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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종이야기는』우리 일상의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鍾)’에 과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종은 우리 문화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문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종은 대체로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 나라에서 처음 종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시대의 차이가 있지만, 그 용도는 시각을 알리는 등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되었음을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종은 주로 범종(梵鐘)이라고 하는데, 범종 역시 사찰의 종루에 걸어놓고 시간을 알려주거나 그 소리를 통해 세속에 찌든 번뇌를 정화시켜주는 준다. 범(梵)이라는 글자는 산스크리트어의 ‘브라흐마(Brahm?)’의 음역인데, “맑고 청정하다” 혹은 “신성하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울림이 큰 범종의 소리는 세속적 번뇌와 마음의 집착을 씻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국종’ 우리의 범종은 그 모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종을 전 세계 종 등의 문화재를 연구하는 학계에서 ‘한국종’이라는 별도의 학명을 부여하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종이 우리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특징으로는 먼저 용뉴(龍?)를 들 수 있다. 종을 매달기 위해 상단에 고리 형식으로 만드는 용뉴는 용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용이 위에서 종을 물고 있는 듯 한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종’이나 ‘중국종’은 하나의 몸체로 된 ‘쌍룡’인데 반해 ‘한국종’은 〈성덕대왕신종〉의 용뉴에서처럼 한 마리의 용이 대나무를 짊어지고 있는 형상으로 비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종의 용뉴는 〈원대철제범종〉에서처럼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등지고 웅크린 , 완전히 좌우대칭으로 되어 있다. 이는 특별한 미의식을 가진 한국인들의 미감이 정적인 대칭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종의 두께도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적인데, 이로 인해 종을 치면 맥놀이가 일어난다. 맥놀이는 음의 주파수가 다른 주파수와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서로 놀이를 하는 것이다. 이 놀이에 의해 소리는 일정하지 않고 스스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즉흥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만약 맥놀이가 일어나는 두 파동의 주파수가 같아지면 맥놀이가 사라지고 단조로운 소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용뉴에 붙어 있는 음통 역시 한국 종에만 있는 특징이다. 이는 신라의 전설적인 피리인 만파식적(萬波息笛)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 피리를 불면 적이 물러가고 병든 사람도 완쾌되고, 가뭄에 비가 내리고, 장마에는 비가 멈추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인들은 종의 소리가 만파식적처럼 온 나라에 울려 퍼져서 국난이 극복되고 백성들의 편안을 기원했다. 여러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종’ 이야기 우리의 종에는 슬프고,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12만 근의 구리를 녹여 만든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은 제작 기간만 무려 34년이 걸렸으며,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깊은 울림을 낸다. 신묘한 종의 소리를 얻기 위해 한 여인의 아기를 펄펄 끓는 쇳물에 넣어 종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 아들을 땅에 묻으려다 돌종을 얻은 이야기, 금강산에 온 유점사 종이나, 북한의 국보급 문화재인 ‘유점사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물속에 가라앉은 ‘감은사 종’과 ‘성덕대왕 신종’보다 네 배나 더 컸다는 ‘황룡사 종’은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그리고 종을 울려 은혜를 갚은 꿩이나 종을 부리로 쪼아 종소리를 낸 비둘기의 이야기에는 우리 전통 문화의 보은(報恩)의식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종 이야기는』에는 수많은 외침과 어려움을 이겨낸 우리의 역사처럼 수난을 단한 우리 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가고, 전쟁의 무기로 쓰이기 위해 수탈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 때 파괴된 종, 산불로 녹아 없어진 ‘낙산사 종’ 등 격랑이 많은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종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종 이야기는』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명나라와 세계 최대의 종인 러시아 ‘황제의 종’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 미국의 ‘자유의 종’ 영국 국회 의사당의 ‘빅벤’ 명화, 밀레의 ‘만종’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여러 종에 얽힌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있다. ‘종’은 사람의 일상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그 의의와 의미를 살피고 미래의 ‘종’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하기 위함이다. 종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니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니? 성덕대왕 신종은 긴 여운을 남기는 그윽하고 아름다운 종소리로 유명해. 훌륭한 종인지 아닌지는 종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고 해. 은은하고 깊으며 여운을 오래 끄는 종일수록 훌륭한 종이라는 거야. 우리나라 종은 중국 종이나 일본 종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을 가지고 있어. 종의 모양과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종소리는 웅장하면서도 심오해. 동양 종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으로 꼽히고 있어. 그래서 우리나라 종은 ‘한국종’이라는 국제 학술 명칭으로 따로 불리고 있단다. 한국종은 삼국 시대에 불교가 전해진 뒤부터 만들어 사용했다고 여겨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통일 신라 시대인 8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종뿐이야.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한국종은 725년 만들어진 오대산 상원사 동종이지. 한국종은 그 생김새가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이야. 종안에 추를 달아, 쇠가 쇠를 때려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내게 하는 서양종과 달리, 종을 치는 나무 막대기인 당목으로 밖에서 종의 겉면을 쳐서 소리를 내게 하지. 이 종은 종각 등에 높게 매달아 놓지 않고 땅에서 낮게 다는 것이 원칙이야. 따라서 종소리가 아래쪽으로 쫙 깔리면서 은은하고 맑은 소리가 나고, 메아리를 남기며 멀리 퍼져 나가지. 종소리가 은은하고 깊으며 그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 한국종만의 특징이란다. 〈우리 종 이야기〉는 다른 나라 종과 구별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종에 대한 이야기야. 종은 언제 처음 생겨났고, 한국종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소개했어. 그리고 상원사 동종, 성덕대왕 신종, 연복사 동종, 내소사 고려 동종, 옛 보신각 동종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들과 수난을 당한 우리나라 종 이야기, 종에 얽힌 옛이야기, 세계의 여러 종 이야기 등을 담았어. 나는 10여 년 전부터 종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종을 소재로 한 동시를 여러 편 쓰기도 했단다. 그 가운데 한 편을 여러분에게 소개할게. 나는 한국종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천 년을 살았지만 주름 하나 없고, 수없이 울고 울어도 눈물 자국이 없으니 말이야. 이런 생각을 담은 시가 「범종」이야.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보고 한국종의 세계로 함께 떠나 볼까 꼿꼿이 등을 세우고 종각 안에 앉은 범종 천 년을 살았지만 주름 하나 없습니다 수없이 울고 울어도 눈물 자국 없습니다. ―신현배 「범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