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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걸로 뭐든지 볼 수 있어요
1부 모으기 1장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 2장 요즘 아이들 3장 고백 4장 여론 5장 진본성 2부 깨고 나가기 6장 집중! 7장 기억, 유용한 오류 8장 연애 9장 잃어버린 여백을 찾아서 나가며: 다가올 것과 남겨질 것 감사의 글 용어 설명 주 |
Michael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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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변화 중에서 우리가 가장 날카롭게 체감할 변화는 ‘여백 (absence)의 종말’ 혹은 ‘결핍의 상실’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미래 세대가 무슨 말인지 가장 알기 어려워할 변화이기도 하다. 한가하게 백일몽에 잠길 수 있었던 침묵의 시간은 무언가로 모두 채워졌다. 타는 듯한 고독도 모두 사그라졌다. --- p.20
당신이 1985년 이전에 태어났다면 인터넷이 없던 때와 있는 때를 모두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 것이다. 당신은 ‘인터넷 전’에서 ‘인터넷 후’로의 순례를 하고 있다. --- p.1985년 이후에 태어났다면 인터넷 이전의 환경에서 성인 시기를 살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한 발은 해변에 놓고 한 발은 디지털의 바다에 담근 ‘걸쳐 있는 세대’로서, 우리는 이 변화에 적응해가면서 독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다. 그리고 모든 이민자가 그렇듯이 새로운 세계가 늘 우리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 p.32 위키피디아의 ‘관리자’는 빛나고 영예로운 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관리자가 되려면 ‘관리자 요청’을 하고 일주일 동안 논문 심사 과정과 비슷한 동료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러고 나면 프로필에 대걸레와 양동이가 그려진 배지가 붙는다. 관리자의 임무는 더 큰 임무를 위한 시종 역할일 뿐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관리자는 임의로 무엇이 진리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한다. 그의 일은 진리를 향해 갈 수 있도록 걸레질을 하는 것이다. --- p.121 디지털 라이프의 새로운 진본성(비물질적인 것의 실재성)에 우리가 얼마나 몰입해 있는지는 가끔씩 테크놀로지가 먹통이 될 때 고통스럽도록 명백하게 드러난다. 카페에서 무선 인터넷이 갑자기 끊기면 한 무리의 블로거가 공기 중에 산소 양이 갑자기 줄었을 때처럼 숨 막혀한다. --- p.165 가령 냉장고가 멈추는 순간, 갑자기 내린 고요 속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냉장고가 내는 낮은 허밍 소리를 늘 듣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고요를 알게 된다. 이 고요는 기계의 지속적인 소음 안에 있으면 깨달을 수 없다. 자, 이제 이 느낌에 전 세계를 곱해 당신만의 캐링턴 사건을 상상해보자. 당신은 얼마나 냉철해지고, 날것이 되고, 홀로이고, 각성될 것인가? --- p.170 언젠가 나는 스스로에게 정교한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그런 궁전을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쯤이면 우리는 그 궁전을 떠내려가는 유사로 짓지도, 살아 있는 기억의 불안정한 요소들로 짓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억의 궁전을 우리 기기들이 사용하는 0과 1로 지을 것이다. 완벽한 디지털 저장고의 탑을 쌓고 또 쌓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가진 것은 얼기설기 지은 오두막과 흔들리는 풀밭이다. --- p.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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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내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의 증언 저자는 자신과 같이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인터넷 보급 이전과 이후 시대에 “걸쳐 있는 세대”이자 오프라인 세계에서 온라인 세계로 이주해 온 “디지털 이민자”(32쪽)라고 칭한다. 이들은 청소년기인 1990년대에 인터넷의 등장을 지켜본 세대로서, 모든 생활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오늘날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저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지배하게 된 세상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변화로 “여백(absence)의 종말 혹은 결핍의 상실”(20쪽)을 꼽는다. 가정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들어오기 이전이라면 한가하게 백일몽에 잠길 수 있었던 여가 시간이 이제는 전부 온라인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다. 마음에는 절절한 그리움과 고독 대신 상대적 박탈감이 더 쉽게 들어선다. 스마트폰이 있는 한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간은 존재하지 않아서, 오늘날 홀로 자기만의 생각에 잠길 기회는 가장 희소한 상품이 되었다. 이 책에는 끊임없이 온라인에 연결되는 우리 삶에 관해 저자가 역사학자, 과학자, 심리학자, 테크놀로지 전문가, 그리고 디지털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대화 주제는 집중력 저하 문제(101쪽)에서부터 인간의 기억과 컴퓨터 메모리의 메커니즘 차이(233~234쪽), 인간을 숙주 삼아 유전자를 복제하는 테크놀로지(70~72쪽), 온라인 성폭력과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건과 거기서 확인되는 사이버 반달리즘(3장), 온라인상의 구조 요청 메시지에 적절한 대응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104쪽), 지식정보 생산·유통의 대중화와 그 폐해(121~125쪽), 성생활 풍속을 재편하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의 진화(8장) 등으로 다양하다. 기억을 아웃소싱하고, 생각 대신 검색을 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에서 멀어지고 있는가? 이 책은 “걸쳐 있는 세대”의 증언록으로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한순간 그런 자신을 낯설게 느끼곤 하는 우리가 어떤 곤경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그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취재하고 실험하며 성찰한다. 저자는 기억, 집중력, 상거래, 사교 등 삶의 각 측면을 두루 살피며 아날로그 세계에 속하는 것 중 우리가 영원히 잃어버리고 싶지 않을 법한 것들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는 먼저 스마트폰과 SNS 같은 우리의 통신 환경을 매체의 계보 안에 놓고 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한다. 음성언어부터 문자와 파피루스 문서, 책과 신문 같은 인쇄물, 그리고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 무선 통신 장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이 부상할 때마다 기존 매체는 새 매체의 영향력 아래 종속되거나 아예 사라졌다. “우리는 구텐베르크의 기계가 불러온 영향이 무엇인지를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너무 전면적인 변화여서 아예 그것 자체가 우리가 세상을 보는 안경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인쇄술은 우리의 삶에 거대하고 본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파피루스부터 인쇄술 그리고 트위터까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에서의 모든 혁명은 우리가 무언가에 다가가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무언가로부터 멀어지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늘 잊는다.”(29쪽) 15세기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만들어낸 이후 세상은 크게 변했다. 문자 복제의 정확도와 속도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지식의 독점이 무너지며 학문의 세계가 쇄신됐다. 대량 인쇄된 성경이 유통되며 가톨릭교회와 재력가의 권위주의도 크게 흔들렸다. 한편으로는 필사가들의 일이나 서사시 낭송의 전통을 무색하게 만드는 등 문화 전반을 뒤흔들며 사람들의 일상을 채우던 부분들을 앗아 가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테크놀로지의 위력은 세상을 격변하게 했다는 점에서 구텐베르크 인쇄 혁명에 견줄 만하지만, 변화를 체득하는 속도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일례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5,000만 명에게 퍼지는 데 걸린 시간을 비교해보면, 라디오는 38년, 전화는 20년, 텔레비전은 13년이었던 데 비해 월드와이드웹은 4년, 페이스북은 3.6년, 트위터는 3년, 아이패드는 겨우 2년이었다. 실패한 서비스라고 평가되는 구글의 SNS 서비스인 ‘구글 플러스’조차 5,000만 명에 도달하는 데 겨우 8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55쪽).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공기와도 같아서 우리가 얼마나 그 기술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지 인식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우리는 때때로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든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생각할 겨를 없이 검색부터 하게 된다든지, 휴대전화 주소록에 수백 개의 연락처가 있어도 외울 수 있는 전화번호는 하나도 없다든지,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졌다든지 하는 순간들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아날로그 세상을 살아본 ‘디지털 이민자’와 달리, 앞 세대와 현격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저자는 두 살배기 조카가 종이 잡지의 표지를 아이패드 화면 다루듯 손가락으로 조작하려 하는 모습에 충격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앞으로 올 세대에게는 고도로 발달된 디지털 환경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어서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모두가 겪고 있는 변화라고는 해도, 10대들이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는 모습을 이제 더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청소년 시기의 한가한 마음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아쉽다. 사소한 변화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바로 이런 청소년다운 한가한 순간들, 환상이 떠돌아다니는 짧은 쉼표와 같은 순간들에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78~79쪽) 고요한 몽상과 한가할 자유를 잃어버린 디지털 이민자의 ‘인터넷 없이 한 달 살기’ 실험 저자는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편의를 얻는 대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여백”이라고 칭한다. “여백(absence)”은 말 그대로 ‘없음’ 혹은 ‘비어 있음’, 즉 무언가로 채울 수 있지만 채워지기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백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보다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궁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충족감이 더 본질적이라는 점이다. 가령 목적 없이 혼자 나무들 사이를 걷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 독서에 몰입하기, 빈둥거리며 ‘멍 때리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고독에 흠뻑 젖어보는 시간 등 ‘여백’의 순간은 이제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으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어느 날 저자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끝까지 읽으려고 다섯 번째로 시도했고, 엄격한 규율을 어렵사리 지킨 끝에 2주 만에 겨우 완독에 성공한다. 책의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고 느끼면서도 “언제나 무언가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만 같”(177쪽)아서 독서가 늘 중단되곤 하는 경험은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 정신 산만함에 대해 저자가 만난 조직관리 컨설팅 기업의 경영자이자 『18분』의 저자인 피터 브레그먼은 “바로 그런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매일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194쪽)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혹은 ‘지금쯤 내 삶이 어딘가 다른 곳에 도달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느라 오히려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기술 덕분에 정보에 쉽게 접근하며 똑똑해진 동시에, 언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므로 기억이나 생각을 덜 해 바보가 되기 쉽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지 숙고할 겨를도 없이 온갖 일에 관심을 분산하는 동안 자신은 멀티태스킹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런 자각 끝에 저자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환경을 자신의 생활 속에 복원해보고자 직접 인터넷과 휴대전화, SNS 없이, 마치 1987년처럼 한 달을 살아보기로 결심한다(9장 참조). 실험 기간 동안 그는 집 밖에서 낯선 이에게 지금 몇 시인지 묻기보다 물건을 계속 사 영수증에 찍힌 시간을 확인하는 자신을 발견하는가 하면, 이메일을 보내는 꿈을 꾸고, 메일함을 열어보지 않는 사이 솔깃한 프로젝트 제안들을 놓쳤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시간이 안 가 신용카드 회사의 광고지를 정독하고, 아직 깎을 만큼 자라지 않은 발톱을 확인하며 실망한다. 실험이 끝난 후 저자는 명쾌한 깨달음의 순간을 기대했던 자신을 되돌아본다. “고양이 동영상과 트윗들만 끊으면 자유 시간을 더 지적으로 채우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294쪽) 그럼에도 저자는 이 실험을 통해 한 가지를 배운다. 바로 엄청나게 복잡하게 연결된 생활 속에서 매 순간 어느 연결이 가장 중요한지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아마 계시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삶의 쉼표 자체다. 질문을 일으키는 쉼표, 우리를 마법에서 깨어나게 해주는 쉼표, 애초에 그것이 마법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쉼표.”(297쪽) 저자는 쉴 틈 없이 정보를 얻으면서도 늘 무언가 놓치고 있는 듯한 초조감에 시달린다면, 잠시 멈춰 서서 일상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것만큼이나 테크놀로지도 우리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미심쩍어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무릎을 치며 공감할 내용을 숱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