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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 꺼진 은신처
이치은
알렙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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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장 불화(不和)의 소멸
2 장 소멸 직전 I
3 장 첫 번째 시도
4 장 소멸 직전 II
5 장 두 번째 시도
6 장 소멸 직전 III
7 장 세 번째 시도
8 장 소멸 직전 IV
9 장 마루가 꺼진 은신처

발문(강영규) : 매력적인 악몽의 세계

저자 소개 1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1998년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로 제2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고안력이 뛰어난 작품”, “상투적 교훈을 배격하는 문장의 탐구력”(김우창/문학평론가), “소설 문체의 매력”(조성기/소설가) 등 치밀한 구성과 독특한 문체가 높이 평가받으며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신예로 기대를 모았다. 2003년 『유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2009년 『비밀 경기자』, 2014년 『노예 틈입자 파괴자』(2014년 세종도서 문학 부문 선정), 2015년 『키브라, 기억의 원점』을 발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1998년 『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로 제2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고안력이 뛰어난 작품”, “상투적 교훈을 배격하는 문장의 탐구력”(김우창/문학평론가), “소설 문체의 매력”(조성기/소설가) 등 치밀한 구성과 독특한 문체가 높이 평가받으며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신예로 기대를 모았다. 2003년 『유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2009년 『비밀 경기자』, 2014년 『노예 틈입자 파괴자』(2014년 세종도서 문학 부문 선정), 2015년 『키브라, 기억의 원점』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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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62g | 144*210*20mm
ISBN13
9791189333058

줄거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킬러는 한 중년 여성을 총으로 살해한다.(의뢰받은 살인을 행한다). 킬러의 행위를 위해 필요했던 도구들(총, 모자, 색)은 행위 후에 또 다른 조력자들에게 건네진다. 그 조력자들은 전체 살해 계획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조각 부품들이다. 이 부품들은, 총이나 모자, 색 따위(살해 증거)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킬러는 지하철역을 내려가면서 한 여자와 종이봉투를 바꿔치기 한다. 킬러가 건네준 종이봉투에는 총과 모자와 색이 있다. 또 킬러는 지하철역 안에서 바바리코트를 거지 사내에게 벗어 던진다. 그 후 여자는 킬러의 종이봉투 안에 담긴 물건들을 다시 하나씩 따로따로 숨기거나 건네준다. 다시 그 물건을 건네받은 백화점 여인, 아리랑치기 소년, 거지 사내 들도 이 물건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건네주도록 의뢰를 받았다. 킬러를 포함해 수많은 조역들은 모두 비슷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1) 누군가로부터 수수께끼 같은 일을 제안받는다, 2) 그 대가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요긴한 물질적 보상이다, 3)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사태는 뜻하지 않게 흘러간다. 즉, 하나의 사건 장면에서 분기된(가지치기된) 작은 그물코들은 그 행위가 끝날 무렵 ‘마루가 꺼진 은신처’에서 지시받은 처형자에 의해 제거를 당한다.

여자는 킬러의 종이봉투를 들고, 택시를 타고 백화점으로 간다. 1층 코인 라커를 열고 커다란 색을 꺼내 거기에다가 총을 넣고, 모자가 들어 있는 종이봉투는 라커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백화점 매장에서 옷을 갈아입는 척하면서 열쇠를 어느 옷에 넣고 다시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로 가서 총을 변기통 안에 넣고, 색에 있던 여학생 교복을 입고 가방에다가 옷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백화점 앞에서 색을 아리랑 치기를 당하고, 택시를 타자, 누군가 똑같은 사람이 합승을 하고, 마취를 당하고 마루가 꺼진 은신처 앞에서 죽는다.

이처럼, 킬러의 전체 행위를 보면, 사건 자체는 단순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살해 장면의 다른 분기점을 묘사함으로써, 사건을 더욱 심화시킨다. 첫 번째 변주에서는 여자와, 백화점 여인과, 거지 사내와, 아리랑치기 소년이 등장한다. 두 번째 변주에서는 화장실 네 번째 칸의 사내와 웨이터와 사진 속의 여자가 등장하며, 세 번째 변주에서는 역무원과 문신 사나이와 목욕탕 프런트의 흰 드레스의 여자와 영화관 매표소의 소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 킬러와 마루가 꺼진 은신처가 등장한다. 앞서 분기되었던, 분열되었던 모든 사건-행위들은 이 장에서 합쳐진다. 즉, 앞장에서 분열되었던 잔해들이 길거리에 굴러다니는데, 킬러는 마루가 꺼진 은신처가 보낸 처형자의 추적을 받으면서 이 잔해들을 모두 확인한다.

완벽한 살해 계획이었다. 모든 퍼즐 조각들이, 여러 가지 요소들이 완벽하게 설계된 살해 계획이었고, 킬러는 사전 답사 등 치밀한 연습을 통해, 이 모든 조각들이 어떻게 기능하게 되는지를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킬러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모든 톱니바퀴(조력자)들을 하나씩하나씩 제거한 후, 결국 처형자들은 킬러마저 제거하려 한다. 이제 킬러 ‘나’는 추적을 완전히 피할 방법이 없었을 때, 자신이 ‘마루가 꺼진 은신처’에 도달했음을 깨닫게 된다.

출판사 리뷰

미스터리 장르의 관습적 규칙을 깨뜨리다
독자의 능동적 참여가 완성하는 소설


평론가 장은수 씨가 평하였듯, 이치은 소설은 늘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이 작품 역시 소설의 완성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독자가 그것을 미스터리 장르로 즐기든, 사건이 멋지게 해결되는 추리 장르로 여기든, 악몽 같은 판타지로 여기든, 작가는 이야기의 완결 단계에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 이 소설은, 결국 이야기의 완성을 목격하려 달려나가는 우리의 욕망을 잡아끌어 다른 방향으로 ‘사유’하게 하는 예술적 힘을 갖고 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아방가르드 음악을 듣거나, M.C. 에셔의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장면을 보면, 상식에 기반한 우리의 관념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완벽한 살해 계획을 세웠던 킬러 ‘나’의 의지가 좌절되며 조력자(톱니바퀴)들이 하나하나 제거돼 나가며 결국 ‘나’마저 종국에 치닫는 과정에서, 결국 꿈꾸기가 아닌 소설(픽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해나가게 된다.

매끈하게 짜인 그물의 완성,
결말을 보고 싶은 독자의 욕망을 깨뜨리다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노래 「마루가 꺼진 은신처」의 모티프와 배경과 어조 등을 차용해서, 단순한 ‘사건 장면’ 하나를 만들었다. ‘사건 장면’은 단순하다. 킬러가 살인 의뢰를 받고, 그 희생자를 죽였다. 하지만 그 단순한 사건은 각각 다른 시점에서 그려지면서 또 다른 변주들을 갖는다. 하나의 사건은 여러 번의 분기점을 갖는 작은 사건들로 쪼개졌다가, 소설 후반부에서는 다시 합쳐진다. 주제를 제시하고 전개시키다가 갑자기 소멸시키며, 이어서 다시 변주하다가 종결시킨다. 소설의 첫 장에서, ‘사건 장면’이 전개된다. 그리고 세 번의 변주를 갖는, 모두 네 번의 사건 장면이 펼쳐진다. 변주들 사이에서는 주인공 킬러 ‘나’의 살해 준비 장면이 삽입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이 모든 퍼즐 같은 사건의 총합으로써 ‘나’의 행적과 추적이 펼쳐진다.

주제 혹은 의도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현실과 환상의 차원이 넘나들며, 전통적인 소설의 개연성마저 뛰어넘으며, 이제껏 우리가 체험했던 이해와 공감의 차원을 벗어나 있다. 이 소설에서 환상이라는 장치가 그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 또 다른 예술적 힘을 가지는 이유이다. 또,『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 「마루가 꺼진 은신처」의 모티프와 배경과 어조 등을 차용해, 단순한 ‘사건 장면’ 하나를 만들며 시작된다. 그 단순한 사건은 각각 다른 시점에서 그려지면서 또 다른 변주들을 갖는다. 이러한 전개는 소나타나 카논이라는 악곡 형식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은, 이상한 가사, 특정한 메타포의 집요한 반복, 기존 장르의 패러디, 퍼포먼스 등으로 인해 난해하고도, 그 내용은 염세적이고 허무하다고 한다. 이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의 열렬한 팬이 작가 이치은이다. 앞의 말처럼, ‘지옥에라도 들고 가고 싶은 앨범’이라고 한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아방가르드한 음악이 이치은에게서 소설로 재탄생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감상 포인트를 심어준다.

이 소설에서 뚜렷한 주제를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제시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있지 않다. 작가는, 어떤 킬러의 완벽한 살해 계획이 좌절되어 가는 과정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법으로 다룬다. 그 킬러의 계획을 의뢰한 것도, 그 킬러의 살해 이후에 모든 과정을 뒤처리한 것도, 모두 ‘마루가 꺼진 은신처’가 했는지 모른다. 마치 카프카의 『성』과 기사를 연상시킨다. 카프카의 성과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정반대의 의미다. 즉, ‘성’은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곳인 반면,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닿고 싶지 않아도 닿을 수밖에 없는 장소이다. 모두 소멸해 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다.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모든 주인공들이 무시하고 싶은 징후지만, 계속해서 제시된다. 그리고 결국엔 주인공이 닿게 되는 곳이다.

작가는 이 분열-소멸-다른 분열로의 전이-다시 소멸의 과정을 보임으로써, 인간 삶의 비의를 그려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복-중첩-혼동-동일 인물 사용의 과정으로써, 인간 삶의 계속됨, 즉 반복을 담아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에, 독자의 개입과 참여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작가는 이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추천평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일급 킬러 ‘나’가 암살 의뢰를 수행하는 사흘간의 행적을 뼈대로, 그 수행 과정에 연루된 인물들의 짧은 사연을 모자이크식으로 엮은 이야기다. 이 인물들의 사연 속에서 또 다른 인물들이 꼬리를 물며 등장해 충돌하고 굴절하며 점점 이야기의 그물코가 촘촘해진다. 우리는 서사의 결말에서 매끈하게 짜인 그물의 완성을 보고 싶게 마련이고 그것이 미스터리 장르의 관습적 규칙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세 번의 변주와 다성음악적 구성을 통해 그물의 완성을 계속 늦춤으로써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주인공 킬러를 포함해 수많은 조역들은 모두 비슷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1) 누군가로부터 수수께끼 같은 일을 제안받는다, 2) 그 대가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요긴한 물질적 보상이다, 3)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사태는 뜻하지 않게 흘러간다. 여기서 실제의 우리 삶이 이 같은 우연과 필연, 선택과 강제, 의심과 맹목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음을 연상하는 것이 아주 엉뚱하지는 않겠다. 이 소설이 이야기의 완성을 ‘목격’하려 달려나가는 우리의 욕망을 잡아끌어 다른 방향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예술적 힘이 여기에 있다. - 강영규 (출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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