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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도시
조원규
프레스21 199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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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창
2. 어떤저곳
3. 씁쓸하고 느리게
4. 꿈속의 도시
5. 빨래 같은 것
6. 자전거
7. 소풍
8. 비경
9. 아서왕의 기다림
10. 호숫가의 벗나무
11. 보여주기
12. 도하가
13. 이사
14. 집에 대한 추억
15. 방문

저자 소개 1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독문학자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다.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이상한 바다』,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 『그리고 또 무엇을 할까』,『아담, 다른 얼굴』, 『밤의 바다를 건너』, 『난간』 등을 냈으며, 번역서로는 안겔루스 질레지우스의 『방랑하는 천사』,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나펠루스 추기경』,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 『호수와 바다 이야기』, 『달빛을 쫓는 사람』, 『소박한 삶』, 『노박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독문학자이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쳤다.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이상한 바다』, 『기둥만의 다리 위에서』, 『그리고 또 무엇을 할까』,『아담, 다른 얼굴』, 『밤의 바다를 건너』, 『난간』 등을 냈으며, 번역서로는 안겔루스 질레지우스의 『방랑하는 천사』,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나펠루스 추기경』,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 탱고』 『호수와 바다 이야기』, 『달빛을 쫓는 사람』, 『소박한 삶』, 『노박씨 이야기』, 『성경 이야기』, 『유럽의 신비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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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9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013329

책 속으로

1. 그리고 어느날 너는 꿈을 꾼다. 거대한 다리를 건너 도착한 곳은 오랜 유적들이 가득한 낯선 도시이다. 그곳에 너는 죄를 용서받으러 간다. 꿈 속에서, 라고 쓰기 시작한다. 눈 내리는 도시를 보았다. 우리는 방금 도착했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느 도시에 도착한 것인지도 모르고 새벽인지 아니면 저녁인지도 모르지만 눈발이 날리는 불빛들 아름다운 도시에서 우리는 어느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우리는 [이곳, 참으로 아름답다]며 다리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꿈 속에서, 라고 나는 쓴다.


2. 꿈 속에서 너는 마침내 오래 그리워 했던 곳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붙들린다. 그러나 문득 [죄를 용서받으러 어디론가 간다]는 줄거리가 가소로워진다. 그러나 생에 있어서 [다른 장소]의 기능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다른 장소]란 [다른 시간]을 의미한다. 즉, 현재가 아닌 시간대이다. 우리가 [이것]이라고 말할 땐 발음되지 않은 [저것]이 있고 듣는 이는 자기가 듣는 줄도 모르지만 [저것]이란 말까지 듣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곳]을 그리며 이야기할 때 우리는 얼마나 현재의 삶이 [그 먼 곳]에 의해 조명(照明)되기를 소망하는 것일까? 이때 여행 이야기는 [저곳]이 아니라 살던 [바로 이곳]을 향한 몸짓이라고 해야 하리라. 내가 본 꿈 속의 도시는 바로 이곳, 내가 살았던 현재의 감추어진 얼굴이었을 것을, 그러나 그렇다고 아는 일조차 믿지 못하는 이 마음이 내 생에선 가장 오랜 주인이었을 것이다.


3. 사람들은 [죄에 묶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묶은 이는 과연 누구인가? 무릎을 꿇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자신을 탓하며 가슴을 치고 정죄(淨罪)를 갈구하지만 그건 어느 의미에선가 자신에게 스스로 보이는 연극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 손으론 말뚝을 굳게 붙들고 다른 팔로는 가슴을 치며 붙들렸다고 호소하는 것은 미혹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실은 [내가 나의 죄를 사랑하여 아직도 놓지 않고 있소]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경우에 우리는 자신에게 보이려는 연극에 골몰하는지. 과연 우리의 삶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연극같지도 않은 연극이, 감동적인 줄거리가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힘이 나를 죄의 사슬에서 해방시켰고 나는 은총을 입어 죄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맞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총이 먼 곳의 힘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또 왜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왔겠는가? 우리에게 저절로 은총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그것과의 거리'를 소멸시킨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모든 대상은 우리의 일부가 된다. [한 해 두 해가 가고...] 혹은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부터...]와 같은 투로 성심껏 연극을 하는 순간 우리 내부에선 우리가 아닌 우리들이 더욱 놀라운 생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4. 저녁에 되어 푸른 느낌을 주는 눈이 온 천지를 뒤덮고 검은 강 위로 드리워진 어느 다리 위에서 너는 이상한 음악을 귓가에 느끼며 홀로 뉜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서있다. 너의 입김은 푸른 공기에 스며들어 사라지고 문득 너는 너의 어떤 과거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망각, 그런 건 모두 매개적 상황에 불과하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에 대한 거리(距離)없음, 혹은 겸손을 너는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 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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