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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자
승자가 지워버린 이름
김문주
마음서재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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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글

굴욕의 날
파죽지세
대야성 전투
김춘추
백제신검
빛나는 검은 말
금동대향로
억새꽃
국경으로 가는 길
좌평 임자
장한산성
침입자
충이 지다
유신의 서신
백제는 만월이요, 신라는 초승달이라
누런 밀물
황산 전투
아직 백제는 있다
낙화
장안에서 사비를 꿈꾸다

저자 소개1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후, 2002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공모전 신인상, 2019년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로 아르코창작기금, 2019년 무예소설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 외 한국안데르센문학상과 경남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역사소설로 『부여의자』, 『랑』, 『백제신검』(2020년 무예소설대상수상작)을 집필하였다. 장편동화로는 『할머니, 사랑해요』(2002년 신인상 수상작), 『할아버지와 키 작은 도둑』, 『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 『왕따 없는 교실』, 『똥 치우는 아이』, 『봉구뽕구 봉규야』, 『사랑해요 순자 언니』, 『오빠의 선물』, 『학폭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후, 2002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공모전 신인상, 2019년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로 아르코창작기금, 2019년 무예소설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 외 한국안데르센문학상과 경남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장편역사소설로 『부여의자』, 『랑』, 『백제신검』(2020년 무예소설대상수상작)을 집필하였다. 장편동화로는 『할머니, 사랑해요』(2002년 신인상 수상작), 『할아버지와 키 작은 도둑』, 『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 『왕따 없는 교실』, 『똥 치우는 아이』, 『봉구뽕구 봉규야』, 『사랑해요 순자 언니』, 『오빠의 선물』, 『학폭위 열리는 날』, 『바다로 간 깜이』,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 『허수아비 김 참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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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72g | 137*200*20mm
ISBN13
9788965706809

책 속으로

의자의 가슴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어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의자는 창가에 앉아 두 손을 굳게 움켜쥐었다.
선대왕들이시여, 저에게 굴욕을 감당할 용기를 주십시오. 부처님, 제 목숨 백제를 위해 희생할 기회를 주십시오.
한참 동안 꿇어앉았다가 일어나는 의자의 표정은 결연했다. --- p.29

의자가 다시 술을 따라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들고 가 소정방에게 바쳤다. 소정방은 술을 단숨에 소리 내어 마신 뒤 거만하게 말했다.
“패한 나라의 왕이 바치는 술이라 맛이 쓰구나. 허나, 앞으로 이 땅이 우리의 은혜를 크게 입을 것이니 기뻐하라, 하하.”
소정방은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허리 굽힌 왕을 바라보았다. --- p.32

백성들이 길가에 길게 늘어서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왕의 군대를 기쁘게 맞았다. 무왕 시절에 빼앗지 못했던 성들을 단숨에 함락하고 돌아오자 대신들도 의자를 칭송했다.
“이것은 시작이오. 곧 다시 출정하여 신라 서쪽의 성들을 모두 함락할 것이니, 귀족들도 전투에 참여하여 전공을 세우면 그 공을 높이 살 것이오.” --- p.46

“네 나이가 몇이냐?”
“열일곱이오!”
의자는 옆에 서 있는 융을 돌아다보았다.
“내 아들보다 어리구나. 어린 너를 죽이진 않겠으니, 신라로 돌아가 네 아비 김흠신과 백부 김유신에게 똑똑히 전하여라. 신라의 여왕이 연약하기로서니, 비굴하게 당나라를 끌어들여 싸울 생각 말고 정정당당하게 맞서라고 일러라. 앞으로 백제에 맞설 기회를 여러 번 줄 테니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야!”
의자는 윤충을 시켜 참수한 장수의 시신과 함께 반굴을 신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 p.50-51

화살을 피해 마당으로 내려선 자는 겁도 없이 천정전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흥수가 앞서 나가며 칼을 휘둘렀다. 복면을 한 자객이 뒤로 도망치려다 군사들에게 둘러싸였다. 담장을 타고 지붕 위로 올라가려는데 흥수가 병사의 창을 빼앗아 던졌다. 다리에 창을 맞은 자객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군사들이 달려가 그를 둘러쌌다. 흥수가 다가가 복면을 벗기자 명개의 얼굴이 드러났다. --- p.183

“때를 놓쳐 불리한 싸움이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면 어찌 승산이 없으리오.”
그 말을 신호로 의직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윤충이 군사들을 이끌고 말을 달려 나갔다. 갯벌을 미처 다 건너지 못한 당나라 군사들을 향해 활을 쏘았다. 전진하던 당나라 군사들이 쓰러지자 칼을 들고 진격했다. 윤충은 말을 달려가며 갯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것이 무엇인가! 갯벌이 마른땅으로 변했는가?
그것이 넓게 펼쳐진 돗자리라는 것을 알고 윤충은 적의 치밀함에 두려움을 느꼈다. 순결한 바다를 빼앗긴 분노와 함께 불안이 엄습해왔다. --- p.229

“어디서 저런 군사를 데려왔는가?”
유신의 말에 김흠신이 이를 갈며 말했다.
“계백이 데리고 있는 무사들이라 합니다.”
“중앙군도 아닌데 저토록 용맹하고 실력이 출중하단 말인가?”
날이 저물도록 싸움은 끝이 없이 전개되었다. 백제군에도 사상자가 생겨났지만 신라군은 이미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고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해가 지자 유신은 군사를 거두었다. 두 번의 전투는 신라의 패배였다.

--- p.245

출판사 리뷰

부여의자, 시호를 받지 못한 백제 최후의 왕.
이긴 자들이 비틀고 조롱한 그의 역사를 새로 쓰다!


‘부여의자’는 백제 최후의 왕으로서 시호를 받지 못한 의자왕의 본명이다. 『삼국사기』는 의자왕에 대해 “왕이 궁인과 함께 음황탐락하여 술 마시기를 그치지 않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집권 초기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군사들을 이끌고 신라를 쳐서 40개가 넘는 성을 함락했다는 것은 역사를 기록한 승자들이 숨겨온 진실이다. 19년의 재위 기간 중 15년간이나 신라를 불안에 떨게 했던 왕은 왜 나라와 백성을 적의 손에 넘겨주고 말았을까? 이 소설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들어 백제 패망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백제 왕조를 비장하게 마무리하기까지 영욕의 세월을 재구성해 의자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다가선다.

작가는 단순히 상상력에 의존하여 이 소설을 쓰지 않았다. 우리의 사서를 비롯하여 『일본서기』와 『당서』등 여러 사료를 조사해 당시 시대상을 엄정하게 고증했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공백은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재구성하고, 역사 속 인물들을 차례로 불러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리하여 다수의 등장인물과 중대한 사건들이 얽히고설킨 역사의 결정적 장면을 한 권의 소설 속에 정연하게 구현해냈다.

강성한 백제를 꿈꾼 의로운 군주이자
백제의 끝자락을 위대하게 마무리한 왕


불타오르는 여름밤, 성벽 너머로 위태롭게 흔들리는 수천 개의 횃불들. 그 불길이 노리는 것은 백제의 사비성이다. 성은 이제 나당연합군에게 함락되기 일보 직전. 중과부적의 상황에서 의자왕은 태자와 함께 웅진성으로 급히 피신한다. 왕이 궁을 비운 사이, 둘째 왕자 태가 권력욕에 사로잡혀 백제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게 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무엇이 왕조의 파국을 불러왔는가? 이야기는 다시 의자왕 즉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효성이 지극하고 학문과 도덕이 높다 하여 ‘해동증자’로 추앙받았던 의자왕. 그는 즉위 후 왕권을 안정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아버지 무왕의 숙원이었던 신라 정벌에 나서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다. 직접 군사들을 거느리고 출전하여 신라 공격의 거점이 되는 대야성을 비롯해 40개가 넘는 성을 함락하는 쾌거를 거둔다. 의자왕의 힘에 놀란 신라는 선덕여왕과 진덕여왕 시기에 당나라와 왜에 긴급히 도움의 손길을 뻗치기에 이른다. 이러한 양국의 관계는 김춘추가 신라왕이 되어 당나라와 손을 잡으면서 대반전을 맞는다.

660년, 신라군 5만에 당나라 군사 13만이 가세한 나당연합군의 침공으로 백제의 운명은 최후를 향해 달려간다. 계백이 이끄는 5천 결사대가 황산에서 나당연합군에 맞서 결사항전하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다. 작가는 백강 전투와 황산 전투 등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피바람 부는 전쟁의 광포함을 실감나게 그린다. 신하들과 백성들 사이에 칭송이 드높았던 의자왕은 적의 손에 나라가 무참히 유린되는 광경을 목도하며 굴욕을 견디다가, 결국 당나라에 끌려가서 파란 많은 생을 마감한다.

“내가 용서를 구할 사람은 오직 나의 백성들뿐이다.”
타락과 무능의 프레임에 갇힌 의자왕에 대한 변명


작가는 역사서에 기록된 작은 단서에서 실마리를 찾아 상상력을 보탰다. 예컨대 의자왕을 미혹시킨 ‘요부’라고 알려진 후비 은고는 고구려 출신으로서 의자왕의 곁을 지키는 강인한 여인으로 묘사한다. 충절의 표상으로 알려진 계백은 백제 전통무술인 백제신검의 완성자이자 고결한 정신을 가진 무인으로 등장한다. 이 밖에 나라를 위해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 장수들과 궁인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자아낸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반란을 도모하는 왕자들, 적과 내통하여 파멸을 앞당긴 간신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간결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혼돈의 시대 상황과 왕조의 몰락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의자왕에게 덧씌워진 역사적 누명을 벗기는 한편, 강성한 백제를 꿈꾼 의로운 군주이자 왕조의 끝자락을 위대하게 마무리한 왕으로 그를 재해석한다. 패배했다고 위업마저 폄훼되어선 안 된다. 역사가 아무리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이제는 의자왕을 가두고 있는 타락과 무능의 프레임을 깨뜨려야 할 때다. 소설을 통해 독자는 의자왕의 위업을 바르게 이해하고 왜곡과 편견 없이 그의 실체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추천평

왜 이 시기에 백제 의자왕의 이야기인가?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 때 미래의 방향을 올바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문주는 승자가 왜곡한 의자왕의 삶을 당시의 사료를 동원하여 바르게 추적함으로써 피지배자로 전락해 고통 받게 된 민중의 역사를 주목하고 있다. 결사항전으로 백제정신의 표상이 된 계백 장군과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의자왕의 행적을 그려냄으로써 침략에 굴복하지 않는 의기와 의연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를 거쳐 아직 반半식민지적 삶을 살고 있는 현실에서 자립의 길로 가기 위해 어떤 정신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 김경복 (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학교폭력을 아동문학의 장르로 고발해왔던 작가 김문주는 ‘부여의자’를 통해 역사폭력을 고발하는 본격적인 역사소설가로 변신했다. 망국의 군주 의자왕에게 들씌워졌던 온갖 왜곡된 역사의 누명을 벗겨내고, 백제의 끝자락을 위대하게 마무리한 새로운 인물로 탄생시켰다. 단순한 재해석과 상상력만의 산물이 아니라 『삼국사기』 『일본서기』 『당서』 등 엄정한 고증을 거친 준열한 작가의식에 찬사를 보낸다. 백제 멸망 이후 한 번도 역사의 중심에 서지 못한 백제의 옛 땅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것도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 김하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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