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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대포리 고물장수
통영의 아침에 비내리다 13 신오우가 15 일장춘몽 17 비자림을 지나며 19 배다리연가 20 레테의 강 21 빈집은 7시49분이다 23 대포리 고물장수 25 영주상회변천사 27 신촌사진관 29 청진호를 보다 31 쓰러진 자전거 33 가로등자동점멸기 35 시외버스90번 36 생태공원에 가다 38 마당 40 백악기 42 껍뚜기 44 2부, 구절초 스텝 달의 뒷면을 보다 47 아내가 물었다 49 이름표 50 시월 51 섬집엄마 53 구절초 스텝 55 왕버들 인증 샷 56 체감온도 58 철쭉은 봄날에 피더라 59 페미니스트 61 거 참 63 그 애 65 가장 기쁜 날 66 3부, 십 분 전 지하철역 나무의자에서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 69 스마트폰과 여자 71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 73 십 분 전 75 이젠 고개 숙이지 마 77 마트로시카 79 박하사탕 80 해남여자 82 나는 노파를 보지 못했다 83 담배꽁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85 여름벽화 86 상중지회 87 오월 89 달 꼬리 91 망둥이 마르다 93 컬러링 95 4부, 현수막 현수막 1 -어떤상호- 99 현수막 2 -현수막 마당놀이- 101 현수막 3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104 현수막 4 -뿌잉뿌잉- 106 현수막 5 -땅땅땅 부동산- 108 현수막 6 -No smoking- 110 현수막 7 -달빛서간체- 112 현수막 8 -목격자를 찾습니다- 113 현수막 9 -키치하세요- 115 현수막 10 -타이어와 바지- 116 현수막 11 -하브루타- 117 현수막 12 -연립맨션분양광고- 118 현수막 13 -산오징어- 120 언 게이트 122 된장녀 이야기 124 해설│이재훈 125 |
심응식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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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아침에 비 내리다
가끔은 타관에 발을 묶기도 하는데 밤새 귀 밝히던 벽 너머 여관방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바다는 흠씬 비를 맞고 나는 기침을 하며 모로 눕는다 그래도 통영 아침이 좋은 것은 백일재비 젖내 같은 바다냄새 아지메복국집 뚝배기 끓는 소리 밥공기를 내려놓는 주인여자 가슴선에서 일어선 수평선 발 묶여 마음 부산한 고깃배처럼 비 오는 통영, 아침밥을 먹고 일어나 바람 맛도 짭짤한* 등대섬 너머로 표류해 볼까 부두 한쪽에 저물 때까지 마음 묶어 둘까 새벽 어시장 도미 가자미 놀래미 전복 다 팔려가고 남은 좋은 비린내 어쩌다 고래만한 돼지꿈도 그물을 따라 온다는 뱃사람 투박한 사투리 타관 같지가 않아 가끔은 통영에 발을 묶기도 하는데 * 백석의 시 「통영」에서 인용 신오우가(新五友歌) 먼 편복 땅에 다섯 귀(鬼)가 살았다. 하루는 유생이 말했다. 너희 다섯은 그네를 잘 타니 서지자지천지보지*(鼠知自知天知?知)다. 원조(原蚤)가 잘난 체 모두를 훑어보며 말했다. 그네를 뛰며 앞으로 나가면 개똥밭이 보이고 뒤로 물리면 진흙 밭이 보인다네, 어젯밤에 쥐 한마리가 그네 줄을 쏠고 담장을 넘어갔다. 비비(非蜚)가 말했다. 뛰어봤자 손바닥 안이다. 앞으로 나갈 때 개똥밭에 네 간 떨어진 것을 너만 모르지, 간도 없이 쓸개위해 그네 뛰지 마라, 달맞이꽃 피었다고 달밤인 줄 아느냐?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유생이 말했다. 진흙 밭과 개똥밭은 밥이 만든 시대. 서지자지천지보지다. 진문(眞蚊)이 얼른 나서며 말했다. 담장 넘어간 쥐야! 낮잠 자는 나를 깨우지 마라, 곧 네 발밑이 가라앉을 거다. 널뛰지 말고 가만히 있어, 쥐구멍 무너진다. 신승(新蠅)이 두 손을 살살 비비며 말했다. 달력처럼 이름을 걸었으면 낯짝이 있고 콧등이 있어야 하는 법, 말(馬)꼬리에 붙어서 천리를 가는 나다. 파리 날리지 마라, 너희가 그네 뛸 때 너희 콧잔등에 앉아있다. 종슬(從蝨)이 이말 듣고 같잖게 쾅쾅 가슴을 치며 말했다. 나는 빈대 붙어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도 남는 이다. 신승(新蠅)아! 예부터 파리 목숨은 목숨이 아니란다. 내로남불하며 한나절 밭을 갈았으니 호박씨나 까 거라! 그 말을 다 듣고 난 뒤 유생이 말했다. 너희는 그네를 타며 담장 넘어 알은 체 캐 발리니 사람이 되겠느냐? * 天知地知我知子知에서 생각을 얻다-쥐가 알고, 네가 알고, 하늘이 알고, 대들보가 안다. 일장춘몽 북부간선도로 봉화산역근처 삼거리는 방음벽에 갇힌 마사이마라다 지금은 길짐승무리의 발정기 들이대고 밀어내며 서로의 몸 합치는 길 빨간 후미등에 달라붙어 헐떡거리다 후끈 달아올라 식식 대는 하얀색 천마* 끼어들까 눈 부릅뜬다 버들강아지 피던 달밤 입술이 쌉쌀하다며 콧등으로 웃던 그 계집애 같은 벚꽃 한 잎이 운전석 앞창에 피었다 가장자리 벌써 말라가는 꽃잎 첫 경험의 흔적 같은 저 분홍이 팔짱끼고 바라보듯 유리창에 달라붙어 위로의 한 말씀 일장춘몽 남기고 떠나간 봉화산역근처 아랫배 움츠리며 삼거리 깊숙하게 올라탄 차창에 그날 밤처럼 불쑥 다녀간 꽃잎 그래봤자, 이 울화를, 이 다급함을 어찌하겠는가 노란 방향등 깜빡이며 안달하는 검정색 지프 창문을 내리고 반짝 별 하나 뜨듯 흔드는 저 하얀 손 숲속 갈라진 삼거리에 바싹 끼워주고 싶어 일장춘몽 꾹, 브레이크를 밟았다. * 현대자동차 에쿠스(라틴어)의 우리말 뜻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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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생각과표현』의 시인선으로 002 심응식의 시집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를 출판했다. 심응식은 2016년『월간문학』수필 당선, 2017년『월간문학』시부문 당선으로 시단에 나왔다.
이번 그의 첫 시집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는 일상 속에서 체험하고 감각한 시적 대상들을 다양한 화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바닷가, 배, 빈집, 고물장수, 동네 슈퍼와 사진관, 자전거, 가로등, 시외버스, 생태공원, 지하철,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사연이 시집 한 권에 빼곡하다. 이렇듯 심응식은 온갖 삶의 세목들이 시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과거의 이곳과 현재의 이곳을 상징적으로 묘파해내고 있다. 여기에서 상징적이라고 하는 것은 심응식이 닿는 시공간이 갖는 의미가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서 보편적인(시대적 혹은 세태적) 지점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응식은 다양한 소재와 공간을 점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시적 방법론을 붙잡고 늘어진다. 그 방법은 지속가능한, 혹은 미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발견’의 지점이다. 심응식은 시가 할 수 있는(시가 지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발견의 방법론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의 시적 방법론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는 다양한 공간뿐 아니라 그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통풍 들고 전동휠체어 타고 실버카 밀어서 오는 소래포구꽃게광장에서의 한때는 노년의 삶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버노래자랑이 펼쳐지는 광장과 구절초를 서로 결합하여 조화로운 비유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시인의 시선은 ‘은혜요양원’에 계신 엄마에게도 가고, ‘개심사 해우소’를 함께 들었던 아내에게도 간다. 또한 ‘주산지 왕버들’을 구경하러 온 아줌마들에게도 가고, ‘지하철역 나무의자’에서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에게도 간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여자와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라는 기괴한 작품이 걸려있는 등대섬찻집을 관찰하기도 한다. 특히 지하철과 같은 일상적 공간을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은 재미와 더불어 지금 이 시대의 세태를 증언하고 있다. 우리 일상들이 시인에게는 어떠한 양상으로 비추어지는지 심응식의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응식이 4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현수막’ 연작시는 풍자의 정신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현수막은 지금 우리 사회의 일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나 ‘땅땅땅 부동산’ 등의 현수막들은 시대의 욕망이 발생하는 개인의 슬픔과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우리에게 각성하는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목 빳빳이 세우며/아랫도리를 펄떡이는 현수막” 앞으로 가고야마는 현대인들의 초상이 신랄하게 그려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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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응식의 첫시집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객관적 사실의 묘사를 통해 도시 중산층의 풍속과 도덕, 특히 산업사회가 배양한 소시민의 탐욕과 허위의식을 위트와 풍자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는 대조적으로 인간이 자기 존재의 근원적 상황과 대결하고 또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절박한 행위나 행위의 부재가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방황하게 되는 모습으로 시 속에서 잘 구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상적으로 미화된 인간들의 모습이 아닌, 시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도시 노동자와 소시민들의 모습을 주관이나 형식적 방법으로 착시되는 것을 배제하고 현실자체의 심화된 분석과 개괄에 의한 객관적 방법으로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 주병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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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응식 시인의 시는 한 판 펼쳐지는 놀이마당이다. 대포리 고물장수가 소리질러 대고, 영주상회 주인 식탁이 뒤뚱거리고, 구절초스탭이 아싸라비야 무반주로 돌아간다. 일상이 어느 새 상상이 되는가 하면, 상상은 느닷없이 리듬을 타고 흥겨운 박자로 넘어간다. 질박한가 싶은 데 화려하고, 육감적이구나 했더니 어느 사이 삶이 관능으로 넘실댄다. 기구한 사연에 귀기울이다 보면 어느 사이 위로받고 있으며, 신랄하게 몰아쳐 오는가 싶은데 조심조심 달래주는 손길이 느껴진다. 함께 울다보니 웃음이 터지고, 함께 웃다보니 울음 터지는 시인의 놀이마당, 해학은 질펀하고 풍자는 은근하다. 이 한 권의 시집에서 우리는 삶의 살과 결이 언어의 살과 결에 흐드러지게 겹쳐드는 말없는 말의 춤과 노래에 한바탕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용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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