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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실체가 없는 두려움은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라졌다. 그들의 삶 역시 남녘땅의 일상과 다르지 않음을 새롭게 ‘보고 들었’다. 없는 것을 만들어 알게 된 것이 아니다. 이념과 체제의 장벽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본 것이다. 가슴 벅찬 깨달음이었다. 반백년 넘게 한쪽 만 보며 따져 묻던 시선을 거두고보니 그들의 말처럼 ‘사는 것이 다 똑같은’ 우리네 정경이었다. 마주하는 모든 찰나들을 놓치지 않으려 나의 카메라는 내내 춤을 추었다. 지난 2003년 이후 더 이상 북녘 땅을 밟을 기회는 없었다. 멈춘 걸음을 다시 이을 수 있다면! 여러 번 만나며 우정을 쌓았던 북측 안내원들과 보통강 기슭에서 다시 만나 룡성맥주를 곁들이며 흉금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한때 남녘 남학생들의 마음을 들끓게 했던 당시 김일성종합대 여대생 ‘장류진’씨에게도 늦었지만 그를 찍은 사진 한 장 꼭 건네주고 싶다. 대동강변 공원에서 만났던 수줍음 많던 신랑신부와 다 키운 자녀들 얘기로 꽃을 피워보는 상상도 해본다. 나아가 평양에서 사진전을 여는 꿈도 꾼다. 남과 북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날들이 곧 오리라는 소망을 품어본다. 임종진 작가노트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