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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없는 세상에 대비하는 전환운동
한국의 식량 자급율은 25%(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 대로 떨어진다)에 불과하다. 나머지 먹거리는 600마일 떨어진 중국, 12,726마일 떨어진 칠레, 6,000마일 떨어진 미국, 5,200마일 떨어진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들여온다. 이 먹거리의 수송에는 당연히 막대한 석유가 소비된다. 석유가 먹거리의 수송에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농약과 비료 등의 화학적 투입재 없이 생산되는 먹거리의 양은 극히 미미하다. 한마디로 석유 없이는 먹거리도 없다. 그러나 석유 생산은 점점 정점을 향해가고 있으며, 석유는 더 이상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 잉글랜드 남서부 데번의 작은 마을 토트네스(Totnes)에서 석유 시대 이후의 지역공동체와 사람들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모색하고, 석유 없는 세상을 살아나갈 방안을 설계하며 준비하는 움직임이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전환운동(Transition Movement)이다. 지금은 전세계 30여 개 국의 400여 개의 소읍과 도시가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왜 로컬푸드인가?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우리가 사는 곳에서 로컬푸드 씨 뿌리기 ― 지역, 상생과 공생, 순환을 위한 행동 가이드》는 영국과 뉴질랜드, 미국 등의 크고 작은 지역공동체에서 이루어진 로컬푸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로컬푸드라는 말은 국가마다, 집단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지역 생산-지역 소비’에 방점을 찍는 경우도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강조하거나 지역성과 공동체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의미를 포함하여 로컬푸드는, 푸드마일을 푸드미터로 줄이는 데 기여하고 지역주민들이 관계 맺는 방식을 바꿀 수 있게 한다. 또한 잔디 대신 먹거리를 기르는 ‘먹을 수 있는 경관’ 조성을 하나의 예술양식으로 바라보는 예술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의 가장 큰 의미는 아무래도 지역에서 나는 것들로 지역주민을 먹일 수 있다는 것, 즉 지역의 먹거리보장(Food Security)을 높인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이 영국의 식량 자급률은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가장 높았다고 말하는 것(먹거리 생산을 위해 일반 가정과 지역공동체의 모든 곳을 텃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에)이나 지금도 영국 내 30만 개의 할당텃밭(영국의 전통적인 지역텃밭으로,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시민에게 임대)에서 매년 25만 톤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따라서 로컬푸드는 전환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생각하는 프로젝트이다. 전환 과정에서 먹거리는 핵심일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정답이 아니라 영감을 제공하는 책 이 책의 두 저자, 영국의 토트네스에서 전환운동을 시작한 롭 홉킨스와 초기부터 관여해온 탐진 핑커턴이 소개하고 있는 로컬푸드 프로젝트는 크게 12가지이다. 다른 사람이 생산하고 유통시킨 먹거리를 사먹기만 했던 현대인이 다시 먹거리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조리하는 옛 기술을 익히는 것을 뜻하는 ‘재기능화’에서부터 석유 없는 세상을 물려받게 될 미래의 주역들이 먹거리를 매개로 땅과 공동체를 다시 만나게 하는 학교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이 소개하는 로컬푸드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프로젝트는 거창하지 않다. 단 일곱 가구가 진행해나가는 소박한 프로젝트(LETS 후속 할당텃밭)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전체를 아우르고 수백 명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거대 프로젝트(런던 해크니의 ‘지역공동체 키우기’나 세인트앤 할당텃밭)도 한두 명의 아이디어와 부지런함 그리고 열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 책은 각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해당 프로젝트가 이루어진 지역과 주체, 상세한 팁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책의 역할이 로컬푸드 프로젝트의 유일한 방향이나 정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는다. 저자들은 각 지역의 특성, 사람들의 사정과 경험이 얼마나 다양한 변수로 작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로컬푸드 프로젝트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공함으로써 “이미 존재하고 있는 로컬푸드 프로젝트를 찬양하고, 로컬푸드와 관련하여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지역공동체의 행동을 고무”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프로젝트들은 비록 우리나라와 사정이 많이 다른 영국의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로컬푸드 혹은 지역공동체 문화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제공하는 사례로부터 풍부한 아이디어와 참고자료, 무엇보다도 열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