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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판 서문 이 책의 출간 20여 년 후 9
감사의 말 13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17 제1장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영(영)들의 초상을 통해 그 영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25 제2장 시각 세계의 관상학적 양상들 51 제3장 공간 속에 해체되기 73 제4장 황금가지: 미메시스의 마법 91 제5장 황금빛 군대: 미메미스를 조직하기 115 제6장 세계사의 바람을 우리의 돛에 받기 133 제7장 마임 배우의 정신, 증여의 정신 161 제8장 미메시스적 세계들, 보이지 않는 반대세계들 179 제9장 세계의 기원 197 제10장 타자성 221 제11장 타자성의 색 243 제12장 백인 인디언을 찾아서 271 제13장 여성으로서의 아메리카: 서구 복장의 마법 291 제14장 말하는 기계 315 제15장 주인의 목소리 339 제16장 성찰 369 제17장 탈식민주의 시대의 공감각적 마법 391 옮긴이의 말 400 참고문헌 407 찾아보기 416 |
Michael Taus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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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과 아도르노의 미메시스 이론과 저자의 인류학적 현장 연구를 통해 미메시스의 본질을 탐구
인간의 역사에서 미메시스 능력은 과연 창조적인 이성, 지성, 상상력 또는 언어능력으로 점차 대체되어왔는가? 아니면 후자의 능력들 속에서 은밀하게 작용하는가? 사물의 외양을 충실하게 모사하는 것이 미메시스 본래의 기능과 의미가 아니라면, 미메시스의 대상은 대체 무엇일까? 왜 인간은 타인을 흉내 내고 모방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심지어 인간은 타인을 경멸하고 폄하할 때도 그 타인의 동작이나 모습을 모방하는데, 어째서 그럴까? 이렇듯 미메시스에 대한 물음은 무한히 이어지며, 그 신비한 구조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근대 이래 ― 과학과 이성의 주도 아래 ― 문명화된 서구는 내면으로 억압하거나 극복했다고 여겨진 미메시스를 비서구 내지 비문명화된 문화(원시, 야생, 미개)를 만나면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더욱이 대상을 정교하게 복제하는 매체들, 즉 ‘미메시스 기계들’(사진기, 축음기, 영화 등)이 식민주의 과정에서 야생과 만나면서 미메시스는 다시 한 번 곡예를 펼친다. 저자 타우시크는 미메시스에 관한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이론적 성찰을 인용하는 동시에, 그 자신의 인류학적 현장 연구에 바탕을 둔 민족지(民族誌)를 활용하여 미메시스가 지닌 풍부한 의미층을 드러낸다. 그는 현장 연구에서 관찰하고 탐구한 것들을 바탕으로 미메시스를 단지 이론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서구-비서구, 자아와 타자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제공하는 창조적인 틀로서 사유한다. 그가 미메시스를 통해 다시 읽어낸 서구-비서구 사이의 ‘접촉’은 단지 권력이나 문화적 우위로 단순히 설명해낼 수 없는 모방과 유희, 지배와 그것의 전복의 끝없는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 미메시스에 대한 탐구에서 저자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성찰하는 사례는 파나마운하와 콜롬비아 사이에 있는 다리엔 지역의 인디언족인 쿠나인과 엠베라인들이 식민주의 역사를 겪으며 생존해온 과정이다. 그는 스스로 이 지역의 현장 연구를 통해 관찰한 것과 이 지역에 관해 쓰인 여러 민족지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미메시스에 관한 성찰을 심화하고 확장한다. 그에 따르면, 미메시스의 ‘기적’은 복제에 있다. 이 복제는 원본의 재현 자체가 원본의 특성과 힘을 넘겨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원본의 특성과 힘을 보존한다. 즉 재현은 재현된 것의 힘을 공유하거나 재현된 것에서 그 힘을 빼앗는다.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는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이러한 과정을 ‘공감각적 마법’이라고 불렀는데, 타우시크에 따르면 그 마법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체화될 수 있는 어떤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정체성의 인식에도 필수적이다. 이어서 저자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통해 지각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축음기와 사진기를 비롯해 그밖의 미메시스 기계들은 현실을 복제하면서 ‘원시적인 것’을 현대적인 것으로 전이한다. 즉 19세기 후반에 카메라와 같은 미메시스적 기계가 발명되면서 특이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미메시스 능력이 강화된다. 즉 식민지적 ‘첫 접촉’의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순간은 기계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모방과 접촉의 공감각적 마법으로 재생산된 이미지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공식적인 식민지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20세기 중반부터 접촉은 역전되어 서구와 나머지 세계, 문명과 그것의 타자들 사이의 본질적으로 다른 경계의 탄생을 가져온 ‘두 번째 접촉’이 이루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두 번째 접촉’과 경계의 불안정화로 인해 풀려난 힘을 흥미롭게 증명해주는 것은 자아가 더는 타자로부터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제 자아는 타자, 말하자면 자아가 스스로를 정의하기 위해 맞서야만 하는 타자 안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메시스적 기계장치들이 타자의 신체와 눈, 그리고 수공품들 속 서구에 대한 미메시스적 반영들과 상호작용할 때 만들어내는 공포와 쾌락의 결합을 설명해준다. 미메시스라는 창(窓)을 통해 인간의 문명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 이 책에서 저자는 그의 비정통적인 분석틀과 역동적이고 긴장에 가득 찬 서술방식으로 민족지, 인종주의, 사회, 낯선 것에 대한 지각과 자기 자신의 지각을 잇는 연결고리에 대한 심층적 이해 쪽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미메시스와 타자성의 수많은 순환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어떤 거대한 의미의 자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미메시스를 통해 세계와 자신에 대해 새롭게 성찰할 것을 주문한다. 단지 미메시스 현상이나 미메시스 능력 자체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미메시스를 도구로 인간의 문명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