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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00. 마지막 별 01. 그라디아 공작 영애 02. 젤디온의 황태자 03. 늙은 여우의 굴 04. 갈림길 위의 부엉이 05. 어린 여우 구출 작전 06. 첫 번째 무도회 07. 마도시대의 유물 08. 관계의 변화 09. 디세온 R. 코넬리언 10. 귀환 11. 샤일롯의 호수 12. 금발의 불청객 13. 페르디의 어린 뱀 (1) [2권] 14. 페르디의 어린 뱀 (2) 15. 암살 명령 16. 밤의 피크닉 17. 갈림길의 이정표 18. 뱀의 둥지 19.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방법 외전 1. 알지 못하는 이야기 외전 2. 다시 아샤의 별 외전 3. 아이딘은 모르는 이야기 외전 4. 프러포즈 대작전 외전 5. 용의 유적지 외전 6. Happy Ending 외전 7. 우리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외전 8. My D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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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나는 짊어진 것이 많은 자다.” “…….” “그래서 나의 결정은 결코 충동적이어선 안 된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달빛을 등진 디세온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아이딘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디세온의 얼굴을 밀어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의 그림자에 끌어안기듯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고, 결정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도 생각해.” “무…엇을요?”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전하가 하는 말, 단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나를 생각해.” “…네?” “내가 없는 동안 나를 생각하라. 끊임없이. 계속해서 나를 생각하고, 떠올리고… 오늘의 말을 기억해.” 코끝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 숨이 막혀 온다. 아이딘은 거칠어진 숨을 감추기 위해 애써 심호흡하며 이제는 선명하게 보이는 디세온의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눈빛에 사로잡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나보다 느려도 상관없다. 나는 결정할 것이고 그 결정을 바꾸지 않을 테니까. 그대가 느리게 도착하더라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저, 전하?” “내가 돌아오면… 그땐 이름을 불러. 그대가 직접 지어 준 디온이라는 이름도 상관없다.” “…….” “아이딘, 도망치지 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물러났던 모양인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온 디세온이 아이딘의 허리를 잡아 자신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마치 그에게 춤을 배웠던 그 순간처럼 한 호흡이 흐트러지기도 전에 닿아 버릴 만큼 가까이에 그가 있었다. “돌아오면, 그대에게 도망갈 기회 같은 건 없을 거야.” “…….” “그게 싫다면 내가 없는 사이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지.” “…제가 이곳을 함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아시는 분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요?” “내게는 행운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한 디세온이 아이딘의 허리에 감았던 손을 풀지 않은 채 그녀의 턱을 살짝 잡아당겨 그의 얼굴을 마주 보도록 했다. 새파란 눈동자. 그 안에서 넘실거리는 정체 모를 감정에 숨이 막혀 온다. [2권] “디온.” 그러나 그녀에겐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일을 위해 아이딘은 두 번째 삶을 얻은 것이었다. “나는 가야 해요.” “…….” “가서 내 일을 마무리 지어야만 해요.” “…알고 있어.” “디온.” “그대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어.” 자신의 허리를 감싼 디세온의 단단한 두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아이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을 끝내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어요.” “…….” “제가 대온실에서 했던 말 기억해요?” “나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했지. 때가 되면 들어 달라는 말도 기억하고 있어.” “그 말 지금 할게요. 꼭 들어 줘야 해요.” “어쩐지 무섭군. 다음에 들으면 안 되나?” “디온.” “…알았어. 듣지.” 디세온은 숨을 크게 삼키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담담히 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의 그런 다짐을 단번에 무너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랑해요, 디온.” “…….”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믿어 줘요. 나는 무사할 거예요. 그러니 보내 주세요.” “…그대는 내게 너무 잔인해.” 디세온의 가슴을 살짝 밀어 그의 품에서 벗어난 아이딘이 손을 뻗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뺨에 닿은 부드러운 손길에 얼굴을 기대듯 눈을 감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이딘이 말을 이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당신의 아이딘으로 당신 곁에 돌아올게요. 약속해요.” “이번엔 내가 기다릴 차례인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천천히 눈을 뜬 디세온은 반짝이는 붉은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딘을 바라보며 긴 숨을 내쉬었다.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자신의 여인을 제 곁에 묶어 둘 수도 없었다. “나의 여왕께서 원하시는 일이야. 무력한 나는 그저 여왕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