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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중국 민주화 연구란 중국공산당 연구다
제1부 내정 제1장 중국공산당 제2장 공산당의 정통성 제3장 네 개의 축으로 본 공산당 정치 제4장 ‘중국의 꿈’과 ‘백 년 치욕’ 제5장 노홍위병과 시진핑의 정치관 제2부 개혁 제6장 덩샤오핑에서 시진핑으로 제7장 톈안먼 사건과 시진핑 시대 제8장 반부패 투쟁 제9장 후진타오 시대의 마이너스적인 유산을 청산하다 제10장 애국심과 내셔널리즘 제3부 외압 제11장 홍콩의 ‘보통선거’ 논란 제12장 타이완과 중국인 제13장 중국인 유학생 제14장 초대국, 미국의 의도 제15장 반일과 중국 민주화결론: 중국 인민은 바뀌는가 |
加藤嘉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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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와 보걸, 이 두 사람의 중국판 저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중국 대륙에서 출판된 사실로부터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 최근 당 지도부는 “국제적으로 영향력과 지명도가 있는 서방 학자의 언설을 유입해 공산당 일당지배라는 정치체제하에서 전개되는 모든 정책에 정통성을 부여한다”는 수법을 중시한다. 그 과정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리스크는 과감히 감수한다는 것이다. --- p.73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라는 후쿠야마의 틀에서 보시라이 사건을 검증하면, 과도기에 놓인 중국 정치가 직면한 현상(現狀)에 관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비민주적인 정치체제 즉 정부의 정통성이 제도적으로 담보되어 있지 않음에도, 극단적으로 나쁜 지도자가 지도부의 합의로 배제된 것은 긍정적인 경향이다. 둘째, 정권 운영 측면에서 중국 정치가 지도력이나 행동력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카리스마 부재라는 비기능적인 집단지도 체제하에서 극단적으로 나쁜 지도자는 배제될 수 있지만, 좋은 지도자도 출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즉,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를 구별조차 지을 수 없게 되는, 혹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던하고 평범한 지도자가 만연하는 시대에 들어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 p.85 중국판 정치 개혁이 공정한 선거, 사법의 독립, 언론의 자유라는 3요소를 제도적으로 확립해 서구식에 근접한 민주화를 실현할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시진핑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중국공산당의 정치 개혁은 쉽지 않다. 역사책 애독가로 알려진 시진핑은 당대 타국의 사례와 타국이 어떠했는지를 참조하기보다는 중국의 역사를 중시하고 참고하면서 정책을 강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3월, 당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발언권이 있다고 알려진 야오양(姚洋) 베이징 대학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은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서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진핑은 ‘문경의 치(文景之治)’의 역사를 숙독하고 있으며, 자신을 류슈(劉秀, 광무제)와 비교하고 있다.” --- p.210 중화인민공화국의 지도자들은 애국심과 내셔널리즘은 본래 동의하게 다룰 수 없는, 다른 산물임을 충분히 알면서도 양자를 강제적으로 일치시키는 정치를 해왔다. 유아독존이라는 정치적 원리를 채용하고, 중국공산당이 유일하게 옳은 지붕이며, 중화민족이 옳은 국민이라는 정치를 이행해온 것이다. 중국은 국가의 덩치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나 책임이 증대하는 한편, 국내 정치·경제·사회 수준의 개혁은 더디다. 빈부의 격차, 민족문제, 환경오염, 사회보장, 교육, 의료, 호적 등의 불공정성, 언론 탄압, 정부의 부패, 대외 관계 …… 문제가 산더미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이 문제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조국’을 포기하고 타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다. 필자는 이를 ‘공동화(空洞化) 리스크’라 부른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발전해가는 데 필수적인 전략적 자원(특히 인재 자원)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나라 가운데가 휑하게 비어버리는 현상에서 초래되는 리스크다. --- p.301 중국의 팽창적 부상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몸을 내던져 자유민주주의나 법치에 대한 침식을 저지하려는 타이완의 대학생과, 톈안먼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민주화운동에 거리를 둘 뿐 아니라 구미를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탈출’하려는 중국의 대학생. 민주화의 관점에서 양측의 대학생들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타이완 대학생으로부터 느낀 것이 신념이라면, 중국 대학생으로부터 느낀 것은 체념이었다. 타이완 해협을 끼고 양자를 둘러싼 정치 환경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과 타이완 쌍방에서 민주화를 둘러싼 역사의 성쇠를, 당사자로서 움직여온 대학생들의 정치적 환경에 대한 입장은 대조적이다. --- p.345 타이완이 민주화 수준을 향상시킬수록 중국 민주화에 대한 건전한 외압이 된다. 또 자유민주주의라는 정통성을 중국의 부상이라는 중요성으로부터 지키는 내력이 될 수 있다. 가령 중국이 민주화로 나아간다면, 그 과정은 많든 적든 타이완의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중국이 변혁되는 과정에서 타이완의 영향은 정치적·사회적으로 달성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완이 중국인 사회에서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민주화를 실현했다는 사실(史實)이다. …… 중국 사회에 깊이 관여하는 일본인 기업가들로부터 “중국인과 민주화는 물과 기름의 관계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국인과 민주화는 양립할 수 없으며, 중국인이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로 들렸다. 그렇지만 타이완을 통해 ‘중국인과 민주화’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 전제 또한 반드시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_350쪽 왜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 묻자,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애국적이 되었다. 미국이라는 비교 대상을 접했기 때문일까”라고만 코멘트했다. 펑 자오인 기자가 언급한 ‘애국적’이란, 미국에서 배운 경험을 살려 조국의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독립적 사고에 따라 솔직하게 지적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사회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잠재의식이 아니다. ‘애국적’이란, 미국을 향한 대항심이나 라이벌 의식은 물론, 중국공산당의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론을 무장하며, 다른 의견을 가진 지식인이나 그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에 대해 공격적·집단적으로 설득 공작을 강행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했다. --- pp.379-380 “시 총서기는 공산당의 통치를 계속하기 위해 정치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연구하며,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여기 미국에서 실천되는 민주주의일 가능성은 낮다. 중국에는 애초부터 인민의 투표로 뽑힌 통치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풍토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도자들의 사고 회로에도 없다. 그리고 인민도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필자는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질문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당신이나 당신 동료들은 공산당 일당지배에 의거하지 않는 정치를 바라고 있다. 설령 그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더라도, 공산당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정치를 바라고 있다.” 그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지적이 정곡이었을까, 아니면 외국인인 필자에게 거기까지 말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을까? --- p.445 시진핑의 담화에도 나타나듯이, 중국의 독자적인 길을 걸어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꿈, 즉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신중국의 설립 또는 개혁개방의 실천이라는 틀을 훨씬 넘어 근대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강렬한 이데올로기로서, 시진핑의 사고방식에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도의 중국공산당이 서방국가·문명에서 발전해온 민주주의를 ‘모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설령 중국이 정치 개혁 그리고 민주화로 방향을 잡았다 해도 그것은 ‘중국의 특색 있는’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 p.447 이 책에서도 검증했듯이 톈안먼 사건 발발 후 소련 붕괴와 냉전 해체라는 ‘동지의 상실’도 겹쳐서인지 국제 여론에 중국붕괴론이 퍼졌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붕괴하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세계 정치·경제 시스템 속에서 더 강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중국공산당,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적응 능력을 경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역사가 어느 정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의 관심은 경제와 사회 차원에서뿐 아니라 정치 분야 개혁에 시진핑이 발을 내디딜 것인지 아닐지에 있다. …… 시진핑은 정치 개혁에 나설 의사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붕괴’를 초래하지 않고 위로부터의 정치 개혁을 진행한다면, 시진핑 시대가 최대이자 최후의 기회일 수 있다. --- p.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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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독재라는 한계를 넘어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중국공산당 리더십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친다붉은 황제의 민주주의 정치파동 없이 이뤄낸 평화로운 정권 교체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거대 국가가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들 가운데 역사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이 같은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련을 비롯해 과거 공산 체제를 수용했던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피의 숙청 과정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중국은 예외였다. 중국 지도부에 보시라이(薄熙來) 사건 같은 잡음이 다소 일었지만, 제18차 당대회(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2017년 10월 하순 제19차 당대회를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체제에서 시진핑 체제로의 권력 이양과 더불어 시진핑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서구식 정치학이 대세인 현대 정치학계에서 중국공산당은 연구 대상이 되었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 민주주의로 이행한다는, 민주국가 이행론이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련처럼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도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보수적인 서구 정치학계는 무색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 정치학계에서도 서구식 잣대로 중국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고 있다. 과거 1976년 신중국의 건국자 마오쩌둥 사망을 전후해 공산당 우두머리들 간의 권력투쟁으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1989년 6월 초순에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졌던 대학생, 지식인들의 정치민주화 요구 투쟁과 이를 무력 진압한 계엄군을 보며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분열 가능성을 예측했다. 1997년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 사망 때도 그랬다. 이런 전망은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다. 모두 희망 섞인 전망으로 기울었으며 아직 중국은 멀었다는 경멸조의 비판이 주류였다. 이런 시각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서구 학계 다수의 목소리였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공산당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수수께끼였다. 파벌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중국의 정치 중국 정치는 표면적으로 볼 때 정치 엘리트끼리 파벌을 지어 권력 다툼을 벌이며 권좌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서구 정치학계의 파벌론 분석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서구 학계에서는 제17차 당대회와 제18차 당대회를 놓고 파벌론이 크게 부상했다. 이를테면 제18차 당대회 결과 서열 1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비롯해 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4위 위정성(兪正聲), 6위 왕치산(王岐山), 7위 장가오리(張高麗) 등이 장쩌민파였고, 경쟁자였던 후진타오파는 2위 리커창(李克强)과 5위 류윈산(劉雲山) 정도로 줄었다는 식으로 풀이하곤 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로 넘어오면서 장파(江派)와 후파(胡派) 대결이라는 중국 정치에 대한 파벌론적 설명으로는 중국정치를 이해할 수 없는 한계를 보였다. 일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경제성장과 상대적으로 정치 안정을 이뤄낸 중국 지도부를 파벌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장쩌민은 왜 시진핑을 선택했는가? 장쩌민 → 후진타오 → 시진핑 시대로 넘어오면서 현대기에 볼 수 없는 정치적 안정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이는 2012년 18차 대회에서 실력자인 장쩌민이 시진핑이라는 인물에게 권력을 넘겨주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과연 시진핑은 어떤 인물이기에 장쩌민 전 주석의 지원을 받았을까. 실제로 장쩌민 전 주석이 시진핑을 주목한 시기는 2007년 17차 당대회를 6개월 앞둔 때였다. 시진핑 총서기가 중앙 무대에 데뷔한 것은 1997년 제15차 대회였다. 당시 중앙위원 후보위원에 발탁되어 가까스로 중앙 무대의 한자리를 얻은 것이다. 시진핑은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한 지 딱 10년 만인 2007년 권력의 정점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서열 5위로 당당히 입성했다. 관운도 보통 관운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시진핑의 스타일은 장쩌민과 판이하다. 시진핑과 장쩌민이 공산당 내에서 몇 안 되는 독서광이라는 평이 있기는 하지만, 시진핑은 달변가도 아니고 팔방미인도 아니어서 학식이 깊다는 인상도 주지 않는다. 장쩌민은 왜 시진핑에게 대권을 건네주면서 큰 기대를 걸었는가. 장쩌민에게 시진핑은 믿음을 심어주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를 신중히 운항하면서, 구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가 시작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같은 위험한 일을 벌여 배를 좌초시키고 모두를 끝장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장쩌민의 ‘안목’과 역사적인 평가, 그리고 그 후손의 기득권 등을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 장쩌민 전 주석이 시진핑을 밀면서 혁명 원로들에게 특별히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혁명의 바통’을 대대로 물려주는 ‘정통성’이었다. 장쩌민은 이 ‘정통성’만 유지된다면 중국공산당 ‘3세대 지도부의 핵심’이라는 자신의 명성도 흔들릴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장파와 후파의 대결 내지 파벌론이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장쩌민은 파벌론적 측면에서 시진핑을 지지하지 않았다. 인민을 통치할 정통성, 즉 혁명의 정당성을 이어가면서, 정치 안정을 이뤄내고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통치 능력을 겸비한 인물이 필요했고, 시진핑은 여기에 맞는 인물이었다. 특히 권력 이양기의 중국 지도자들은 전통과 명분을 중시했고, 전통 관행, 즉 불문율로 작동하는 권력 이양 관행을 만들어냈다. 물론 당 규약이 있고, 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한 헌법도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관행을 제대로 이해해야 중국 정치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필자는 이런 관행을 중국 정치의 본모습을 투여하는 거울로 본다. 문제를 정확히 직시한 시진핑의 반부패 행보 이 책에서는 현실 정치에서 움직이는 권력 투쟁, 즉 선거민주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권력투쟁 측면도 있지만, 중국 정치를 움직이는 명분과 관행적인 측면도 고루 투영하고 있다. 중국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기업가, 정치인은 누구나 향후 중국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다. 미국, 일본처럼 선진형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 전반이 중진국 수준으로 오른 다음 성장이 정체될 것인가. 또는 분출하는 민중의 정치사회적 욕구를 조정하지 못하고 주저 않아 그저 그런 국가로 대충 살아갈 것인가. 공산당의 통치 기반을 뿌리째 흔들어놓을 수 있는 관료들의 부패, 대충대충 해먹기 등, 이런 사정을 말단에서 단계적으로 올라온 시진핑은 후진타오 주석보다 더 분명히 인식하는 인물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 량징(梁京)은 보시라이처럼 시진핑의 범죄도 단속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움직이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시진핑은 단 한 번도 관료층 이익집단의 공격에 시달린 적이 없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의 처세술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진핑은 권력의 정점에 오르자 세간의 시선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그는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착착 개혁을 진행했고, 반부패 투쟁을 통해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문제를 덮는 것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시진핑 총서기를 따라갈 인물이 없다고 한다. 아마추어식 시각을 지양하고, 냉철하게 분석한 중국식 민주화의 본질 이른바 G2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상대자로 대접받고 있다. 세계 정치 학계에서는 일당 독재라는 한계를 넘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해나가는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 내지 통치력, 특히 집정 능력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연구자가 점점 늘고 있다. 아직까지도 미국과 서유럽 학자들 사이에서 중국공산당 특유의 집단지도(영도)제와 공산당 내 민주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판적이며, 공산당 일당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일당 체제 국가이며, 정치범을 억압하는 ‘인권 탄압국’ 내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 후진국으로 분류되곤 한다. 그러나 신중국 건국 이후 60여 년 만에 거둔 세계 두 번째 경제 부국, 상대적인 사회 안정, 체계적인 정권 교체와 국가 제도의 안정적 운용, G2라는 국제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정치체제를 재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미국 굴지의 존스홉킨스 대학원에서 중국 정치를 공부한 이 책의 저자 역시, 중국 체제에 비판적이지만 결코 감정적이지 않다. 냉정한 시각으로 시진핑을, 중국 지도부의 능력을 평가하면서, 공산당이 집권을 지속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중국식 민주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추적해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비록 제19차 당대회가 열리기 2년여 전에 쓰인 책이지만, 19차 당대회에서 중국지도부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비교적 합리적으로 예측했다. 저자의 예측대로 19차 당대회는 차분히 끝났고, 시진핑을 위시한 중국 지도부는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저자의 예측이 적확하다는 얘기다. 서방 언론과 한국 언론에서 떠드는 시황제 내지 독재 공고화 같은 아마추어식 분석을 지양하고, 하나하나의 사례와 다양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냉정히 중국의 미래를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