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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명상에 잠기며 싸늘한 대기 속 황량한 경치에 도취되어 걸을 때는 어떤 강렬한 삶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되며 정신을 더없이 맑게 해주고 육체를 신선하게 만든다. 청년시절에 어느 아름다운 처녀와 사랑을 나누는 그러한 설렘과 환희의 행복감도, 지금 이 거친 빙하 위를 걸으며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강렬한 사랑과 열정에 비하면 덧없고 하찮은 것이 아니겠는가.
드넓은 대자연 속에서 하나의 자그마한 생명체로서의 자아를 발견하며 그 어쩐 목적을 위해 땀 흘리는 노력과 무한히 생성되는 삶에 대한 애착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이 빙하지대 외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지역은 인간에 의해 더럽혀진 사악함이 전혀 없다. 오로지 태고 적부터 가꿔지지 않은 순수한 대자연의 향기와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작은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맑은 공기, 드높은 창공 그리고 그 위에 계신 절대자인 신만이 존재하는 곳, 아마 어떤 선인이 이곳에 오신다면 그는 필경 저위에 계신 하느님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p.102 유럽 사람들은 K2를 ‘죽음을 부르는 산’이라고 말하며, 파키스탄 사람은 ‘하늘의 절대군주’라고 부른다. 원주민이 초콜리라고 부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오르기 어렵고 험하다는 카라코룸산맥 중앙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들 일반인들은 세계 최고봉을 에베레스트라고 하지만, 산악인들은 K2라고 말하는데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K2에 접근하는 방법이 용이하지 않다. […] 이곳은 지구의 일부라기보다는 하나의 독립된 별세계다. 신이 계신 곳 아니면 신전으로 통하는 지구 위의 가장 높은 지역,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관문이다. 이곳이야말로 지구 위에 조물주가 창조하신 최고의 위대한 걸작품으로서 신비와 감동을 지닌 곳이다.---p.130 지구촌 어느 곳에도 영국인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영국인들처럼 지구촌 구석구석에 숨겨진 미지의 지역을 발견하고 탐험한 나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프라이드로 무장된 영국도 세계에서 가장 험한 산이라는 K2만은 아직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력이 없어서 실패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한마디로 운이 없었던 것이다. 인간이 대자연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다만, 그 속에서 자기극복을 하며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은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정복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데 이는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연은 결코 인간에 의해 정복당하지 않는다. ---p.322 ABC로 내려오니까 아까 만난 외국인 중년 남녀가 우리 텐트 안에 들어가 푹 쉬고 있다. 우리들도 한 텐트로 들어가 승기가 갖다 주는 홍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데 그 영감이 텐트로 불쑥 들어온다. 건네주는 차를 맛있게 마시며 자기 이름이 쿠르드 디엠베르거라고 소개하는데 순간 귀를 의심했다. 옆에서 비스듬히 드러누워 차를 마시고 있던 윤대표는 깜짝 놀라 일어나며 하마터면 차를 엎지를 뻔했다. 아니! 이 영감이 바로 저 유명한 쿠르드 디엠베르거란 말인가. ---p.168쪽 유재일 대원의 회고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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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하늘의 절대군주’
콩코르디아에서 산과 맞선 한국산악인들의 휴먼 드라마!.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은 카라코람 산맥의 제왕 ‘K2’(8,611m)이다. 인도주재 영국측량국은 이 카라코람 지역의 산 높이를 측량하면서 편의상 K1 K2 K3 등의 측량기호를 붙여 사용했는데 ‘K2’라는 특이한 산 이름도 ‘카라코람(Karakoram) 제2호’라는 측량기호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K2의 K는 카라코람의 첫 글자이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발티(Balti)어로 ‘높고 거대한 산’이라는 뜻인 ‘초고리(chogori)’이며, ‘하늘의 절대군주’, ‘죽음을 부르는 산’이라고도 불린다. 세계 제 2위의 고봉이라는 2와 K2의 2가 우연히 일치한데다 부르기가 간결하여 원래 이름 초고리보다 K2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버렸다. 이 산은 세계 8,000미터 급 14개 봉우리 중에서 가장 등반하기 어려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한국 K2 원정대의 등정이야기로 전진·등반·등정의 3부로 꾸며진 훌륭한 문학적 기록이다. 여기에 K2의 위용을 최초로 촬영하여 세상에 공개한 산악사진의 대부 비토리아 셀라의 1909년 작품을 비롯하여 원정대가 직접 촬영한 109개의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 1부 ‘전진’에서는 출발에서부터 이슬라마바드를 거쳐 베이스캠프까지의 카라반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고, 2부 ‘등반’에서는 피 말리는 기후 변화와 자연의 위대함과 싸우는 등반 과정을, 3부 ‘등정’에서는 8,000미터 마의 사선을 넘어 장봉완, 김창선, 장병호 세 사람이 정상을 오르는 과정과 하산 중 8,000미터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처참한 비박을 뚫고 구사일생 4캠프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외 후기에서는 26년의 세월에 반백이 된 원정 대원들과 K2에서 만났던 해외유명 산악인들의 근황을 소개하는 것으로 26년의 시차를 극복하여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기록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이 책은 대부분의 등반보고서가 지니고 있는 틀에 묶여있는 출장복명서 같은 무미건조한 단순보고서가 아닌 K2 원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전개에 따라 구성된 기록문학적(Documentary) 성격을 띤 작품이다. 이 책을 읽어본 어떤 중견작가는 원정보고서의 문학적 가능성을 열어준 창작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21일 동안 험악하고 황량한 환경에서 대원 모두가 체험한 긴박감 넘치는 순간순간의 감동과 내적 갈등 등을 진솔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낸 휴먼드라마이다. 필자는 서문에서 ‘큰 산에 다녀오면 누구나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데, 나는 1986년의 K2 원정 때 가장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 산은 누구나 알고 말하는 산이지만 참으로 두렵고 험준한 산이었다. 이미 4반세기가 흘렀어도 나는 K2에서 보낸 하나하나의 일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나는 K2에서의 설렘과 공포, 고뇌와 환희를 한 치의 가식과 과장 없는 진실로 정성껏 담았다.’ 라고 한다. 국경을 넘어선 팀 닥터의 박애정신 등반이 끝나고 베이스캠프를 철수할 무렵 대원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문명세계로 돌아간다는 기쁨으로 고립무원의 산속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대원들의 즐거움으로 들떠있을 때 혼자 남기를 자청하는 대원이 있었는데 팀 닥터 정덕환 대원이다. 한국원정대가 떠나면 K2의 베이스캠프에는 의료대원이라곤 단 한 명의 의사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산 위에 남아있는 영양실조, 탈수, 동상, 폐수종, 고산병 등 중증상태의 몸을 이끌고 베이스캠프로 귀환할 여러 명의 외국산악인의 생명을 돌봐줄 의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하산한다는 것은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하고 머나먼 카라반을 자기 팀에서 떨어져 뒤늦게 혼자서 간다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홀로 남은 정덕환 박사는 베이스캠프로 귀환하는 비리 바우어와 쿠르드 디엠베르거의 생명을 안전하게 돌본다. 국경을 초월한 박애정신에 경의를 표하게 하는 가슴 찡한 휴먼다큐이다. 1986년의 K2 등반은 한국 등반사의 한 획을 그은 일대 쾌거였다. 한 사람의 희생자 없이 완벽한 등반을 마무리했으며, 모든 대원의 용기와 노력이 『K2-하늘의 절대군주』라는 기록문학으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