미소를 지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