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우리는 왜 춤을 추는가
1. 슬픔을 그대 품 안에_룸바 2. 불꽃처럼 살다 가고 싶어_탱고 3.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_왈츠 4. 때로는 고양이처럼, 때로는 강아지처럼_차차차 5. 유쾌한 탈출_자이브 6. 색다른 길을 떠나 보실래요?_삼바 7. 무너진 사랑_파소 도블레 8. 이별을 준비하며_폭스 트롯 9. 나와 함께 춤추실래요?_댄싱 위드 더 스타 마치며 그 남자, 그 여자에게로의 여행 |
방현희의 다른 상품
|
-나는 룸바를 추면서 내 모든 슬픔을 춤에 싣는다. 축 젖어들어 춤 한 곡을 느릿느릿 추다 보면 땀에 흠뻑 젖고 눈물은 누관을 타고 식도 저 뒤쪽으로 흘러내린다. 실컷 통곡을 하고 난 뒤처럼 개운해진다. 그러면 일주일 분의 슬픔은 해결된다.
-나는 아기를 가질 수 없어요,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아기를 안고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시간에 나는 나와서 춤을 추어요. 아기를 안고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빙글빙글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에요. 나는 먹먹한 가슴을 부여안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들 모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쉽게 말 할 수 없는 각자의 사연을 홀로 새겼으리라. -내가 춤을 추는 이유는 뭘까. 춤이란 다른 무엇도 아닌 내 몸으로 하는 것이고, 내 삶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내 자신의 ‘몸’에 새겨진, 새겨지고 있는, 앞으로도 무수히 새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 몸에 새겨진 고통, 기쁨, 슬픔, 환희. 그것들을 곧 몸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번 연말 파티에는 79세의 할머니와 81세의 할아버지 부부가 호텔 그랜드 볼룸 무대에 서신다고 한다. 나와 같은 클래스에서 수업을 받는 분들이시다. 나는 그 두 분에게서 진정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본다. 그분들이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춤을 함께 추기 위해 그토록 많은 의견을 나누듯이 일상도 그렇게 지켜오셨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노년의 행복은 필시 하늘이 주신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이다. -차차차(Cha cha cha)의 특징은 락스텝(Lock step)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물쇠로 잠그듯 두 다리의 허벅지를 힘차게 붙이며 골반을 앞으로 밀어내는 모습인데, 앞뒷다리의 맞물림과 동시에 힙이 꽉 조여져야 한다. 이 락스텝과 짧고 강렬하게 끊고 돌아서는 스타카토 때문에 마치 토라진 여인이 애원하는 남자를 매몰차게 떨치고 돌아서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매몰차게 뿌리쳤으나 아주 떠나지는 못하는 사이. 티격태격하면서 울고 달래고 다시 사랑하는 사이. 순식간에 자리 이동하는 턴을 할 때, 남자 옆구리로 바짝 다가섰다가 180도로 완전히 돌아오는 클로즈 힙 트위스트를 할 때, 마치 못된 남자를 그래도 버릴 수 없어 주위를 빙빙 도는 듯한 로프 스핀을 할 때가 바로 그렇다. 차차차는 그런 춤이다. -고통을 고통으로 맞서려고 했을 뿐, 긍정적 에너지가 없는 안간힘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울한 마음으로 아들을 바라보면 아들로서는 더욱 죄책감만 커질 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우울한 시간이 지속된 나머지 희망을 품은 것도 잠시였을 뿐, 사실상 타성에 의해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을 뿐이었으며 우울함이 그녀를 짙은 안개 속으로 끌어들여 이젠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는 당장 왈츠를 배우기 시작했다. 더 늦으면 더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다급함도 들었다. ---본문 중에서 |
|
■ 춤추는 소설가 방현희의 ‘춤추는 사람들’에 대한 에세이
“나는 춤을 추면서 내 모든 슬픔을 춤에 싣는다. 그러면 일주일분의 슬픔은 해결된다. 나는 이제 웃고 싶어진다. 그래서 춤이 끝나고 나면 제일 먼저 활짝 웃는다.“ 소설가 방현희의 춤 에세이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가 ㈜민음인에서 출간되었다. 실제로 수년간 댄스 스포츠를 배워 온 저자는 룸바, 차차차, 왈츠, 자이브, 삼바, 탱고, 파소 도블레, 폭스 트롯 등 다양한 종목의 댄스 수업을 들었고 그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춤에 매료되었다. 이 책은 춤에 몰입하는 동안 일상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위안을 얻는 각계각층의 사람들 이야기이다. 이들은 왜 춤을 배우게 되었으며, 춤은 이들에게 무엇을 선사했는지, 삶의 애증을 몸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음지에서 나온 춤, 일상의 건전한 무용예술로서의 댄스 스포츠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 춤을 ‘삶의 구원처’로 삼다 “나에게 춤이란 슬픈 거예요. 내가 갖고 싶은 것, 아주 소중한 것을 갖지 못했기에 춤으로 그것을 대신해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루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한 갈망 때문에 다른 대상에 열정을 쏟아붓기도 한다. 저자 자신을 포함하여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그 대상으로 ‘댄스 스포츠’를 선택한다. 춤에 몰입하는 시간 동안 이들은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축제의 시간을 맛본다. 저자는 장편 소설을 쓰다가 생긴 좌골 신경통 때문에 각종 병원을 전전하던 중 좌골 신경통에는 골반 각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댄스 스포츠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후 오 년간 착실히 배우며 댄스 스포츠 예찬론자가 되었다. 밖에 거의 나가지 않고 늘 집에서 글을 쓰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댄스 스포츠 학원에 간다. 한 주에 한 번 갖는 ‘축제의 시간’으로 또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한다. 자식을 다 키우고 약간은 일상이 무료해진 평범한 주부, 춤을 추며 가까워진 삼십 대 초반의 ‘밀당' 커플, 아기가 없는 외로움을 춤으로 달래는 여인, 춤을 추며 여생을 함께하는 팔십 대 부부, 자식을 잃은 극한의 고통을 경험한 어머니, 스물다섯에 텔레비전으로 처음 본 춤에 매혹되어 평생을 댄스 스포츠에 바친 사람……책에 소개된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춤을 일종의 ‘삶의 구원처’ 혹은 ‘해방구’로 삼았다는 점이다. 춤에 몰입하는 시간 동안 삶의 이런저런 골칫거리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음락과 몸의 리듬에 빠져들고, 잠시 시름을 달랜다. 이 책은 댄스 스포츠의 주요 종목으로 장이 나뉘어 있으며 해당 종목을 배우는 사람 이야기와 저자의 에피소드, 혹은 그 춤이 연상시킨 이야기가 펼쳐진다. 댄스 스포츠 여러 종목의 생생한 수업 현장 사진이 곳곳에 삽입되었다. ■ 다시 치열하게 살기 위한 충전의 시간 “고통을 고통으로 맞서려고 했을 뿐, 긍정적 에너지가 없는 안간힘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춤에 몰두하면서 아픈 과거를 씻어 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춤이 누군가의 이루지 못한 소망을 이루어 줄 것이라거나 모든 슬픔과 고통을 날려 줄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누구나 갖고 있을 삶의 고통과 슬픔이 춤을 춘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춤에 몰입하는 그 충전의 시간을 통해 약간의 짐을 덜고 마음을 치유시켜 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춤 또한 인생과 같아서 늘 즐거움만 맛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익히기 위해 오랜 시간과 열정을 바쳐 훈련하는 가운데 성취와 좌절을 겪으며 기본기를 갖추게 되고 그 후에야 춤과 음악이 빚어내는 분위기에 젖어들어 자신의 감정을 실컷 표출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고통, 슬픔, 기쁨, 환희와 삶의 우여곡절을 훈련을 통해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말로 표현할 필요 없이 몸의 움직임만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춤에 열정을 바치는 이유가 아닌지 반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