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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_무엇이든 그 실체를 또렷이 봐야 걷어 내는 일도 가능하다
01 ‘막장’이란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_연탄 재발견 02 낯설어서 오해했습니다_한국 속 작은 이슬람 03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_당신을 대한민국 난민으로 인정합니다 04 모두에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_갈바리 호스피스 05 ‘다른 개발’은 가능할까?_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 06 왜 어떤 사랑은 죄가 됐을까?_남자×남자, 여자×여자 07 그저 그런 사장님, 나쁜 사장님, 좋은 사장님_여기 ‘사람’ 있어요 08 ‘놀이’가 사라진 교실이 문제야_시골분교에서 보낸 36시간 09 허물어진 건 집이 아니라 사람이었다_철거된 사람들 10 자본 없이 일상을 예술로 만들기_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11 나도 여자입니다_여성장애인 정윤수 12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_혼자 늙어 간다는 것 13 아이들의 ‘빈방’_기억한다는 것=질문하길 멈추지 않는 것 14 소외된 마지막 한 명까지 보듬다_야학 15 新가족의 탄생_서른여섯 살 딸, 스물여덟 살 엄마 16 평화는 언제 오는가?_내 집 앞에 떨어진 포탄의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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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지와 그로 인한 숱한 편견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나는 가난하지 않아 가난한 이의 한숨을 모르고, 이성애자라 동성애자의 고통을 모르고, 늙지 않아 나이 든 어르신의 외로움을 모른다. 죽음을 부르는 병에 걸린 적이 없어 죽음을 앞둔 이의 두려움을 모르고, 남의 땅에서 일해 보지 못해 이주노동자의 절망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는 ‘안다’ 또는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채 누군가의 삶에 대해 참 쉽게 말하며 살아온 것이다. ‘낯선 삶’에 카메라를 들었다. 어쩌면 나의 편견이 그리로 이끈 것일지도 모른다. 막상 다가가서는 내 안의 편견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고개를 드는 편견들을 부끄럽게 인정해야 했다. 카메라는 내 편견을 드러내고 동시에 그것을 깨기 위한 도구였다. 무엇이든 그 실체를 또렷이 바라봐야 걷어 내는 일도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해 보면, 나는 살다가 장애를 가질 수 있고 가난해질 수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늙어 갈 것이다. 그런 내 삶의 가능성과 법칙을 받아들인다면 타인을 향한 편견이라는 것은 기만적인 일이다. 만약 독자들이 책에서 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진과 글을 본다면 어쩌면 자기 자신의 편견과 마주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 p.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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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눈’을 의심하라
무기력과 냉소에 맞서는 나만의 카메라, 나만의 프레임! 이 책은 차별과 편견의 고개를 넘느라 힘겨운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현장을 돌아보는 다양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우리가 마주할 낯선 생각들은 이렇다. “난민을 아시나요? 한국 사람들도 한국전쟁 때 난민이었어요. 언제나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어요.”(본문 49쪽) 난민 문제가 전 세계 이슈로 떠오른 지금, UN 설립 후 최초로 도움을 받은 난민이 바로 한국의 난민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뭉클하게 하면서도 겸연쩍게 만든다. 6.25 당시 한국을 도왔던 나라 중에는 개발도상국인 미얀마, 라이베리아, 그리고 현재 끔찍한 내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시리아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으세요? 비장애인의 날은 없잖아요. 장애인의 날을 정한 것 자체가 차별입니다.”(본문 215쪽) 장애는 병이 아니라 그저 남과 다른 옷을 입은 것뿐이다. 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는 ‘장애인의 날’은 우리 안의 편견을 그대로 보여 주는 또 다른 차별일지도 모른다. “서구의 범죄는 기독교나 가톨릭과 연결시키지 않으면서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중동 지역 범죄는 이슬람과 너무도 쉽게 이어 버려요.”(본문 31쪽) 테러와 같은 범죄는 이슬람의 가치에 완벽하게 반하지만, 우리는 어떤 현상을 그것의 전부라 착각하거나,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이해와 존중의 사각지대에 있는 생소한 종교, 이슬람. 우리는 이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왜 저들은 동성애자가 됐을까 묻지만 왜 나는 이성애자일까 고민하진 않잖아요.”(본문 109쪽) 차별의 범위는 신체 조건부터 사회적 신분, 출생, 혼인 상태까지 정말 다양하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소수에게 배타적인 사회가 ‘양날의 칼’인 이유다. 책에 실린 열여섯 꼭지에는 오해와 선입견, 불통으로 얼룩진, 그래서 우리가 쉬이 놓쳐 버린 낯선 생각이 담겨 있다. 이 낯선 생각을 따라 무기력과 냉소에 맞서는 나만의 카메라, 나만의 프레임을 가져볼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발로 뛰며 쓴다’는 것은 이런 것 우리 시대 불편한 진실을 명랑하게 타파하는 사람 지식 여행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소외됐지만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열린 가슴으로 서로를 이해하자’는 긍정 또한 저자는 쉽게 뱉지 않는다. 그보다는 뉴스 화면, 일간지 귀퉁이에 무덤덤하게 장식되고 마는 사건, 사람들을 비로소 ‘우리 일’로 체감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너무 쉽게 판단했던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재정리한다. 무엇보다 쉽게 볼 수 없는 생생한 현장 사진들과 그 속에 담긴 밀도 있는 이야기는 이 책을 여느 책들과 다른 지점에 놓는다. ‘막장 드라마’ ‘막장 사회’ 등 모두 참 쉽게 ‘막장’이란 말을 내뱉을 때, 저자는 태백시 철암탄광의 지하 400미터, 섭씨 30도~40도를 오르내리는 진짜 막장으로 들어가 탄광촌 사람들의 가쁜 호흡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래 전 사양산업이 됐지만 어떤 이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연탄과 탄광의 문화사를 훑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편 대한민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에게 한국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해마다 급증하는 난민 신청자들과 이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또한 낡은 것은 곧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공식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의 유일한 달동네,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펼쳐지는 재개발 프로젝트를 다루며 모두가 행복한 개발은 가능한지 탐색한다. 그 밖에도 자본과 권력이 예술을 독점하고 유통하는 시대,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씨를 인터뷰해 영화 권력이 몇 곳의 대기업에 집중되는 동안 선택권을 박탈당한 관객의 ‘권리’를 짚고, 호스피스 취재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이야기하며 이를 사회적 공론의 문제로 꺼내는 등 당대의 예민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제시하며 일상의 재발견, 주목할 만한 인물 이야기를 망라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할 때 ‘진짜’ 세계가 열린다 자본주의의 패착이 잃게 만든 게 ‘사람’이라면, 이 책은 더 나아가 ‘사람앓이’를 하자고 권한다. 사람앓이 속에서 관심과 온기, 포용과 응원의 고리를 발견할 때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한 차별과 냉대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가 아닌 나, 너, 우리라는 단단한 연대를 이루는 것. 미디어가 끊임없이 날 선 말들을 쏟아내고 세상이 스펙터클하게 변해가도 나, 너, 우리를 볼 수 있다면 그 시선 끝에 희망이 자랄 수 있음을 책은 일러준다. 그러니 이제 마음먹어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겠다고!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조금은 낯선 사람들이기에 낯선 생각들이, 낯선 시선들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