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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고 아련한 꿈을 담아낸 세밀화들
햇볕을 가리느라, 비를 막느라 걸쳐놓은 비닐 천막들 사이로 비치는 햇볕을 담아놓은 그림들은 자연스럽게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아니, 그보다 이 그림책의 압권은 시장의 현장감을 넘어선 상인들의 상상과 꿈을 그려낸 장면들이다. 낚시광이면서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부분에서는 그가 바닷가의 거대한 암반에 앉아 낚시대를 드리운 장면이 그려져 있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양, 저 멀리 바다로 우리를 데려다놓는 작가의 힘이 만만치 않다. “나랑 같이 산다고 평생 일하느라 고생하고 여기저기 아플 일만 있어. 제대로 같이 맘 편히 여행 한번 못 다녔는데.” 병상에 누운 아내를 떠올리는 상인의 후회가 담긴 말도 놓치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화로 그려냈다. 그 꿈 속에서 잠시 그 노부부 내외와 함께 걸어도 좋겠다. “여기는 사려고 하는 게 딱 있다니까. 내가 물건을 잘 찾는 건지 물건이 나를 잘 찾는 건지.” “오늘은 또 뭘 물어보려고 왔어. 이 나이 되면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 “살아보니 마음 편한 게 몸 편한 것보다 낫더라고.” “내가 낚시를 참 좋아해. 그래서 물고기 파는 장사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 “비가 와도 장사는 하지 그럼.” “몸은 여기서 일하고 있어도 마음만은 바다에 가 있어.” 짧은 말들과 작은 그림들이지만, 어느새 머릿속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로 가득 찬다.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천막들, 고단함 속에 묻어나는 자신감. 왁자지껄 떠들썩한 시장 틈바구니에서 고단한 눈빛을 눈부신 햇빛으로 바꿔내는 작가의 솜씨에 작은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