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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달래준 소중한 한 끼
2018 주목할 만한 웹툰에 선정된 『이토록 보통의』 캐롯 작가의 첫 연재작. 달디 단 첫사랑의 기억, 용기내지 못한 순간의 후회, 꿈에서 현실로 내려온 나를 토닥여준 따뜻한 한 끼들이 펼쳐진다. 공허를 채우기 위해, 혹은 기억을 비우기 위해 먹었던 음식에 대한 예찬.
2019.03.15.
만화/라이트노벨 PD 박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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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
참치 쌀밥 바람떡 코코아 타코야키 삶은 토마토 파스타 카스텔라 도넛 메로나 초콜릿 마카롱 사브레 |
carrot
캐롯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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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아껴 먹고 싶은 한 끼
도서2팀 박숙경(beblue84@yes24.com)
2019.03.20.
우리집은 외식이 적었다. 고향의 맛을 극도로 경계하는 주부였던 엄마는, 동생과 내가 군것질을 포함한 바깥음식에 입맛을 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엄마의 손맛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고분고분했던 나는 먹지 말라는 것을 굳이 몰래 찾아 먹는 모험을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식구가 한 끼를 먹기 위해 일부러 어딘가 가서 값을 치르고 식사를 했던 기억이 신기할 정도로 없다. 내가 대단한 지불을 할 나이는 아니었으니 더욱 그런 거겠지만, 하다못해 등하교 때나 친구들끼리 모여서도 그 흔한 떡볶이 한번을 사먹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집에서 먹는 식사는 물론 한식이 기본이긴 했지만, 엄마는 모험심이 강한 편이었다. 엄마가 글로 배운 음식 중에 얼마는 실패하고, 또 얼마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도대체 원래 어떤 맛인지를 모르니 어린 날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면 “맛있어!” 였던것 같다. 그 여러가지 메뉴 중에 '피자'가 있었다. 지금이야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지만 근 삼십년 전에 피자라니. 엄마도 먹어보지는 못했고, 빵 위에 토마토 소스와 햄, 야채, 치즈를 올린 거라는데…. 토마토 소스는 케첩으로 대신하고 수입식품매장에서 어렵사리 치즈를 구해, 프라이팬에 밀가루반죽을 구워 그 위에 갖은 재료를 올려 구워주는 '피자' 라는게, 이제와 말이지만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난 예나 지금이나 버섯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왜 매번 양송이 버섯은 그렇게 크게 잘라 올리는 건지. 하지만 케첩도 달달하고, 햄이며 소시지, 치즈와 함께 먹는 빵 맛이 나쁜건 아니었고, 왠지 모르게 피자를 해주면서 엄마가 참 뿌듯해 하는게 재미있어서 자주 해달라고 졸랐던 음식. 훗날 좋아하는 남자애의 생일에 초대받아 가서 처음 먹어본 시판 피자라는 것의 맛이, 그 애가 J와 사귀기로 했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이야기. 그 ‘피자’를 시작으로 해서 대학에 입학하고 후기 사회화(?)를 거치며 다양한 메뉴와 맛의 인지부조화를 겪은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 식구들 해 먹이는 걸 업으로 여겼던 엄마 덕분에 좋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는 게 참 행복한 일이라는걸 참 자연스럽게 배웠다. 때로는 먹는 일이 참 고되고, 귀찮고, 치사스럽기까지 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아는 나이가 됐지만. 그렇지만 때때로 육체적으로 나를 채우는 일이 마음까지 도닥여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당연히,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물밀 듯 밀려오고 자동 BGM이 재생되지는 않겠지만. 『삶은 토마토』에는 누구에게든 그런 한 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는 듯하다.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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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토마토 같은 거야. 언제나 애매하지.
그러니까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혼란스러울 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이토록 보통의』가 사랑의 형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면 『삶은 토마토』는 지나갔거나 혹은 지나가는 중인 사랑의 장면을 포착한다. 연인의 머리에 쌓인 세월의 무게를 헤아리고(〈비빔국수〉), 용기내지 못한 순간을 후회하거나(〈바람떡〉), 달디 단 첫사랑의 기억(〈마카롱〉)을 곱씹어본다. 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사회생활의 눅진함을 토로하며(〈참치〉), 꿈에서 현실로 내려온 나의 모습을 마주하고(〈타코야키〉), 기회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메로나〉) 짧지 않은 인생을 반추해보기도 한다. 이처럼 캐롯 작가가 포착해내는 장면들은 어디에나 있으나 사라지기 쉬운 것들이다. 그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우리가 놓칠 뻔한 것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마치 사라지기 전의 흔적을 더듬는 것은 자신의 일이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읽는 당신의 몫이라고 말하듯.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나를 떠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위로받는 느낌인 것 같지 않아?” “나를 살게 하는 것은 충분한 음식이지 훌륭한 말이 아니다.” 사상가 뮐러의 말처럼 우리는 뿌듯한 한 끼 식사에 힘과 위로를 얻는다. 캐롯 작가가 음식을 모티프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공허를 채우기 위해 먹는가 하면, 기억을 비우기 위해 먹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문득 떠올라 먹는가 하면, 흘러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먹는 음식들도 있지요. (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들은) 삶의 허기진 순간들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맛있는 한 끼에 대한 짧은 예찬과 단상들입니다.”(프롤로그 중에서) 『삶은 토마토』를 채운 14편의 이야기는 힘과 위로는 먼 데 있지 않으며 행복 또한 거창하지 않기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되짚어보자는 권유의 손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