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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장 불화(不和)의 소멸 2 장 소멸 직전 I 3 장 첫 번째 시도 4 장 소멸 직전 II 5 장 두 번째 시도 6 장 소멸 직전 III 7 장 세 번째 시도 8 장 소멸 직전 IV 9 장 마루가 꺼진 은신처 발문(강영규) : 매력적인 악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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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장르의 관습적 규칙을 깨뜨리다독자의 능동적 참여가 완성하는 소설평론가 장은수 씨가 평하였듯, 이치은 소설은 늘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이 작품 역시 소설의 완성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독자가 그것을 미스터리 장르로 즐기든, 사건이 멋지게 해결되는 추리 장르로 여기든, 악몽 같은 판타지로 여기든, 작가는 이야기의 완결 단계에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 이 소설은, 결국 이야기의 완성을 목격하려 달려나가는 우리의 욕망을 잡아끌어 다른 방향으로 ‘사유’하게 하는 예술적 힘을 갖고 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아방가르드 음악을 듣거나, M.C. 에셔의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장면을 보면, 상식에 기반한 우리의 관념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완벽한 살해 계획을 세웠던 킬러 ‘나’의 의지가 좌절되며 조력자(톱니바퀴)들이 하나하나 제거돼 나가며 결국 ‘나’마저 종국에 치닫는 과정에서, 결국 꿈꾸기가 아닌 소설(픽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해나가게 된다. 매끈하게 짜인 그물의 완성,결말을 보고 싶은 독자의 욕망을 깨뜨리다『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노래 「마루가 꺼진 은신처」의 모티프와 배경과 어조 등을 차용해서, 단순한 ‘사건 장면’ 하나를 만들었다. ‘사건 장면’은 단순하다. 킬러가 살인 의뢰를 받고, 그 희생자를 죽였다. 하지만 그 단순한 사건은 각각 다른 시점에서 그려지면서 또 다른 변주들을 갖는다. 하나의 사건은 여러 번의 분기점을 갖는 작은 사건들로 쪼개졌다가, 소설 후반부에서는 다시 합쳐진다. 주제를 제시하고 전개시키다가 갑자기 소멸시키며, 이어서 다시 변주하다가 종결시킨다. 소설의 첫 장에서, ‘사건 장면’이 전개된다. 그리고 세 번의 변주를 갖는, 모두 네 번의 사건 장면이 펼쳐진다. 변주들 사이에서는 주인공 킬러 ‘나’의 살해 준비 장면이 삽입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이 모든 퍼즐 같은 사건의 총합으로써 ‘나’의 행적과 추적이 펼쳐진다.주제 혹은 의도『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현실과 환상의 차원이 넘나들며, 전통적인 소설의 개연성마저 뛰어넘으며, 이제껏 우리가 체험했던 이해와 공감의 차원을 벗어나 있다. 이 소설에서 환상이라는 장치가 그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 또 다른 예술적 힘을 가지는 이유이다. 또,『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 「마루가 꺼진 은신처」의 모티프와 배경과 어조 등을 차용해, 단순한 ‘사건 장면’ 하나를 만들며 시작된다. 그 단순한 사건은 각각 다른 시점에서 그려지면서 또 다른 변주들을 갖는다. 이러한 전개는 소나타나 카논이라는 악곡 형식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은, 이상한 가사, 특정한 메타포의 집요한 반복, 기존 장르의 패러디, 퍼포먼스 등으로 인해 난해하고도, 그 내용은 염세적이고 허무하다고 한다. 이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의 열렬한 팬이 작가 이치은이다. 앞의 말처럼, ‘지옥에라도 들고 가고 싶은 앨범’이라고 한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아방가르드한 음악이 이치은에게서 소설로 재탄생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감상 포인트를 심어준다. 이 소설에서 뚜렷한 주제를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제시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있지 않다. 작가는, 어떤 킬러의 완벽한 살해 계획이 좌절되어 가는 과정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법으로 다룬다. 그 킬러의 계획을 의뢰한 것도, 그 킬러의 살해 이후에 모든 과정을 뒤처리한 것도, 모두 ‘마루가 꺼진 은신처’가 했는지 모른다. 마치 카프카의 『성』과 기사를 연상시킨다. 카프카의 성과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정반대의 의미다. 즉, ‘성’은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곳인 반면,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닿고 싶지 않아도 닿을 수밖에 없는 장소이다. 모두 소멸해 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다. 마루가 꺼진 은신처는 모든 주인공들이 무시하고 싶은 징후지만, 계속해서 제시된다. 그리고 결국엔 주인공이 닿게 되는 곳이다. 작가는 이 분열-소멸-다른 분열로의 전이-다시 소멸의 과정을 보임으로써, 인간 삶의 비의를 그려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복-중첩-혼동-동일 인물 사용의 과정으로써, 인간 삶의 계속됨, 즉 반복을 담아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에, 독자의 개입과 참여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작가는 이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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