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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양귀비가 좋아한 여지 사계절의 기운을 가진 비파 오얏과 자두, 동종의 과일인가 산딸기 같은 양매 단오절에 맛보는 붉은 앵두 용의 눈알을 닮은 용안 그대 매실이 되어 주오 입안에 살살 녹는 하미과 여름 허기를 달래주었던 오디 살구꽃 핀 마을이 어드메요? 불로장생의 선과, 복숭아 양기를 돕게 하는 복분자 숙취에 좋은 포도 갈증 해소에 탁월한 수박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참외 무화과는 정말 꽃이 없을까? 야자주 한잔 하실까요? 가을 으름은 한국 바나나 다래는 토종 키위 꽈리 불어봤나요? 소화에 좋은 산사자 미인은 석류를 좋아한다? 장수의 과실, 대추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사탕수수 사랑을 고백하며 던진 연밥 조선 시대에는 사과보다 능금이 많았다? 제사에 빠지지 않는 밤 개암이 헤이즐넛이라고요? 겨울 나의 시(詩)는 모과 감기에는 배, 갈증 해소에도 배 효자 가슴에 품은 감귤 일곱 가지 미덕을 지닌 감 한겨울의 별미 고욤 색, 향, 맛이 아름다운 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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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처럼 달콤한 지혜의 책
이 책 『과일과 한시 이야기』의 저자는 한시를 전공한 국문학자로, 옛 고전을 오늘의 독자들에게 알기 쉽도록 소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늘의 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한시의 발굴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과일’을 테마로 한 이번 책 역시 그런 저자의 남다른 노력이 빚어낸 한 결과물이다. 책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수박이나 참외에서부터, 근대 이전의 우리 조상들에게는 상당히 낯설었을 용안 같은 열대과일까지 두루 등장한다. 이들 다양한 과일에 담긴 역사와 스토리, 그리고 이를 노래로 읊은 옛 선인들의 한시 해설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과일 생각이 간절해진다.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저자의 유려한 해설이 더해지니 책 자체가 과일처럼 달콤하다. 선인들의 지혜와 일상의 애환이 과즙처럼 터지고, 아름다운 한시들은 형형색색의 무늬와 빛깔을 만들어낸다. 책에는 동양화풍의 일러스트까지 곁들여 읽는 즐거움 외에 보는 즐거움도 동시에 선물한다. ‘미녀들이 좋아’한다는 ‘석류’를 노래한 시들 석류는 아름다운 꽃과 기이한 열매로 인해 역대의 수많은 시인들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흔히 많은 남성들 사이에 홀로 있는 여성을 지칭하여 ‘홍일점’이라는 말을 쓰는데, 홍일점은 ‘만록총중홍일점(萬綠叢中紅一點), 동인춘색부수다(動人春色不須多)’에서 나온 말이다. 이 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왕안석(王安石)이 석류를 보고 읊은 것이다. 온통 새파란 석류나무 잎 사이에 난 붉은 한 점의 꽃송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할 봄빛, 굳이 많은 것 필요 없이 다만 이것이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석류를 읊은 시들을 몇 편 더 소개한다. 옥 이슬방울 화장한 듯 아름답고 맛있는 즙은 치아 사이로 줄줄 흐르네. 고맙게도 그대 멀리서 귀한 물건 보내어 잠 귀신이 몰려들다 멀찌감치 달아나네. - 이숭인(李崇仁, 1347~1392) 석류 껍질 속에 부서진 붉은 구슬 - 율곡이 3세 때 지은 시 비단 주머니 살짝 열어 보니 옥구슬 바글바글 황금 방마다 겹겹이 맛난 과즙 들어있구나 - 최항(崔恒, 1409~1474) 구름 넘어 영원(永遠)으로 시집가는 꽃 - 미당 서정주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맞추었네 - 변영로 지울 수 없는 사랑의 화인(火印) 가슴에 찍혀, 오늘도 달아오른 붉은 석류꽃 - 이해인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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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교수가 발굴해 낸 과일과 관련된 아름다운 시와 일화들을 통해 우리는 잊혀져 가는 옛 선인들의 멋스런 삶과 지혜를 접할 수 있어 마냥 행복에 젖게 된다. 그의 명철한 안목과 해박한 식견 그리고 유려한 문장이 읽는 이의 심금을 사로잡는다. 『과일과 한시 이야기』에 담겨 있는 옛 시와 이야기들이 독자의 마음을 향기롭고 그윽하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임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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