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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소리 잃은 검은 기침 : 석탄 집이 오는 과정 : 시멘트 첨단의 풍경 : 굴뚝 수리되지 않는 노동 : 서비스 세계의 밑변 : 알∨바 당신과의 전화 통화 : 끊겠습니다 보이는 것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것 : 얼룩 나와 그대의 이야기 : 백골 최저보다 아래 : 한국 텐진 델렉이자 라마 다와 파상이면서 민수 : 우리나라 천국(天國)을 위한 천국(賤國) : 천국 사랑이 지운 사랑 : 표준국어대사전 오직 낮은 땅의 전쟁 : 물 우리의 전선(電線), 그들의 전선(戰線) : 전기 가난한 꿈의 연표 : 밀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 섬 지구의 침몰 : 세월 나오며 추천하며 사진 일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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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이야기의 전복성과 ‘문학적 저널리즘’
동시대의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게 서늘한 향기와 참혹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밑변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이 간직한 상처와 절망, 원한, 정념, 비애를 보듬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를 갖춘 드문 기자이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이문영의 글쓰기는 김훈, 고종석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문학적 기사 쓰기의 계보를 창의적으로 일구어 나가고 있”으며 이들에 비해서도 “한층 집요한 현실 인식과 밑바닥 인생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의 미덕으로 손꼽는다. 그의 글에는 공간과 현장에 대한 충실성과 매력적이며 단단한 문체가 성공적으로 어우러지고 있다. 이 책이 한 번도 제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없었던 사람, 자신의 욕망을 세상에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빙의되어, 그들의 절박한 내면과 웅크린 가슴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문학적 문장에 빚진 바 크다. 저자는 사실에 대한 건조한 서술에 멈추지 않고,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응시하는 한편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을 섬세하게 감별해 내는 치밀함과 고뇌는 그의 문장이 단지 쉽게 스쳐 읽을 편한 대상이 아니라, 곰곰이 음미해야 할 텍스트임을 환기한다. 다큐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 아래 쓰인 글들은, 저자 자신이 말하듯 기사, 르포, 논픽션, 소설 등의 장르를 특정하기에 앞서 ‘무엇이 말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묻는 질문이자 어떻게 말해야 말해질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글쓰기의 연원인 ‘이야기의 전통’에 닿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恨)국어사전 “두 세계를 구성하는 두 언어가 있다. 언어는 거울이면서 거짓이다. 삶을 비추기도 하지만, 삶을 비틀기도 한다. 삶과 조응하기도 하지만, 삶을 조롱하기도 한다. 한(韓)국어가 언어의 표준을 자임할 때, 표준에서 배제된 언어는 한(恨)국어가 된다. 한(韓)국이 국민의 표준을 지정할 때, 표준에 끼지 못한 사람은 한(恨)국에 산다.”(7쪽) “가리베가스 ?장소? ‘가리봉+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 1976년 생긴 가리봉시장 주변은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유일한 문화 공간이었다. 한국 노동자들이 비운 자리를 중국 동포들이 채우면서 중국 음식을 팔고 중국 노래가 들리는 ‘서울 안 옌볜거리’로 바뀌었다. 시대가 변해도 가닿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가난한 꿈을 상징한다.”(97쪽) “해피콜 ?경영? 넓게는 고객을 감동시켜 판매를 증진시키는 모든 종류의 대고객 서비스를, 좁게는 A/S 신청 고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묻는 조사를 뜻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콜센터는 의뢰 고객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수리 기사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다. 수리 기사들에게 해피콜은 ‘행복하지 않은 전화’다.”(118쪽) 글들이 시작되기에 앞서 몇 개의 단어가 나열된다. 단어에 달린 풀이는 단어만큼 낯설다. 익숙한 단어 또한 전혀 다른 의미로 서술된다(‘찾아보기’ 참조). 저자는 ‘표준의 언어’보다 ‘표정 있는 언어’에 주목하며,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현실을 반영하지만 표준에 외면당한 채 고립되어 있는 은어?속어?조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춘다. 그 결과 언어란 얼마나 정치적이고 양면적인지가 드러난다. “언어는 때론 선동이었고, 자주 기만이었다. 과거 그를 ‘산업전사’라고 칭했던 언어는 현재의 그를 ‘노가다’라고 불렀”으며(14쪽), “인권의 역사는 용어를 둘러싼 투쟁의 역사”(320쪽)였다고 보는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각자의 현장과 노동, 다양한 감정과 삶, 그리고 차별이 녹아 있는 언어들의 조각을 맞춤으로써 ‘한(韓)국의 뒷면이자 한(恨)국의 정면’을 포착하려 한다. 그 언어들로 두 한국 사이의 숨은 경계를 파악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말해지지 않던 것들이 말해지며 두 세계를 분리해 온 장벽이 조금은 낮아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면서. 2017년 판 ‘난쏘공’, 『웅크린 말들』 “이야기의 울림은 사건의 크기와 무관하다. 사건의 크기는 사람의 지위와 무관하고, 사람의 지위는 사람 그 자체와 무관하다. 무관해야 할 것들이 무관하지 못한 세계에 말의 차별이 있다.”(480쪽) 이 책을 두고 조세희 작가는 “‘난쏘공’의 난장이들이 자기 시대에 다 죽지 못하고 그때 그 모습으로 이문영의 글에 살고 있다.”고 했다. 40여 년 전 철거촌에 살던 난장이는 지금 시대의 폐광 광부로, 구로공단 노동자로, 에어컨 수리 기사로, 알바생으로, 대부 업체 콜센터 직원으로, 넝마주이로, 이주민으로, 성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다. 소록도에서, 밀양에서, 강정에서 버텨 내고 있다.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하게 떠나가고 있다. 진실과 함께 가라앉은 심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웅크린 말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우리’의 편안한 일상을 지탱하는 ‘우리’의 가혹한 현실을 새롭게 발견한다. 1970년대 후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외면당하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는 문학이었기에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와 같은 의미에서 『웅크린 말들』을 우리 시대에 새롭게 쓰인 ‘난쏘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