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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무엇이 역사지리학인가
1강 지리와 역사를 함께 요구하는 ‘경관 연구’
2강 시간과 공간 속의 역사지리학

제2부 옛지도 다시 보기
3강 지도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가
4강 고지도-옛사람들의 눈에 비친 공간 세계
5강 조선시대의 그림식지도 읽기

제3부 문화경관 읽기
6강 봉수와 문화경관 다시 읽기
7강 광주에서 굿은 어디에서 할까
8강 작고 아담한 무덤으로 권위를
9강 종족 마을-우리나라 촌락의 기본형

제4부 서로 다른 장소 말하기
11강 평해로 길가 이야기
12강 골품제와 화랑도의 지역 차별성
13강 풍수와 장소의 정치
14강 일제의 조선 신사 네트워크
15강 도시 뒷골목에 담긴 ‘장소 기억’-종로 피맛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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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653g | 170*230*30mm
ISBN13
9788964354384

책 속으로

그림식지도에 대한 욕구는 옛날인 조선시대만이 아니라 지도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각종 기술과 기기가 극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풍부하게 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대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 조선시대의 그림식지도부터 제시하면 “지도의 제작 기술이 낮았으니까”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림식지도는 지도 제작 기술의 수준에 의해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지도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정보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07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반도의 전통 건축물이 늘 작고 아담한 것을 추구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상도의 고대 무덤을 조금이라도 여행한 사람이라면 이런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경주를 여행하면 꼭 들르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대릉원이다. 그곳에는 동서와 남북의 밑쪽 폭이 각각 80m와 120m이고 높이가 22~23m인 황남대총을 비롯하여 우뚝 우뚝 솟은 거대한 무덤이 즐비하다. --- p.163

개신교의 선교 초창기에는 이 전략에 따라 선교 지역이 정해지면서 교파들의 분포 지역도 서로 달랐다. 특히 외래 종교가 도시 안에서 장소를 차지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때로는 다른 종교들끼리, 때로는 같은 교파와의 관계를 고려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전략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차지한 도시의 선교 거점들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일종의 랜드마크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경관 자체가 선교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어떤 종교 경관이 특정 장소에 들어선다는 것은 신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일상적 건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 p.169

출판사 리뷰

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가? 지도는 땅의 모양을 줄여 놓은 것인지 아니면 생각의 모양을 그려 놓은 것인지, 왜 한국에는 봉화산이 47개나 있는지, 외국에는 다 있는 거대한 전통 건축물이 유독 우리에게는 드문지, 옛날 교회와 성당이 언덕배기에 있는 이유와 피맛골은 정말 어떤 공간이었는지... 역사와 지리, 한 쪽 눈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역사지리학이라는 두 눈으로 볼 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왜 사람들은 피맛골이 사라지는 것에 반대하는가

청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하자, 즉 피맛골 재개발이 시작되어 그곳에 있던 생선구이집, 막걸리집에 굴삭기가 들어가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부터,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 공간 하나를 잃게 되었다는 분노까지, 그 양상은 다양했지만 전반적인 입장은 ‘반대’였다. 토건업자 배불리기와 선거용 치적 쌓기를 위한 졸속적인 재개발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반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재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과 피맛골 재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에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재개발 사업들과 나란히 놓고 본다면 피맛골 재개발 사업 자체에 특수한 무엇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사업을 둘러싸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이슈화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별 다른 이해관계도 없는 보통의 서울 사람들은 피맛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특히 더 반대하고 분노했다. 나와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피맛골이 사라지는 것에 반대를 하는가?

역사와 지리를 함께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왜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는 피맛골 재개발에 사람들이 반대를 하는지 역사와 지리를 함께 보면 쉽게 풀린다. 조선시대 지위가 낮은 관리가 말을 타고 종로 큰 길을 가다가 고관을 만났을 때 말에서 내려 인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었기에 ‘피마(避馬)’라는 이름이 붙은 곳. 일상에 지친 서민들이 무심하게 들러 국밥과 생선구이, 막걸리에 파전 한 상을 펼쳐놓고 삶의 무게를 덜어내던 곳. 심지어 60,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도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채 종종 들러 목을 축이고 갔다고 전해지는 곳인 피맛골은, 다른 말로 하면 보통 사람들의 기억이 배어 있는 역사적인 공간인 셈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모두가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서울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기억의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피맛골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렇게 장소, 역사, 공간, 기억과 같은 거대한 담론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당장 눈앞에 닥치는 문제, 이를 테면 역사와 지리는 100% 외워야 하는 그저 어렵기만 한 암기과목이 되어버리는 가장 현실적이고 골치 아픈 문제도 결국 역사와 지리가 분리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 책 「역사지리학 강의」는 역사와 지리가 분리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역사와 지리를 함께 다루는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개론서인 이 책은, 그래서 역사와 지리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한반도에 봉화산이 47개나 있는 이유

예를 들어 ‘봉화산’이라는 지명의 문제를 보자. 우리나라에 있는 산 이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바로 봉화산이다. 봉화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우리나라에 무려 47개나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산 역시 봉화산이었다.(봉하마을은 봉화산 아래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봉화산은 ‘봉화를 피워 올리던 봉수대가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변방에서 발생하는 긴급한 사항을 한양으로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통신수단이었던 봉수대는, 가장 많이 설치 운영되었을 때 그 수가 742개에 이를 정도로 조선의 대표적인 기간 통신망이었다. 비록 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실제 변란이 발생했을 때는 가동이 잘 되지 않았지만, 개념적으로는 빛과 연기로 구현되는 5개의 부호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일종의 디지털화된 통신수단이었다. 이렇게 빛과 연기로 신호를 보내는 봉수대가 멀리서도 눈에 가장 잘 띄는 산봉우리로 올라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새로 지은 봉수대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평범한 뒷산은 봉화산이라는 이름을 자연히 얻게 되었다. 수백 여 개에 이르는 봉수대가 전국의 산에 설치되었으니 봉화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이 정도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47개나 되는 독특해 보이는 지리적 현상도 역사적 맥락과 나란히 놓고 보면 쉽게 해석된다. 하지만 지리와 역사를 분리해서 보면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은 수수께끼로 남게 된다.

역사지리학을 알고자 한다면 처음으로 잡아야 할 책

이 책은 이렇게 역사와 지리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바라보는, 역사지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설명과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역사지리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연구들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앞서 말한 피맛골 이야기, 봉화산이 47개나 있는 이유는 물론이고 옛지도의 정확한 의미, 옛 교회와 성당이 언덕배기에 위치하고 있는지, 왜 우리에게는 거대한 전통 건축물이 없는지와 수도 이전의 정치학 등 각각의 장들이 담고 있는 사례들은, 저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어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먼저 읽어도 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리뷰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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