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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장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
제이장 민국지 제삼장 세자와 거지 제사장 핏물에 잠긴 열도 제오장 돈은 곧 진리 제육장 흑선 제칠장 내가 고자라니! 제팔장 해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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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여기는 어인 일로……?”
알 수 없던 목적지가 영등포 흥인방직이라는 사실에 의아한 이호직이 실용대왕에게 물었다. 미복잠행이기에 전하라 부를 수 없어 그저 형님이라 부르는 이호직이었다. 이호직을 비롯한 신정희, 최익현은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었기에 내심 꺼리는 바가 있었다. 아비인 이종병이 이준혁과 같은 왕권파인지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작금의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는 그였다. 또한 분명, 흥인군과 이준혁 영감이 손을 써 임금이 자세히 알 리가 없을 터인데 어이해 이리로 발걸음을 향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계획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도 일 좀 해 보려고 그런다. 왜? 난 여기서 일하면 안 돼?” 두 눈을 뚱그렇게 뜨고는 의아해하면서 묻는 이호직에게 별거 아니라는 투로 퉁명스레 대답하는 실용대왕이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근자의 일로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나온 미행(微行)이었다. 성난 민심이 전하의 행차를 알면 어찌할 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이번 미행은 아무래도 길보다 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리는 3인조였다. “뭘 그리 긴장하고들 그래?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의 명줄을 따오겠다는 놈들이 이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고만.” 당황하는 3인조를 뒤에 두고 사람들 틈으로 향하는 실용대왕이었다. “안녕하신지요, 어르신. 제가 멀리 시골에서 올라와서 일자리를 좀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기 공장에서 사람을 많이 쓴다는데 어떻게 하면 저도 일할 수 있을는지요?” 그 옛날 강화에서 나무나 지던 ‘원범’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눈앞의 꾀죄죄한 몰골의 더벅머리 총각이 조선의 지존임을 알지 못했다. “일은 무슨! 지금 공장문이 닫혀 여기 있는 사람들도 다 내쫓겨나서 굶게 생겼는데 새로 일할 사람은…….” 천연덕스러운 실용대왕의 태도에 그만 깜빡 넘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듣는 이중에서 누군가가 울화통을 터뜨렸다. “아니, 지금 전하가 보위에 올라 공장을 세워 일자리 천지라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시골에서 듣기로는 경성에 가기만 하면 일자리가 사방에 널려 있어 배불리 먹고 산다고 해서 올라왔는데 말입니다.” 능청스레 계속해 사람의 약을 올리듯 묻는 실용대왕이었다. “일자리가 있기는 있었지. 뭐, 이곳도 얼마 전까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썼으니 말일세. 그런데 저기 저치들 때문에 공장문을 닫게 된 것이 아닌가?” 아까 울화통을 터뜨린 이가 건너의 사람들을 가리키며 답했다. “공장문을 닫은 게 왜 우리 때문인가? 솔직히 말해서 민국에서 온 아씨의 말마따나 저들이 개나 소처럼 부려먹지 않았는가? 부평에 있는 광산에서 사람들이 산 채로 깔려 죽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가? 그게 다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 그것도 우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말할 셈인가?”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성을 내면서 반발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까요? 제가 시골에서 듣기로는 전하가 보위에 오르셔서 다 사람답게 배불리 먹고 살게 해 주신다고 그러던데 말입니다. 거기다 여기는 종친이신 흥인군 대감이 운영하는 상단이지 않습니까요?” 능청스레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실용대왕. “어휴,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 그게 다 서로 짜고 치는 골패지 않는가. 전하가 그 높다란 궁궐에 둘러싸여 있는데, 담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찌 아시겠는가? 또 설사 아신다고 치자고. 종친인 흥인군을 벌하시겠는가? 구중궁궐에서 호의호식하시는 전하가 우리 사정을 아시겠냐고? 처음 보위에 오르셨을 때야 강화에서 나무를 지시던 그 시절이 떠오르셨겠지만, 이제는 끼니때마다 산해진미를 드시고 비단금침을 깔고 덮으시니 옛 시절을 잊으신 거겠지.” 한탄조로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에 따로 앉은 사람들은 으르렁거리면서도 모두가 동의를 했다. “그건, 네 말이 맞다.” “맞는 말이야, 맞는 말.”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