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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 한국 설치미술의 시원 2. 일시적 예술의 등장: 1960-70년대 한국의 퍼포먼스와 미술가의 몸 3. 열린 체계: 백남준의 예술과 기술의 협업 4. 제1세대 한국 비디오 작가 박현기: 문화번역의 관점에서 본 비디오 매체 5. 조성묵의 조각·설치: 커뮤니케이션의 매개항 6. 윤석남의 여성주의 (설치)미술: 여성 그 중심에 서다 7. 한국의 포스트모던 맥락과 사회 비판적 설치미술 8. 전수천의 유목민적 설치와 이동성 9. 아카이브로서의 역사: 민영순의 설치 10.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후주 참고 문헌 도판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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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 현대미술에서 설치미술은 어떤 지형도를 이루며 전개되었을까. 한국의 설치미술은 한국 미술이 서구의 현대미술과 동시대성을 획득한 이후인 1990년대 중후반부터 대부분의 전시장에서 설치미술 작품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양적으로 팽창했고, 국제 조류에 발맞춰 서구 미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의 신세대 미술가들이 제시했던 설치미술과 일회적이었던 그들의 ‘전시 방식’은 설치미술을 양적·질적으로 팽창시켰다. 물론 이러한 미술의 진정성과 본질에 대해 항상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혹독한 비판도 뒤따랐다. … 몇몇 논자들은 한국의 설치미술이 설치 특유의 장소특정성을 망각하고 있으며,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고, 획일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는 수긍할 점이 있지만, 우리가 우리의 미술을 논의하는 데 있어 지나치게 자기비판만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한국 설치미술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과 자생성을 동시에 밝혀내고자 한다. --- 「1. 한국 설치미술의 시원」 중에서
설치미술의 특징을 일회적인 것으로 보고 동일하게 재현할 수 없는 불가능성의 측면에서 정의한다면, 1960년대 한국 미술에서 보이는 퍼포먼스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 설치미술이라는 장에서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한국의 퍼포먼스 아트 자체는 비록 수명이 짧았으나, 당시 이러한 전위적 행위에 가담한 미술가들이 자신의 신체가 가지는 불확정성, 비결정성, 상황과 신체와의 관계를 새롭게 의식하고 실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행위 자체는 이벤트적 일회성이나 스캔들을 불러일으키는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수용되긴 했지만, 미술 자체의 맥락에서 볼 때 그들은 한국 아방가르드의 특징을 일차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 「2. 일시적 예술의 등장: 1960-70년대 한국의 퍼포먼스와 미술가의 몸」 중에서 필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2000년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소특정성, 제도비판성, 시각문화, 물질문화의 측면, 그리고 인터미디어라는 다양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당시 소그룹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산업폐기물이나 파운드 오브제 등은 ‘아파트단지’로 대표되는 한국의 특이한 도시주거 형성과 아파트 단지 건설붐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새로운 아방가르드의 형성으로 이전 세대와의 단절, 전통의 부정, 새로운 것의 추구를 표방했던 신세대 작가들은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조건에서 작품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보이는 ‘일상성’은 역사적인 대서사 보다는 주변을 둘러싼 일상적인 의미의 회복이며, 진부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그러면서도 나날의 진동을 느끼게 하는 부조리한 삶의 재발견을 의미했다. --- 「7. 한국의 포스트모던 맥락과 사회 비판적 설치미술」 중에서 2000년대 이후 작가들은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어 제도의 문제, 미술(안팎)에서 진행된 예술현상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을 이어나간다. 1995년부터 시작된 광주비엔날레 그리고 미국 현대미술과 달리, IMF 이후 한국 현대미술계에 급증하기 시작한 대안공간의 운영, 그리고 2000년대를 휩쓴 커뮤니티 아트,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계는 15년 동안 글로벌 현대미술과 함께 혹은 독자적으로 매체의 특수성을 무너뜨리면서 인터미디어적인 융복합 프로젝트를 취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의 한국 설치미술에 대한 논의에서는 IT 기술의 발달과 그러한 기술의 급변 상태를 신봉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한국 동시대 미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대성이란 어떤 특징을 지니는 것일까? --- 「10.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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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에서 한국 설치미술의 정체성과 자생성을 밝히려는 의미 있는 시도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비평과 실천의 양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설치미술의 역사를 개괄하고, 뜻 깊은 시도와 지점들을 꼼꼼히 짚어보는 전문 연구서이다. 저자는 실험미술, 신체미술,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의 맥락에선 선행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설치미술과 관련해서는 본격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서 한국 현대미술, 특히 설치미술을 다루는 방법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로써 한국 설치미술만의 정체성과 자생성을 밝혀내고, 서구 미술의 조류에 응하면서 동시에 그와 갈등했던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생생히 그려보려고 한다. 다만 문화정체성, 한국의 특징 등을 미리 상정한 채 연구대상에 다가가는 것은 위험한 시도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만의 어떤 특징을 미리 상정하기보다는 각 작품과 작가들의 활동, 궤적을 시대상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귀납적으로 추론하여 제시한다. 원래 ‘설치’란 전시공간에서 미술작품의 배열과 배치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넓게 보면 회화나 조각 등 전통의 장르 범주도 설치라고 이를 수 있다. 단, 여기서 다루는 설치미술은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한정된 특정 기간 동안 (혹은 특정 장소에서) 실내 혹은 실외 전시 공간에 전시되는 일회성 구축물과 공간예술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설치미술을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하여 살핀다. 첫 번째 시기인 1960~70년대를 다룬 장에서는 《한국청년작가연립전》과 AG, ST 등의 소그룹 활동, 초창기 퍼포먼스의 실험미술 경향 등 4.19 세대 주도의 초기 아방가르드 운동을 중심으로 설치미술의 태동을 고찰한다. 두 번째 시기인 1980~90년대에 관해서는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부상한 설치미술 경향을 짚어본다. 이 시기에 한국에서 설치미술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렀지만, 90년대 이후 작품의 거대 규모로 인해 설치미술의 장소가 미술관과 갤러리로 이동하고 미술관과 특정 기업이 컬렉터로 부상하면서 제도권 미술의 맥락에서 그 성격이 설명되기도 했다. 세 번째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과 관련해서는 신자유주의와 국제화의 조류 속에 펼쳐지는 인터넷-포스트인터넷 세대의 설치 작업들을 탐색한다. 이 책의 독자들은 한국 설치미술을 미술의 한 현상으로만 바라볼 뿐 아니라, 시각문화와 한국 물질문화사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