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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기전에
2. 한 줄기 겨울자락 3. 그늘진 태양 4. 자연의 섭리 5. 아내와 여자 6. 소리없는 파문 7. 빛과 어둠 8. 처절한 본능 9. 가지 많은 나무 10. 몰려온 먹구름 11. 묻혀버린 절규 12. 조용한 파도 13. 침통한 갈등 14. 인륜과 욕망 15. 마지막 의식 16. 멀고도 험한 길 17. 지상에서 영원으로 |
Shichiro Fukasawa,ふかざわ しちろう,深澤 七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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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산에 온 날 운 좋게 눈이 와요. 눈이 오고 있어요! 엄마. 진짜 눈이 와요.!'
그는 아이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오린 노파의 손짓이 다시 그의 등을 떠밀 듯이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기분이 완전이 바뀌었다. 노모가 천국에 가게 되었다는 확신과 그 기쁜이 다츠헤이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노모의 천국행을 약속하듯 어느 틈에 함박눈으로 변해서 펑펑내리는 눈은 거짓말처럼 벌써 계곡 전체를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 p.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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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고 쇠약해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친구 앞에서 30년 전의 일을 회상하는 오린 노파의 마음은 매우 착잡했다. 그녀는 분명히 말했다. 남편이 도박과 여자를 좋아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라고.
하지만 옛날의 그 일을 아직 한시도 잊은 적 없이 가슴에 담고 있는 탓에 비록 남들, 특히 자식 앞에서도 초연하게 말은 하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았다. 그립지 않을 리 없었다. 더구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은 더욱 간절했다. 자신이 죽어 저승에 가서라도 만나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카네 노파가 친구를 부러워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 마을에서 오린 내외처럼 금술이 좋은 부부는 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남편을 일찍 잃고 늙어 자식에게 구박받는 오카네 노파로서는 부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잠깐 회상에 젖은 오린 노파에게 누워있는 친구가 입을 열었다. “네 남편은 너를 엄청 좋아했었어. 안그래?” “글쎄...” 친구의 말에 오린 노파는 다시 한 번 남편을 떠올렸다. 그런게 좋아하는 거였던가 싶었다. “난 고생만 죽도록 하고 늙었어. 오린.” 그녀는 몹시 후회하는 듯했다. 또한 조금이라도 더 오래도록 살고 싶은 게 분명했다. 친구인 오린 노파가 보기에도 금방 죽을 것 같았지만 본인의 욕심은 전혀 아니었다. 비록 다정한 친구지만 그런 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보였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하는 친구에 비해 오린 노파는 전혀 반대되는 생각을 했다. “난 너무 오래도록 살아서 면목이 없어.” 그 말에 담긴 뜻은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70년 동안 살아온 그녀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현재의 심정이 하나로 해서 드러난 모습인 것이다. 버릇없는 손자녀석이 자신의 튼튼한 치아를 놓고 빈정거리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왔다. 심지어 그런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녀의 치아는 웬만한 젊은이보다 튼튼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다 늙어 세상을 떠날 때가 임박한 나이에는 이빨도 몇개 빠지고 병에라도 걸려야 마땅할 것 같았다. --- p.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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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전, 한 마을의 관습에 따르면 일흔 살이 된 노인들은 나라야마 산의 꼭대기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다. 나머지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슬픈 이야기는 많다. 어머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나라야마 부시코> 같은 이야기는 없다. 소재는 살아남기 위해 노인을 죽여야 하는 '기로전설' 우리에게도 '고려장'이라는 비슷한 풍습이 있었음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낯설지는 않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이 담보가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 스토리는 시작된다. 일흔 살이 된 어머니가 아들과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나라야마 산으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애틋한 이야기는 삶 그 자체이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 밑바닥에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슬픔이 등장인물의 삶을 훑어 나간다. 태어난 것은 죽게 되고, 모인 것은 흩어지고, 높이 올라간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삶의 진리다. 그러나 <나라야마 부시코>는 죽음에 이르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 안에는 어떤 감동적인 소설도 따라 올 수 없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 삶에 밀착한 이야기가 아닌, 삶 자체인 이야기. 이 소설을 읽다보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압도되는 것도 그 이유다. 원작은 후가자와 시치로의 소설 <나라야마 부시코>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후가자와 시치로의 다른 소설 한 편을 인용해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따라서 국내에 출판된 이 소설은 영화의 스토리를 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가치는 그 폭발적인 감동에 있다.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일본영화 100년 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영화적인 찬사를 차치하고서라도 한 편의 소설로도 아주 뛰어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