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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
여자의 풍경, 시간의 풍경 건너오는 시조새들 AD 632년의 개 겸재의 빛 정다산에 대한 내 요즘 생각 낙원의 치욕 도망칠 수 없는 여름 산유화 돌 속의 사랑 악기의 숲, 무기의 숲 강과 탑 대동여지도에 대한 내 요즘 생각 오줌통 속의 형이상학 염전의 가을 시간과 강물 먹이의 변방 가을의 빛 저 일몰 억새 우거진 보살의 나라 깊은 곳에 대한 성찰 무늬들의 풍경 헬리콥터와 정현종 생각 '천상병'이라는 풍경 천상병의 정치의식 |
金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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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내 초로의 가을에, 상처라는 말은 남세스럽다. 그것을 모르지 않거니와, 내 영세한 필경은 그 남세스러움을 무릅쓰고 있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_서문에서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94년, (그의 말대로라면) “초로”의 김훈은 (그러나 아직) 사십대 중반이었고, 아직 첫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1995, 문학동네)이 출간되기 전이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유려한 문장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그의 문장을 이야기할 때, 『풍경과 상처』는 빼놓을 수 없는 산문이다. 그러므로 김훈 소설을 읽는 것은 사실은 그의 문장을 읽는 일이다. 일몰의 서해에서 소멸하는 것들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하늘과 바다와 개펄에 가득 찬 빛의 미립자들은 제가끔 하나의 단독자로서 반짝이고 스러지지만, 그것들은 그 소멸의 순간순간마다 다른 단독자들과의 경계를 허물어,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빛의 생성을 이루면서 큰 어둠을 향하여 함몰되어간다. 떼지어 소멸하는 빛의 미립자들은 시공(時空) 속에 아무런 근거도 거점도 없이 생멸했고, 다만 앞선 것들의 소멸 위에서만 생성되었고, 앞선 것들의 생성 위에서 소멸되었으며, 생성과 소멸의 종합으로서 함몰하였다._「저 일몰_서해/대부도」 저들은 두 겹의 네모꼴을 이루는 산악에 존재를 의탁했고, 거대한 원호를 그리며 그것들을 싸안는 강에 생성을 의탁했다. ‘됨’의 띠를 둘러 ‘있음’의 외곽을 삼았다. 굳어져버린 시간의 껍데기 위에 어찌 삶의 터전을 들여앉힐 수 있으랴. 존재하는 것들이 생성하는 것 위에 실려서 흘러가고 흘러가는 것들이 흐르고 흘러서 새로운 존재로 돌아오는 만다라의 강가에 새 날개치는 소리 들린다. 그 강가에 영원성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죽은 정도전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수직들은 견고하고 완강하고 높다. 그것들은 부동하는 존재들이다. 부동하는 것들의 내면에는 죽음이 박혀 있다. 부동하는 것들 사이를 흐르는 강은 그것들의 그림자를 바다에 가져다 버린다. 바다와 만나는 어귀에서, 싣고 온 존재들의 중량을 하역하고 강은 자진自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