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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삶
박진성
B612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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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서문
이후의 삶

저자 소개 1

1978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자랐다.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했고, 시집 『목숨』, 『아라리』,『식물의 밤』을 냈다. ‘혼돈과 결락의 시간’을 딛고 일어나 작고 소박한 사물과 사건, 그리고 언제나 신비로운 미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즐거움을 배우면서 글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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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44g | 130*188*30mm
ISBN13
9788998427177

책 속으로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당신 마음의 주인이 아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평화를 느껴 본 게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당신을 가만히 놓아줘 본 게 언제인가요. --- p.10

그 맨 앞자리에는 물론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다. 자책이 있고 괴로움이 있고 후회가 있다. ‘그 일’ 이후의 삶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삶은 도대체가 불가능하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자기 전에 세 번, 일어나서 세 번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 일’ 이후 정말로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 p.20

시를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나의 소망이 오만이 아니길. 시를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니길. 시 한 편 쓰는 일이 나에게도 감사하고 너에게도 감사한 일이 되기를. 그렇게 이 모든 시간이 힘겹게, 다만 고통스럽게 지나가기를. --- p.100

극단의 고통은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죽어가고 있다’가 ‘살고 있다’로 바뀌고 있다. 나는 나의 삶을 드디어 긍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일’ 덕분이다. 당신이 모르는 어떤 마음으로, 내가 모르는 당신의 마음에게, 사랑한다고 그렇게만 쓰고 싶다. --- p.128

서로의 마음의 소매를 잡고 간신히 이제 막 서로의 몸끼리 헤어지려는 연인들의 귀여운 슬픔을 엿듣는 늦은 밤. 혹시나 내 방의 불빛이 방해가 되지 말라고, 서로의 소매를 더 오래 붙잡고 더 오래 서로 안타까워하라고 방의 불을 끄고 스탠드를 켜고 조용히 읽던 책을 다시 읽는 늦은 여름밤이다. --- p.139

단 하나의 눈동자를 상상하는 오후가 지나고 있다. 네가 쳐다보지 않으면 나의 시간들은 죽고 말아, 떨림과 불안 사이에서 내가 생각하는 단 하나의 눈동자. 오늘은 그리로 해가 지겠다. 밤도 오겠다. 네가 없는 시간의 너의 눈동자가 나의 오후를 대신 지켜주고 있단다. 너의 눈동자를 상상하며 나는 간신히 견디고 있단다. --- p.171

언젠가 질 수 있다는 것은, 언젠가 부담스러운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져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꽃에게도 인간에게도 큰 축복이다. 꽃과 잎이 마구 뒤섞인 벚나무 아래 서 있다. 그 벚나무에게로 시선을 다 주고 오롯이 벚나무가 되어 보는 4월의 어떤 날을 지나고 있다. 살고 싶다. --- p.215

구원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반복을 견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낮과 밤의 반복, 일상의 반복, 계절의 반복, 기후의 반복, 감정과 의지와 마음의 반복을 견디는 일. 그 반복과 그 견딤을 기어이 사랑하는 일. 걷는 것처럼, 걷는 것처럼, 계속 걷다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처럼, 나는 이 반복을 견뎌야겠다. --- p.275

그 많던 밤들의 활자들이 내 몸에서 이제는 저희들의 리듬으로 운행하고 있겠구나. 내가 모르는 리듬으로 내 몸속을 둥둥 떠다니며 나의 다른 장기(臟器) 같은 것이 되었구나. 그 장기로 숨 쉬며 나, 겨우겨우 어떤 시절들을 건너왔구나.

--- p.311

출판사 리뷰

펀딩 통해 410여 명이 후원, 공동체가 보듬어야 하는 ‘이후의 삶’

이 책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서 후원을 받아 제작된 책이다. 410 명이 훌쩍 넘는 애독자들이 후원을 했고 금액도 1,6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시인 박진성의 ‘개인의 삶’은 이제 공동체가 보듬어야 할 어떤 ‘공동의 삶’이 되었다.

“인간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너무 많은 것을 두고 와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져오기 때문에 불행한 것 같다.”

어떤 후일담은 자체로 역사가 된다. 마침내 시인의 문장을 다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홀연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가 지나 온 고통들은 어떤 것이었지?” 이 질문에 대한 시인의 대답은 이렇다. 그 고통마저 그리울 것이라고. 그러니까 살아 있으라고. 예측하지 말고 ‘지금-여기’를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시인의 오랜 고통에 이제는 우리가 화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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