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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내 절망을 의심하라
# 6 배반의 단막극, 격정의 엔딩 ‘이란’ The Best 최고 이란 이란을 즐기는 법, 붕어가 돼라 친절과 공짜로 가득한 나라, 이란? 아무것도 하지 마! 이란의 시집살이, 카즈마 인절미처럼 노릇노릇, 오래된 도시 야즈드 불친절한 거야? 화가 난 거야? 환영 같은 건 없다 성추행, 인종차별. 당장 이곳을 뜨시오 이란의 바보 형, 누드 수영을 보여 줄까? 세상 절반의 아름다움과 세상 절반의 소시지가 있는 이란 포기하고 받아들여라. 여기는 지옥이다 머리통으로 고구마를 찔 수 있던 날 여자 민우와 남자 민우, 우린 전생의 샴쌍둥이? 수리수리 마술쇼? 마술레 마음을 주기가 너무 어려운 이란 악동들의 버스. 지옥행 티켓은 샀나? 상처뿐인 세상. 해피엔딩은 없다 # 7 치유의 나라, 허락된 시간은 짧다 ‘터키’ Help 구해줘 드디어 터키. 정말 잘생긴 이스탄불 카즈마의 몽니, 정말 이럴래? 활활 타오르는 한 남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내가 사랑하기엔 너무 비싼 당신, 이스탄불 고등어 케밥, 홍합밥 그리고 갈라타 다리 맥주 한잔으로 꼬드기는 호텔 사장의 정체 나는 터키 고아들을 도우러 온 천사입니다 Healing 치유의 시간 카파도키아가 나에게 준 선물 재워 줄 방 없음. 차편 없음. 기적이 필요한 순간 그만 그만! 넘치는 행운, 커지는 불안 보일러를 부숴 버렸으니 야반도주를 할까? 작전명: 요리사 박민우, 임무: 메멧을 감동시킬 것 죽음이 주는 비싼 교훈 내 마음속 전셋집이 있는 곳, 카이세리 최고의 피날레를 위해 꼭 필요한 고민 국경선에서 철학하다. 케밥과 참치 김밥의 차이 #8 여행의 환희란 이런 것이다 ‘시리아’ Interesting 흥미로움의 절정 우리는 빨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자부심을 느껴도 좋아. 택시 구단 여행법 빼앗긴 ‘봄’에 ‘꽃’도 피지 않은 호텔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재벌 여행자 에버랜드 바이킹보다 더 재밌는 알레포 바이킹 저따위 인간을 누가 초대하고 싶겠어 달콤한 치료, 아주 효과적인 땜질 내가 가진 상식으로 내 병을 치유한다 Fantastic 여행의 환희 공격형 여행자로의 첫발, 라타키아 흥미로운 라타키아, 더욱 흥미로운 옥상 도미토리 불행에 끌려 다니지 않는 권투선수가 돼라 에스프레소와 화덕 빵이 함께하는 아침 무서울 정도로 찬란한 순간 페트라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꼭 다시 올게, 내 친구 라타키아 Holly Night 거룩한 밤 운명이 이끄는 대로, 마르무사 사막 한가운데 작은 섬, 마르무사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룸메이트와 한 시간의 묵상 마르무사 일과표. 눈엣가시 등장 마르무사의 왕은 나야, 나 죽은 아버지의 메시지를 가져왔어, 잘 들어 마르무사에 올 수 있는 사람 Epilogue 또 다른 여행의 클라이맥스 |
Park M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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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운은 좀 더 계속되었다. 영업을 끝내고 마지막까지 모두 말아 올릴 참인 안개 사이로 햇빛이 내리꽂혔다. 솜사탕이 물에 젖듯 안개는 시럽처럼 녹아 흘렀고, 그 빈자리로 노란 각각의 집들이 기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마술레가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었다. 빵을 굽는 고소한 연기가 안개의 뒤를 쫓아 나풀거리고 있었고, 조금 전 지붕 위를 조물조물 걷던 사람 중 몇몇이 빵을 집으로 나르고 있었다. 기념품 가게, 찻집들이 아침의 기운을 빌려 바깥문을 뜯고 탁자를 배열했다. 다닥다닥 좁은 집들에서 토해져 나온 여행자와 주민이 골목골목을 흐르고, 물담배가 누군가의 입에 물려 뻐끔거리고 있었다.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버릇처럼 저었다. 어떤 의미도 없었다. 그저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리면서 날벼락 같은 환희에 동물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 마음을 주기가 너무 어려운 이란 나는 나를 지지하겠다. 턱없이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 부끄러운 분노를 표현하는 내가 결코 부질없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진 분노가 그 소년에게도 작은 파문을 일으키길 바랐다. 그것이 부끄러움으로 마음 끄트머리에서 둥지를 틀고 아프가니스탄 사람을 볼 때, 못생긴 사람을 볼 때 신중하게 입을 놀리는 이유가 되길 바랐다. 그 아이의 우주와 내 우주가 그렇게 격렬하게 부딪혔다. 서로의 우주는 손상되었고, 그 상처로 그도 오늘 하루가 편치 않을 것이다. 오늘 좀 덜 피곤했다면, 오전 내내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사건(?)을 그저 한 번의 사소한 찰과상으로 여기고 말았을 것이다. 뼈와 가죽 사이에 피로와 분노만이 꽉 찬 나는, 바들바들 떨며 그렇게 어린 소년과 진지하게 다퉜다. --- 상처뿐인 세상. 해피엔딩은 없다 순간, 바로 우리 눈앞에서 덩실, 믿을 수 없는 크기의 열기구가 덩실, 볼을 비비기라도 할 기세로 그렇게 덩실 떠올랐다. 열기구에 탄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열기구 뒤로 무수한 열기구들이 폭죽을 터뜨리듯 한 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코끼리보다도 더 큰 열기구들이 우주선처럼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최소한 1백 개는 되어 보이는 풍선들이 그렇게 아침 하늘을 채워가고 있었다. 땅으로는 카파도키아의 수려한 괴석들이, 하늘로는 사탕처럼 알록거리는 풍선이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다투고 있었다. 공평하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건가난한 우리들이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열기구에 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 카파도키아가 나에게 준 선물 “내 집은 너의 집이기도 해. 너는 터키에 집이 있는 거야. 너무 당연한 거라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말하는 거야. 다시 와야 해.” “그럼요. 소주 사 가지고 올게요. 소주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술이에요. 분명 좋아할 거예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눈을 피했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약속하는 것이 무섭다. 지킬 수도 있고,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나라를 다시 오기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면 감정의 온도는 조금씩 낮아지고, 나는 새로운 인연들에 몰입할 것이다. 양심의 힘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지금의 마음만으로는 아모레 추석선물세트를 하나 들고 매년 찾아오고 싶지만, 아마도 마음만 가끔 카이세리를 찾을 것이다. --- 내 마음속 전셋집이 있는 곳, 카이세리 3주는 어떻게 페트라를 보느냐로 채워질 것이다. 사이사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름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괴로운 시간, 억울한 기억은 결코 화석처럼 굳지 않는다. 처절한 사고는 몰캉한 추억으로, 억울하고 분한 마음은 성숙을 위한 자양분으로 골고루 활용될 것이다. 그런데, “저 꼴을 봐, 누가 저런 사람을 재워 주고 싶겠어.” 이 말이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그 말이 계속 맴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에 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겨내야 한다. 이런 나를 치유하기 위해 작은 희망이라도 샅샅이 찾아낼 것이다. 피해의식은 아무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왜냐면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피해의식과 열등감은 세상과 내가 과장한 거짓말이다. 가혹한 거짓에서 나를 지켜내야 한다. --- 내가 가진 상식으로 내 병을 치유한다 “신이 널 지켜 줄 거야.” 카페의 모든 손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카페의 모든 손님과 포옹을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이별을 끝냈다. 숙소 주인 하산은 내가 가야 할 도시에 방이 남았는지 일일이 전화까지 걸어 주었다. 라타키아에서 편하게 반기고, 사사롭게 대화하는 빛나는 일과를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었다. 여행중 그런 밀착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그런 시리아가 1년 후에 여행 통제 금지국이 되어 버릴 거라는 걸 ?땐 몰랐었다. 정부와 반정부군 간의 대립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그래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절절하게 이별하기를 잘했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몇 번씩 다시 안아 보기를 잘했다. 평생 라타키아를 가슴에 묻을 것이다. 그리고 꼭, 꼭, 다시 찾아가 내가 가지고 간 인삼차로 일일이 차 대접을 할 것이다. 한심하게도 라타키아 이야기를 쓰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렇게 감정이 가벼워서 깊은 글을 못 쓰는 것이다. 나는 어렵게 라타키아를 보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상, 마르무사로 향했다. --- 꼭 다시 올게, 내 친구 라타키아 ‘이것이다!’ 마르무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그냥 마르무사였다. 내 여행의 클라이맥스, 내 삶의 반짝이는 순간은 마르무사에 온 것 자체였다. 깨달음도, 완벽한 성장도 없지만 나는 마르무사에 와 있다. 아픔이 없는 사람은 마르무사에 오지 않는다. 아파하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도 마르무사에 오지 못한다. 스스로가 온전하고, 성장을 완성했다면 그들은 마르무사가 필요 없을 것이다. 마르무사가 간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마르무사를 온몸으로 적시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픔이었다. 내가 약하다는 것, 내가 형편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미약하게나마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그 용기가 사실은 나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자 깨달음이었다. --- 마르무사에 올 수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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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내일은 없다
지금 이 시국에 여행서 따위를 누가 볼까. 경제는 불안하고, 서민들은 더 힘들고, 지갑은 더욱 꼭꼭 닫혔다. 배부른 자들은 자신의 배를 더욱 불리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사회에 무관심한 사람은 끝까지 관심을 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비장한 각오를 하고,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비굴함조차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서점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부인부 빈익빈 현상으로 사람들은 검증된 베스트셀러에만 지갑을 연다. 책을 읽는 인구는 지난해 1%에서 올해 0.5%로 곤두박질쳤다고 하니 무엇 하나 출판계에 좋은 소식이 없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들(설령 그게 ‘신이 내린 주둥이’ 박민우라고 해도), 내가 당장 떠날 수 없는 상황인데, 다른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 시시덕거렸다고 한들 그게 내 인생과 무슨 상관이라는 말일까. 하지만 지금 절망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분노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실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 닿지 않는 목표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사람, 여행은 현실을 외면한 도피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박민우, 그는 치열하지 않다. 온종일 좋은 카페를 찾아, 햇빛을 찾아 동네(그것도 외국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그에게 당장 처한 가장 곤란한 문제인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선다. 누군가 공짜로 식사를 대접하면 감사하고, 누군가 그를 공짜로 재워준다고 하면 접시돌리기, 줄타기까지 마다하지 않을 기세다. 그의 빈약한 주머니는 ‘남미’에 이어 ‘아시아’에서 더 얇아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지에 가까운 여행자의 주머니로도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내일을 희망한다. 동정하고 싶은 순간에서도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자신의 여행을 끝낸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과정이 힘들고, 지치고, 아파도 결국 그는 그 속에서 기쁨을, 즐거움을, 희망을, 행복을 찾아낸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 불행해도 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의 절망 역시 결국 거짓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평생을 가도 오지 않을 내일이라는 허상 때문에 불행한 오늘을 계속해서 견뎌야 할 이유는 없다. 행복한 지금을 위해 지금 당장 그가 택한 것은 여행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오늘을 위해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의심하고 회의할지언정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것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을 행복해야 한다. 우리는 한없이 약한 존재지만 그 약함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라는 것, 그 인정을 통해 성장하며 지금을 견뎌나갈 수 있는 것을 저자 박민우는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에서 여행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혼란하기 그지없는 2011년 연말, 더욱 더 어려워질 2012년을 앞두고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를 엮어낸 출판사로서의 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