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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점보빵과 화이트크리스마스 - 이외수
2. 기어다니는 것들이 날아다니는 것들을 - 고종석 3. 누나야 강변살자 - 김여정 4. 불러라, 불러라! - 김수용 5. 한산인부라고 불렀던 출친구 - 신경림 6. 월탄, 무애, 수주, 공초 - 박두진 7. 술 더하기 술은 술! - 김우영 8. 301호 입원실 - 김옥애 9. 막내아이가 소주를 따르고 - 김이연 10. 술과 낭만의 관철동시대 - 강홍규 11. 떠날 사람과의 마지막 잔 - 이문구 12. 사내의 씨 - 서정범 13. 어머니, 술과 함께 지다 - 김지향 14. 박점생 씨의 술 사연- 김인배 15. 술마시고 실수한 네 가지 - 박재삼 16. 주도유단 -조지훈 17. 나는 양주장집 아들 - 유재용 18. 삼우제날의 첫술 - 박덕매 19. 어느 사형수와 막걸리 - 강석관 20. 단지 술빛을 보느라고 - 피천득 21. '어서 침실로 오세요' - 장명훈 22. 감기 잡는 콩나물 소주 - 문덕수 23. 카페 '목향' - 정목일 24. 주중수칙 - 최승범 25. 우리 집안의 웬수, 술 - 이향아 26. 소주와 낙지 - 오용수 27. 처칠과 위스키 한 병 - 최신해 28. 끝없는 허기 - 진복희 29. 도깨비 사냥 - 이광숙 30. 춘도의 자살소동 - 정형남 31. 너와집과 머루술 - 신종철 32. 안방마님 - 조돈만 |
Lee Oi soo,李外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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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고종석, 박두진, 조지훈, 박재삼, 유재용, 피천득, 김이연 등…, 명실공히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32인의 술에 얽힌 인생의 이야기, 그들의 초감성 에세이가 겨울의 초입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32인의 에세이는 '술'을 소재로 하여 쓰여졌되 그 술은 단순한 화학적 액체가 아니라 그 문인들이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 반듯한 이미지로 독자를 사로잡았던 문사들의 기행(奇行), 가난한 무명작가 시절의 신산했던 삶의 면면을 고스란히 반추해내는 거울과 같은 장치로 쓰여졌다. 또한 이 책에서의 '술'은 유명작가들의 체험담, 그 고백적 문장을 통해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자신의 초라한 일상을 견디며 이웃들과 어울려 일을 하고 화해하며 정을 나누기 위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물론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풍요의 세대, 민주화를 부르짖던 시대에 대학을 다니지 않은 소위 신세대들은 한낱 지난 세대들의 아련한 향수쯤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술의 역사가 유구하듯이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술로 인해 빚어질 에피소드와 감상, 추억은 그 형태만 달리할 뿐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술 한잔에 시와 소설을 토해내던 문인들의 작품을 '술문'이라고 도 하지 않던가. 이외수라는 작가에게 술은 어떤 추억을 떠올리는가. 그의 '점보빵과 화이트크리스마스'라는 글을 보면 그는 돈 없던 시절,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념하던 술자리에서 자신들의 술값을 대신 지불하며 문학을 논하던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를 천사의 화신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제 가지고 있는 돈만큼의 술을 다 마셔버렸다는 것쯤은 나도 짐작으로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서운했다. 아직도 날이 새려면 멀었는데, 모처럼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건달들도 물러갔는데, 밖에는 한정없이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데… 모두들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김이연이란 작가는 눈오던 날의 밤에 나이 어린 막내아들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포장마차에 들러 그 아들이 따라주는 소주잔을 기울인 얘기를 하고 대작가 조지훈은 주도(酒道)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고 설파하는데 그 계단이 재미있다. 가령 주도 4계단은 은주(隱酒)라고 하여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석주(惜酒)는 일명 주현(酒賢)이라고 부르는데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 마지막 18계단은 폐주(廢酒), 즉 열반주로서 술로 말미암아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람을 일컫는다. 한겨레신문사의 기자로 오래 재직해온 고종석은 술을 계기로 하여 시인 황지우와 대면했던 첫인상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연하장에 황지우 시인이 써보낸 글, '기어다니는 것들이 날아다니는 것들을 잡아먹으려 하네. 세월이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일갈에 가슴 서늘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여고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신 친구네 초상집에서 삼우제를 지내주면서 사람 없는 쓸쓸한 상가를 나이 어린 여고생 몇 명이 지키다가 본의 아니게 퇴주잔을 받아 마신 게 자신의 첫술이 되었다는 박덕매의 술에 관한 기억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또한 술만 마셨다하면 눈물을 흘리던 사람(범우 정종수)과 함께 어느 무인도 섬에 놀러갔던 날, 술 마시다가 불현듯 사라져 자살한 줄 알고 실종신고를 하고 난리를 쳤더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사해서 그 일행이 혼비백산했던 일화를 털어놓은 정형남의 술 추억도 재미있다. <인연>이란 수필로 고등학교 때부터 친숙한 피천득의 글을 보면 워낙 술을 못해서 '단지 그 빛깔만 보느라고 포도주를 시켰다'고 적고 있는데 얼마나 그다운 발상인가. 무교동과 관훈동 등에서 김구용 선생이나 황금찬 선생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문학을 논하던 문단의 술벗들, 그들을 떠올리는 김여정의 <누나야 강변살자>라는 글에는 '술 마시는 여자'라는 제목으로 이런 시가 있는데 특히 여류술꾼(?)들에게 널리 애송된 것이라서 소개하였다. 여자가 독한 술을 마신다 여자가 시퍼런 바다를 마신다 여자가 섬을 마신다 여자가 남자를 마신다 여자가 칼을 마신다 여자가 절망을 마신다 여자가 죽음을 마신다 독한 술을 마신 여자가 독한 술이 되어 출렁인다 시퍼런 바다를 마신 여자가 시퍼런 바다가 되어 넘친다 섬을 마신 여자가 섬이 되어 흐르고 남자를 마신 여자가 하늘이 되어 열리고 칼을 마신 여자가 칼이 되어 번쩍인다 이제 옷깃을 바짝 여미며 다녀야 할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세밑이라고 여기저기 친구들, 지인들과 인사를 나눠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그때 우리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 경제적 능력 등을 은근히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오랜 고향 친구들이나 학교 때의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정말 씁쓸한 연말이 아닐 수 없다. 다정한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32인의 문인들, 그들의 술에 얽힌 솔직 담백한 일화들을 읽다보면 자기 자신의 잊혀진 과거가 떠올라 감회가 새로워질 것이고 체면치레나 가식 없이 정다운 이들과 만나 마음 속 체증을 모두 털어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먼 기억 속의 누군가가 알싸한 술 향기처럼 몹시도 그리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