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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서문
이후의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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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당신 마음의 주인이 아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평화를 느껴 본 게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당신을 가만히 놓아줘 본 게 언제인가요. --- p.10
그 맨 앞자리에는 물론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다. 자책이 있고 괴로움이 있고 후회가 있다. ‘그 일’ 이후의 삶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삶은 도대체가 불가능하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한다. 자기 전에 세 번, 일어나서 세 번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 일’ 이후 정말로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 p.20 시를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나의 소망이 오만이 아니길. 시를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니길. 시 한 편 쓰는 일이 나에게도 감사하고 너에게도 감사한 일이 되기를. 그렇게 이 모든 시간이 힘겹게, 다만 고통스럽게 지나가기를. --- p.100 극단의 고통은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한다. ‘죽어가고 있다’가 ‘살고 있다’로 바뀌고 있다. 나는 나의 삶을 드디어 긍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일’ 덕분이다. 당신이 모르는 어떤 마음으로, 내가 모르는 당신의 마음에게, 사랑한다고 그렇게만 쓰고 싶다. --- p.128 서로의 마음의 소매를 잡고 간신히 이제 막 서로의 몸끼리 헤어지려는 연인들의 귀여운 슬픔을 엿듣는 늦은 밤. 혹시나 내 방의 불빛이 방해가 되지 말라고, 서로의 소매를 더 오래 붙잡고 더 오래 서로 안타까워하라고 방의 불을 끄고 스탠드를 켜고 조용히 읽던 책을 다시 읽는 늦은 여름밤이다. --- p.139 단 하나의 눈동자를 상상하는 오후가 지나고 있다. 네가 쳐다보지 않으면 나의 시간들은 죽고 말아, 떨림과 불안 사이에서 내가 생각하는 단 하나의 눈동자. 오늘은 그리로 해가 지겠다. 밤도 오겠다. 네가 없는 시간의 너의 눈동자가 나의 오후를 대신 지켜주고 있단다. 너의 눈동자를 상상하며 나는 간신히 견디고 있단다. --- p.171 언젠가 질 수 있다는 것은, 언젠가 부담스러운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져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꽃에게도 인간에게도 큰 축복이다. 꽃과 잎이 마구 뒤섞인 벚나무 아래 서 있다. 그 벚나무에게로 시선을 다 주고 오롯이 벚나무가 되어 보는 4월의 어떤 날을 지나고 있다. 살고 싶다. --- p.215 구원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반복을 견디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낮과 밤의 반복, 일상의 반복, 계절의 반복, 기후의 반복, 감정과 의지와 마음의 반복을 견디는 일. 그 반복과 그 견딤을 기어이 사랑하는 일. 걷는 것처럼, 걷는 것처럼, 계속 걷다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처럼, 나는 이 반복을 견뎌야겠다. --- p.275 그 많던 밤들의 활자들이 내 몸에서 이제는 저희들의 리듬으로 운행하고 있겠구나. 내가 모르는 리듬으로 내 몸속을 둥둥 떠다니며 나의 다른 장기(臟器) 같은 것이 되었구나. 그 장기로 숨 쉬며 나, 겨우겨우 어떤 시절들을 건너왔구나. --- p.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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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통해 410여 명이 후원, 공동체가 보듬어야 하는 ‘이후의 삶’
이 책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서 후원을 받아 제작된 책이다. 410 명이 훌쩍 넘는 애독자들이 후원을 했고 금액도 1,6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시인 박진성의 ‘개인의 삶’은 이제 공동체가 보듬어야 할 어떤 ‘공동의 삶’이 되었다. “인간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너무 많은 것을 두고 와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져오기 때문에 불행한 것 같다.” 어떤 후일담은 자체로 역사가 된다. 마침내 시인의 문장을 다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홀연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가 지나 온 고통들은 어떤 것이었지?” 이 질문에 대한 시인의 대답은 이렇다. 그 고통마저 그리울 것이라고. 그러니까 살아 있으라고. 예측하지 말고 ‘지금-여기’를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시인의 오랜 고통에 이제는 우리가 화답해야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