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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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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는 24시간이 모자랐다.
비 오는 날만 빼고 미깡(귤) 밭에 가서 일을 하고, 치매에 걸렸던 할머니까지… 비 오는 날만 빼고 옥상 빨랫줄엔 할머니의 천 기저귀로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집에 있는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학교도 얼마 못 댕겨서 배운 것도 없고, 글도 잘 모른다며 마흔에 낳은 늦둥이랑 자주 놀아주진 못했지만 아주 가끔 비 오는 날이면, 집안일을 하시다 잠시 짬을 내어 스케치북에 꽃을 그려주셨던 오마니 모습이 어렴풋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꽃잎 네 개. 기다란 줄기. 네모난 화분. 하나같이 똑같은 꽃 그림이었는데 우연히 더 잘 그리면 “오- 이건 잘 됐다.”하며 웃고 이상하게 삐뚤빼뚤 거리면 “에- 이건 파분이다.”하며 또 웃으셨다. 며칠 동안 미싱 소리가 끊이질 않더니 나 어릴 적 스케치북에 엄마가 그려주셨던 그 꽃들이 여름 이불 네 귀퉁이에 삐뚤빼뚤 피어나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중에서 설날, 추석, 아부지 제사, 할아부지와 할무니 합제사 한 번. 제를 지낼 때마다 300G의 고사리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필요한 양은 1200G 두 근이다. 많아 보여도 대가리를 떼어내고(제주도에선 고사리 대가리를 먹지 않기 때문에), 삶고 말리면, 겨우 600G 정도 될까 말까?… 시장에서 파는 가격은 한 근에 7-8만 원 정도니까 20만 원이면 네 번의 제를 지내고도 충분히 먹고 남을 만치 살 수가 있지만, 나는 오마니가 고사리를 사는 걸 본 적이 없다. 옛말에 고사리는 아홉 번 꺾어도 아홉 번 돋아난다고 하는데 고사리를 꺾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꺾었던 곳이라도 며칠 뒤에 가면 그 자리엔 또 새 고사리가 올라와 있다. 어찌된 게 풀 뜯어 먹는 소도 고사리는 아니 먹으니 지천에 깔린 고사리는 부지런한 사람이 임자다. 허리를 최대한 구부려 고사리 키만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허리를 펴는 순간, 분명 조금 전에 찜꽁해둔 고사리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스킬이랄 건 없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늘은 나도 엄청 많이 꺾어야지!’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어도 나는 단 한번도 오마니 보다 더 많이 꺾은 적이 없다. 오마니는 나보다 늘 서너 배는 더 꺾는다. 아무래도 오마니 허리가 꼬부랑해져서 고사리 따기에 더 유리한 신체조건이지 않나 싶다. ---「#자세히보아야보인다 #고사리너도그렇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