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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죽음을 부른 새끼손가락만 한 상처 - 외과 의사 이야기 수치심이 키운 병 - 가정의 이야기 오랜 친구의 배신 - 피부과 의사 이야기 불확실한 예술 - 위장병 전문의 이야기 한 임산부의 특이한 요구 - 산부인과 의사 이야기 군의관의 침묵 - 안과 의사 이야기 능동적인 안락사 - 심장병 전문의 이야기 서랍 속의 메스 - 소아 심장병 전문의 이야기 환자에 대한 죄의식 - 마취 전문의 이야기 응급실의 가장 끔찍한 악몽 - 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한 전문의의 고해성사 - 흉부외과 의사 이야기 보호자가 말하지 못한 진실 - 의대생 이야기 금지된 약물의 재발견 - 노인 의학 전문의 이야기 오만함이 부른 의료 사고 - 기관지경 검사 전문의 이야기 믿음이 낳은 기적 - 내과 의사 이야기 병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 두 번째 외과 의사 이야기 의사는 아무 때나 울지 않는다 - 신장병 전문의 이야기 정신안정제를 거부하는 노인 - 신경과 전문의 이야기 너무 앞서간 시도 - 비뇨기과 의사 이야기 편안한 선생님, 불편한 의사 씨 - 소아과 의사 이야기 대니 파버의 역사적 도전 - 해설자 이야기 후기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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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가 보낸 카드에는, 만일 아를린 윌리엄스의 시대였다면 절망적이었을 상황에서 시행된 일련의 처치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늙은 아저씨. 이제 수술 20주년 기념일을 맞았어요. 이럴 때 감사의 글을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삶은 멋져요…….” 마리에게는 암의 흔적이 없다. 오늘날 진행이 많이 된 암에 걸린 여성의 상황은 마리가 처음 내 진료실을 방문한 1986년에 비해 더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 몇십 년 후에는 새로운 화학 요법과 면역 요법이 발전하면서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p.47
그러던 어느 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이루어지던 조의 방문이 끝날 즈음 나는 새 처방전 용지를 건넸다. 그는 새로운 처방전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왜냐하면 기존 약을 또 주는 것을 제외하면, 내가 새로운 약이나 새 요법을 제시하지 않은 지 제법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좌측 상단에 Rx(처방전의 약자)라는 글귀가 쓰인 작은 종이쪽지를 내려다보더니 눈빛을 반짝였다. 내가 조에게 내린 처방은 세 단어였다. “회고록 한 질.”---p.80 의사로서의 여성에 대해 제기되는 모든 비난들 중에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우리가 환자의 불행과 비극을 접할 때 너무 많이 운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중상에 대한 나의 반감은 “여성들은 항의를 정말 너무 많이 한다”에 그대로 해당될지 모른다. 내가 분명히 많이 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눈물을 잘 흘리는 남자 의사들도 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내가 스스로에 대한 통제에 능하다는 점이다. 안전하게 내 차 속에 있게 된 후에야 나는 슬픔의 요구에 응한다.---p.207 그날 오후, 불확정성 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나는,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이 엄마에게 말했다. 진찰을 그렇게 자주 받지 않아도 되고, 측정은 정기 신체검사 때에만 할 것이며, 내가 보기에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정도가 지나친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나는 버펄로에 있는 신경외과의 신임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 후 그 작은 도시에 머무른 5년 동안 나는 정기적으로 아이를 진찰하면서 머리 크기는 두 차례 진찰에 한 번꼴로만 측정했으며, 아이 엄마는 진정제를 끊었다. 아이의 21세 생일에 그녀는 보스턴에 있던 내게 편지를 써서 그가 잘 있으며, 현재 버몬트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p.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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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라는 예측불허의 현장에서 진정한 의사들의 휴머니즘을 발견하다
한국의 명의(名醫) 백인제를 떠올리게 하는 21명의 실화 속 의사들 의학계의 고전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의 저자인 셔윈 눌랜드 박사는, 지난 30여 년의 외과 의사 경험을 인문학적 소양과 접목한 책을 여럿 집필했다. 특히 그의 저서에서 늘 보이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시선은, 문득 한국 외과 의학의 개척자 백인제 박사(1899~?)를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야인시대’(64화)에서 하반신에 큰 부상을 입은 공산당 간부 심영에게 성불구자가 되었음을 알려준 뒤, 대성통곡하는 그의 모습을 측은히 바라보는 의사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백인제 박사는, 탁월한 의술뿐만 아니라 환자의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치료해줌으로써 많은 칭송을 받았다. 그런데 눌랜드 박사가 기존의 저서와 달리 에세이집처럼 구성한 이 책 [나는 의사다]에는 무려 21명의 백인제 박사들이 등장한다. 21세기 의학판 ‘캔터베리 이야기’ [나는 의사다]는 눌랜드 박사가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수집해왔던 의료계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사의 인간애와 솔직함이다. 전문 작가들마저 진정한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할 만큼 정교한 문체를 구사하는 눌랜드 박사는, 의료 실무는 물론 의학사 연구에도 평생을 바치면서 의료 윤리의 복잡한 특징들을 평가해왔는데, [나는 의사다]는 이런 사람이 책을 쓰면 어떤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중세 유럽의 다양한 직업인들이 털어놓는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그 시대상을 그려낸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처럼 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소아과, 마취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털어놓는 실화들로 구성된 [나는 의사다]은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부터 흠결까지” 생생하게 다루면서 우리 시대의 의학상을 그려내고 있다. 중증 당뇨병 환자로 태어나 15년 동안 병원에서 살았던 환자가 사망한 뒤 그의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슬픔을 나누는 여의사, 인종차별주의자인 상관 가족의 치부를 목격하고도 입을 다물게 된 유대인 군의관, 아프리카 출신 제자들을 무시하던 스승의 오만함이 부른 의료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기관지경 검사 전문의, 기이한 질병을 발견했다며 흥분했으나 400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고서를 보여주는 스승 앞에서 부끄러워한 외과 의사의 이야기 등을 읽다보면,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실화라는 사실에서 더 큰 웃음, 애틋함, 감동을 느끼다가 어느새 이야기 속 인물들과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1970년대에 시작된 여성 해방 운동과, 그 자체만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라던 유방암 검사에 대한 대통령 영부인들의 인식 전환 운동, 그리고 낭만주의 문학 작품들이 고발한 인간(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술에 도입한 에테르 같은 마취제 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는가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의학과 의사의 역할이 단지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으며, 역으로 사회가 의학의 발전을 이끌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의사다]에 실린 21개의 에세이들은 특정한 사례나 미스터리를 파고드는 과정에서, 예를 들면 어느 불량 청년의 횡경막에 생긴 예상치 못했던 “새끼손가락만 한” 작은 구멍과 그로 인해 장에서 역류한 오물로 가득 찬 가슴 같은 사례에서, 혹은 특정한 처방의 예기치 못한 결과에서 의사와 환자 혹은 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 존재하는, 아무도 감히 침해하거나 간섭할 수 없는 관계를 탐구한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TV 드라마 제작진이 결코 소개한 적도 없고 소개할 수도 없는, 정말 놀랍고 흥미진진한 실화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